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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기사는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사업에서 발굴한 마을부엌의 다양한 사례를 알리기 위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먹거리정의센터는 보다 많은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함께하고, 변화하는 먹거리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합니다. [편집자말]
 <리틀 포레스트>는 이 시대 청년들의 허기진 마음을 음식으로 채워주는 영화다.
 <리틀 포레스트>는 이 시대 청년들의 허기진 마음을 음식으로 채워주는 영화다.
ⓒ 영화사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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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한혜원(김태리 분)이 편의점 도시락을 지친 몸에 쓸어 넣는 모습. 2018년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의 이러한 모습이 낯설지 않지만,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혼자 먹는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고, 건강하지 않은 식단이 걱정되기도 하고, 마땅한 대안을 줄 수 없음에 더욱 슬프다.

그래도 청년들은 마냥 씩씩한 듯 보이기도 한다. 작년 관악구에서 관내 고시촌 1인 가구 2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혼밥이 '사회적 문제'라고 답한 비율(약 10%)에 비해 '문화'라고 답한 비율(약 80%)이 훨씬 높았다.

생각이 이러할 진데, 한국인은 가족을 식구(食口)라 할 만큼 함께 먹음을 중요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는 혼자 먹지 말고 되도록 누군가와 함께 먹으라 권하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리틀 포레스트>의 재하(류준열 분)처럼 귀농할 수도, 혜원처럼 자기만의 부엌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대한민국 도시의 청년들이 재하처럼, 혜원처럼 함께 웃으며 밥 먹을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물론 혼밥이 무조건 지양해야 할 현실은 아니다. 현대의 혼밥족 중에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자발적 취향 혼밥족도 적지 않다. 하지만 꿈나무카드로 편의점에서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취약계층 아동, 끼니를 제대로 챙길 수 없는 빈곤한 노인과 함께, 시간과 공간이 없어 부실한 한 끼를 먹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청년의 비자발적 혼밥은 지양해야 할 현실임에 틀림 없다. 혼밥이 시대의 작지 않은 사회적 문제로, 긴급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작년 2학기, 필자가 담당하는 전공 교과목인 '식생활 문화' 수업의 일환으로 수강생들은 현대인의 식생활문화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이 때 한 조는 혼밥 청년족의 식생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부엌을 제시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건강한 음식으로 소통하는 풍요로운 삶

마을부엌! 공유부엌, 공동부엌으로도 불리는 다소 낯선 용어이다. 하지만, 어느새 마을부엌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지역사회의 소통과 나눔의 장으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생활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공식적 통계이긴 하나, 서울시에만도 2018년 초 기준, 300여 개가 넘는 마을부엌이 이러저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2017년 9월, 필자의 연구실에서 관악구청의 의뢰를 받아 조사했을 때, 관악구에만도 총 18개의 마을부엌이 있었으니, 서울시의 자치구가 25개임을 감안하면 300여 개가 결코 과장된 숫자는 아님에 틀림없어 보인다.

아이들의 이유식과 간식을 함께 준비하는 젊은 주부들, 늦은 퇴근에 여유 있는 저녁을 준비하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 어르신들을 위한 밑반찬 봉사를 위해 모인 지역 주민들 모두에게 마을부엌이 더할 수 있는 음식과 삶의 풍요로움은 너무나 크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마을부엌은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킬 장소이자 네트워크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을부엌 중 청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은 아직 소수인 듯하다. 실제 관악구의 경우 2017년 조사 결과, 마을부엌 이용자의 대다수가 40대 이상의 주부였다. 청년이 주 이용자인 곳은 18개 마을부엌 중 1개소에 불과했다. 주부들이나 어르신들에 비해 청년들은 아직 지역사회 기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참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층이다. 해서 어쩌면 청년들의 마을부엌 이용을 활성화하려면 지자체의 특별한 노력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청년공간 이음 2017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식생활문화' 수업의 프로젝트의 자율주제로 한 모둠은 마을부엌을 연구했다. 당시 수강생들이 마을부엌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마을부엌에서 함께 조리하고 있는 모습.
▲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청년공간 이음 2017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식생활문화' 수업의 프로젝트의 자율주제로 한 모둠은 마을부엌을 연구했다. 당시 수강생들이 마을부엌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마을부엌에서 함께 조리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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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혼밥족 식생활 문제 해결사 마을부엌

