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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보다 서점을 더 좋아했다. 읽다가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살 수 있으니까. 서점에서 책을 다 읽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서처럼 서점에서 책을 읽었다. 도서관보다 서점에 책이 많고, 서점에서는 도서관처럼 반드시 조용해야 할 필요도 없으니까.

온라인 서점이 생긴 후로는 오프라인 서점으로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가더라도 구입까진 가지 않고 미리보기용으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온라인 서점의 파격적인 할인과 적립금, 굿즈 증정 이벤트 등으로 오프라인 서점은 설 자리를 잃었다. 나부터가 그랬다. 책은 '당연히' 온라인에서 구입해야 하는 것이었다.

2014년 도서정가제 개정으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동일하게 10% 이상의 할인이 금지되었다. 이제 다시 오프라인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을까? 아니. 책을 사는 구입률 자체가 폭락했다. 반값에 사던 책이 할인이 되지 않으니 터무니 없이 비싸게 느껴졌다. 싼 맛에 책을 사던 독자들이 떨어져 나갔다.

온라인 서점은 굿즈와 리커버 등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사정이 더 안 좋은 오프라인 서점은 중고서점 오픈, 독서공간 마련, 서점의 멀티플렉스화 등으로 시장 확대 쪽에 주안점을 두었다.

거의 모든 면에서 논란이 일었다. 리커버는 예전부터 해왔던 '구간 표지 갈이'의 다른 말에 불과했고, 중고서점은 소형 헌책방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작된 독서공간은 출판사의 반발이 있었다.

교보문고에 놓인 대형 테이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놓인 대형 테이블에서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놓인 대형 테이블에서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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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지 않은, 아니 작디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한다. 마케터나 영업자, 혹은 홍보 담당자를 따로 두지 못하는 형편이기에 오프라인 서점을 관리하지 못한다. 아주 가끔 가장 큰 지점 위주로 방문할 뿐이다. 담당 MD 1인이면 모든 업무가 가능한 온라인 서점과 주로 거래하는 편이다. 비단 우리 출판사뿐만 아닐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에는 우리 출판사 책이 많이 깔려 있지 않다. 신간 출간으로 지점별로 0~10부 정도를 깔아도 베스트셀러를 만들지 못하면 2주 정도 후에 1부 정도는 벽면에 넣어지고 나머지는 모조리 반품으로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반품에 매우 민감하다. 한번 출판사 손을 떠난 책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제대로 된 것들을 찾기 힘들다. 어찌저찌해 주문을 줄 때 그 책으로 다시 보낸다고 해도 또다시 돌아올 확률도 높거니와 그렇게까지 만드는데 드는 품이 너무 많다.

그 와중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위시한 '대형서점 테이블' 소식이 들려왔다. 이른바 '대형서점의 도서관화'. 대형서점에 걸맞은 대형 테이블을 서점 내에 들여놓고 방문객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마실 것을 들고와서는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착석,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책을 읽는다.

서점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서점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려는 훌륭한 전략이겠다. 서점에 와서 책을 구입하기는커녕 서점에 오지도 않으니 일단 서점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에는 '서캉스'라는 말도 생겨났다. '서점+바캉스'의 줄임말인데, 더위가 유독 맹위를 떨친 올 여름 무수히 많은 '-캉스'들이 사람들을 매혹했다. 홈캉스, 몰캉스, 호캉스, 백캉스, 숲캉스... 서점도 여기에 껴 있다니. 책을 좋아하고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신기하거니와 대견(?)하기도 하다. 한편 자유로운 공간이 생기니 우리나라 특유의 '자리' 개념이 생겨 마치 도서관에서 자리를 골라 맡듯이 하는 '서점 민폐족'이 골치라고 한다.

출판사의 입장

출판계에는 서점뿐만 아니라 출판사도 있다. 물론 저자도 있지만 이 문제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다 하겠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대형서점의 도서관화'가 심히 못마땅하다. 비록 오프라인 서점을 온라인 서점보다 훨씬 덜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는 출판사들이 많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다름 아닌 반품 때문이다.

오프라인 서점과의 계약은 주로 위탁이다. 책을 보내서 진열시켜 놓긴 하되 팔리는 대로 수금되는 형식이다. 한편 그렇게 보내진 책들 중 팔리지 않은 책은 반품으로 돌아온다. 물론 상품가치가 현저히 떨어진 채로. 와중에 테이블에서 자유롭게 책을 보는 정책이 시행되고 나서는 상품가치가 이전보다 더 떨어진 책의 반품 확률이 이전보다 더 높아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오프라인 서점에서의 책 구입 확률이 더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집에서 읽는 사람보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대형서점 안에 도서관을 차려놓으면 당연히 이전보다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즉, 오프라인 서점으로 사람들을 끌어오되 사람들로 하여금 책을 구입하게 하는 건 오히려 꺼려하게 만든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이 과도기일지 모른다. 인터넷, 스마트폰 혁명 이후 책을 읽는 사람은커녕 책을 집어드는 사람도 점점 없어지는 상황에서, 그래도 책이 있는 서점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려는 고육지책. (출판사의) 희생 없이는 (출판계의) 발전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다.

본질적 문제

 대형서점의 독단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행태는 출판사 입장에서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대형서점의 독단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행태는 출판사 입장에서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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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본질적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즉 저녁과 여가가 없는 사회.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회. 지구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높은 사회. 책을 읽는 게 여러모로 손해일 수 있는 사회...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데, 그저 '책 좀 읽으세요!' '도대체 사람들은 왜 책을 안 읽지?'라고 권유하고 질문하는 데 그치고 마는 것이다.

출판사의 절대적 파트너인 서점은 빨리 변해가고 있다. '갑'(서점)이 변하면 '을'(출판사)도 변해야 하는 게 생존법칙이겠다. 출판사도 누군가는 이미 변하고 있고 누군가는 빨리 변해야 한다.

그럼에도 대형서점의 독단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행태는 출판사 입장에서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누가 봐도 '출판계 살리기'가 아닌 '서점 살리기'의 행태로 비춰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말이다.

대형 오프라인 서점은 단기적이고 구체적으로, 출판사는 장기적이고 추상적으로 접근하는 게 대안일 듯하다. 현 출판계에서 대형서점이 변화를 이끌고 실행에 옮겼으니, 출판사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변화로 인해 더욱 많아질 반품,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구매율, 도서관의 무용지물화... 출판계 내에서만 논의되고 논란되고 있는 사안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출판사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 콘텐츠 다각화, 자체 채널 확보, 단순 모임 형식의 협회 아닌 실질적 협동 협약의 조합 시작 등 추상적이고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접근이 선행되지 않는 단기간의 베스트셀러에 목 메는 데 급급하다면 머지 않아 낭떠러지를 만날 것이다.

서점과 출판사 간의 긴밀한 '이인삼각'이 필요하다. 서로 가감없이 단기와 장기, 구체적인 사안과 추상적인 비전을 주고 받으며 눈앞의 현실을 수정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그 중심엔 단연 '책 읽는 사회 만들기'가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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