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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
▲ 수영장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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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웬일이야? 출석률이 아주 좋아."
"웬일이긴 당연하지. 올 여름은 수영장이 제일 효자노릇 하는 것 같아. 집에 있으면 에어컨만 트니깐 전기료가 무서워."


며칠 전이다. 한 달이면 3~4번 나올까 말까 하는 친구가 최근 들어 출석률이 아주 좋다.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염 때문이라고 한다. 집에 있어도 덥고 외출을 한다는 것은 더욱 엄두가 안 나고, 수영장에 왔다 가면 그래도 반나절 후딱 지나니 그것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그건 잘 나오는 우리들도 마찬가지이다. 강습시간보다 20분~30분 정도 일찍 와서 강습이 끝나고도 한동안 풀장에서 시원함을 만끽한다. 대략 2시간 반 정도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밖의 더위를 생각하니 물속에서 나오기 정말 싫었다.

오리백숙 ...
▲ 오리백숙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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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때가 되니 배가 슬슬 고파왔다. 오랜만에 평소 마음에 맞는 친구들(7명)이 모두 모였다.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시원한 냉면과 뜨끈한 오리백숙이 나왔지만 며칠 후면 말복도 있고 하니 이열치열로 오리백숙을 먹고 더위를 잘 이기자는 의견으로 일치를 보았다. 운동이 끝난 후라 그런지 모두 잘 먹는다. 먹을 때는 잘 몰랐는데 먹고 나니 더위가 몰려왔다.

음식점을 나서는데 A가 "나를 비롯해서 모두 모였으니 시원한 냉커피 마시러 가자. 오늘은 내가 쏜다" 해서 커피 집으로 향했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대단했다.

찜통 더위, 가마솥 더위, 폭염 등 어떤 표현을 해도 모자람이 없는 무더운 날씨다. 길거리의 오가는 사람들 모두 더위에 지친 표정이었다. 카페에 들어섰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조금은 한가한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 일행 7명 앉을 자리가 있었다.

시원한 아이스커피 ...
▲ 시원한 아이스커피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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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아이스커피가 나오고 이런 저런 이야기기 시작되었다.

"이달 전기료가 우린 23만원 나왔다. 자기네는?"
"우린 아직 안 나왔어. 말일에 나올 텐데 걱정이다. 밤낮으로 에어컨을 틀어댔으니."
"○○씨는 에어컨 바람 싫어한다고 여태 안 사다가 올해 샀잖아."
"와 정말이야?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다른 식구들은?"
"올해는 안 되겠더라고 사위도 오고 손자도 생겨서."
"난 저쪽 친구모임을 7월에는 건너뛰고 8월 말일에 하기로 했어. 조금 먼 곳에서 오는 친구도 있고 너무 더우니깐 나오기가 겁난다고 하면서."

카페에 들어가기 전, 너무 큰소리로 수다를 떨거나 웃지 말자고 다짐을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점점 이쪽저쪽에서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 말소리가 커지고 웃음소리도 커졌다.

종업원이 우리 쪽을 자주 쳐다보는 듯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책을 읽는 사람, 인터넷 작업을 하는 사람, 둘이 마주 앉아 조용히 이야기 하는 사람 등이 눈에 띄었다. 누가 무어라 말은 안 했지만 우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좀 조용하자. 이렇게 떠들다 쫓겨날지도 몰라" 했지만 약발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빈자리도 더러 있었지만 1시간 반 넘게 앉아있었으니 우리 스스로 일어났다. 누가 눈치를 주기 전에 이젠 그정도는 감이 온다. 나이가 먹어가니 아줌마(할머니)들이 '주책이다 눈치가 없다'라는 소리가 아직은 듣기 싫은 이유도 있고 너무 시끄럽게 한 것이 미안한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S가 "집에 일찍 가면 뭐해? 요 앞 시원한 쇼핑몰에 가서 아이쇼핑이라도 하자. 그러다 마음에 드는 것 있으면 사든지" 한다. 바쁜 사람은 가고 남은 사람은 쇼핑몰에 갔다. 나 역시도 집에 돌아가면 혼자 선풍기를 틀고 틀다 뜨거워지면 할 수 없이 에어컨을 킬 것이 뻔했다. 끈적거리고 움직일 수가 없어 도저히 선풍기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 에어컨 틀기란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에어컨을 틀기 전에는 전기료가 걱정이 되지만 틀고 나서 시원해지면 '그래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보다 낫지' 하곤 스스로 위로했다.

방송에서는 하루에 에어컨을 10시간 정도 튼다면 하는 예시를 자주 들지만 요즘 같은 더위에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아끼고 아껴도 15시간~17시간은 틀어야 그나마 밤에 잠을 조금이라도 잘 수 있다. 그러니 전기료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쇼핑몰에 들어서니 금세 시원해졌다. 4층까지 천천히 아이쇼핑을 하고 나니 시간이 제법 흘렀다. 쇼핑몰을 나와 은행에 볼일이 있었지만 은행 문은 이미 닫았고 자동화기계만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도 노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담소를 나누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저녁 때가 되니 이젠 진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집이 같은 방향인 S와 함께 걸었다. 집으로 가는 길엔 나무가 우거진 같은 짧은 가로수길이 있다. 그가 그곳에 잠깐 앉았다가 가자고 한다. 마치 숲속에 들어온 것처럼 숨쉬기가 편하다. 몸으로 느끼는 온도도 최소한 1~2도는 낮아진 기분이다.

시원한 가로수 길 ...
▲ 시원한 가로수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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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와 헤어지면서 "내일은 수영강습이 없으니깐 점심 먹고 주민센터에서 만나자. 그 옆에 도서관도 있으니 그럭저럭 몇 시간 더위를 피하는 데는 그만일 거야. 아니 아주 거기 가서 점심을 먹든지. 거기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먹거리도 있거든" 했다. 그가 "맞아, 우리 며느리도 더울 땐 손녀 데리고 거기 도서관 간다고 하더라" 한다.

이번 더위는 사람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하고 있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여니 집이 마치 화로같이 뜨끈한 열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거실의 온도가 32.5도. 그 전날보다 0.5도가 높았다.

요즘은 0.5도~1도의 차이가 얼마나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그날도 밤 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계속된다는 기상예보도 나왔다. 오랜 시간 집을 비워 전기료를 아주 조금 절약했으니 선풍기와 에어컨을 틀어 집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하루 종일 더위와 싸웠을 남편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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