마을부엌을 통해 청년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은 다양하겠지만, 필자는 청년들이 마을부엌에서 '조리'라는 생활의 기초 능력을 배울 수 있음에 주목한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정규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조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초등학교 방과 후 활동이나 이벤트성 조리 수업이 있지만, 이러한 시간을 통해 조리 능력이 배양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규 교과과정 중, 실과, 가정 수업의 일환으로 조리가 일부 다루어지기는 하나 이 또한 선진 외국의 해당 과정에서 다루는 조리의 비중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 미국의 스텐포드와 같은 대학에서는 학부 교양과목으로 조리 수업이 개설되어 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조리수업을 교양과목으로 개설한 대학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셰프와 먹방의 인기가 보여주듯, 최근 청년들의 조리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약 7~8년 전부터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 개설된 조리 수업에 비전공 학생들의 수강신청 문의가 늘어난 것 또한 이러한 관심의 자연스러운 표출이다. 해서, 이러한 청년들의 조리에 대한 관심과 니즈를 제대로 수용하는 사회적, 제도적 정책이라면 청년 혼밥족의 식생활 문제의 해결에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지 않을까? 이에 마을부엌은 이러한 정책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대안이다. 
서울시 1인 가구 청년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 응답자의 60%가 마을부엌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아직 이용 경험이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출처: 2018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석사학위논문]
▲ 서울시 1인 가구 청년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 응답자의 60%가 마을부엌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아직 이용 경험이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출처: 2018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석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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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대학원을 졸업하는 지도 학생 한 명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20, 30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총 342명의 응답자 중 60%가 마을부엌에 대해 알고 있었고, 30%가 본인에게 마을부엌이 필요하다고 답하였지만, 실제로 마을부엌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청년은 16%에 불과하였다. 

마을부엌에서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기

같은 조사에서 본인에게 마을부엌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할 수 있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마을부엌에서 하고 싶은 활동으로는 한 끼 식사 준비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는 요리 수업을 받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조사에 응답한 20, 30대 1인 가구의 1/4은 일상 식사 준비가 가능한 조리는 못하고 라면 등의 인스턴트 음식의 조리만 가능하다고 답하였다. 가정에서의 조리 빈도 또한 매우 낮아 거의 안하거나 주 1~2회 정도만 조리한다고 응답한 청년이 60%를 넘었다. 청년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마을부엌의 정책적 확대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이다.
 2018년 5월, 서울대학교 교양 수업 ‘녹색 생활과 소비‘의 조리 실습 모습. 수강생들은 이날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이 요리한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 함께 먹어 보았다.
 2018년 5월, 서울대학교 교양 수업 ‘녹색 생활과 소비‘의 조리 실습 모습. 수강생들은 이날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이 요리한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 함께 먹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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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녹색 생활과 소비'라는 교양 수업에서 식생활 부분에 대한 강의를 맡았다. 마침 학기 중에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주인공이 요리하는 음식들에 대해 투표를 했고, 그 결과 가장 표를 많이 얻은 몇 가지 음식을 조를 나누어 함께 만들어 보았다.

식품영양학과 전공학생들을 대상으로 조리 수업을 해 본 적은 있지만, 비전공 학생들의 교양 수업에서 하는 첫 조리 수업인지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흥미 없어 하지는 않을지, 조별로 함께 하는 조리 활동에 무리는 없을지...그리고 무엇보다도 과연 먹을만한(?) 음식이 나올지. 그런데 이 모든 생각이 기우였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습 시간이 시작하자마자, 33명의 학생들은 서투르지만 열심히 조리했고, 즐겁게 대화하며 행복한 점심을 함께 먹었다.

먹방을 규제한다고 한들 비만이 줄어들지 않을 것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청년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보다 실질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윤지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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