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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18.08.15 23:28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영화 리뷰 '나, 다니엘 블레이크'

2년전 이 영화를 무겁게 보았다. 이제 리뷰를 포스팅 한다.
나는 지난 8년 동안 고용컨설턴트로서 일용직 임시직 기초생활비를 벌어야만 하는 약자들을 위하여 일자리를 제공하였다. 일을 통하여 구직자의 당당한 자존감을 지키고, 개인의 능력에 따른 합당한 대우를 제공하려 노력하였다. 사회적 경제적 약자일수록 '실업'과 '질병'이 만난 위태로운 자리에 많이 노출되어 있슴을 영화를 통하여 알 수 있을것이다.

헌법 32조와 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일할 권리를 제공 받으며 그 노동의 대가인 임금으로 가족과 함께 행복할 권리가 있으며, 그것을 국가가 헌법으로 보장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정치란 강자의 횡포를 응징하고 다수 약자의 삶을 보듬어 함께 살게 만드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이 본질이 아니던가...

1942년 영국의 자유주의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가 쓴 보고서를 보면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라는 표현이 있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말인데, 오늘은 최고의 복지국가라 손꼽는 나라 '영국'의 복지 정책을 꼬집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소개한다.

<리뷰>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다.
직업은 목수였다. 지난 40년 동안 성실히 집을 짓고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어느 날 아내가 병을 얻었다. 나만을 이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두고 말았다.
나도 심장병을 앓고 있다. 일을 하다 심장마비로 추락사할 뻔한 위기까지 넘겼다. 그 위태로움이 언제 엄습해올지 솔직히 좀 두렵다. 병은 기어이 내게서 일자리를 앗아 갔다.

● 빈곤의 설움…어이없는 매뉴얼
나는 이제 실업자가 됐다. 질병으로 일을 잃어도 최저치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질병수당을 지급한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집을 한 채 짓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고 더 난해하다. 우선 내 병세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의료전문가라는 고용지원센터 심사관은 내 질환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부적격 판정 통보서가 집으로 날아왔다.

찾아간 센터에서 직원은 인터넷을 통해 부적격 항고나 재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알려줬다. 하지만 컴퓨터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 그래도 수당을 포기할 수는 없다. 시도하고, 또 시도해보지만 쉽지 않다.

※ 일할 여건이 되면 구직 수당, 환자면 질병 수당을 신청하라.
-> 질병 수당 신청에서 떨어졌다.
※ 그럼 구직 수당을 신청하라. 아니면 질병 수당 탈락 판정에 항고하라.
-> 구직 수당 신청 양식과 항고 신청 양식을 받을 수 있냐.
※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한다. 전화 도우미를 이용하라.

● '우리' 그리고 '나', 다니엘 블레이크
케이티는 런던의 물이 새는 방에서 아이를 키웠지만 아이는 그 탓에 병을 달고 살았다. 집주인에게 항의했지만 쫓겨나고 말았다. 이후 2년 동안 노숙자 쉼터에서 살았다.
뉴캐슬의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위해 길을 헤맨 케이티는 그 때문에 생활지원금 신청을 위한 심사시간에 늦었다는 이유로 센터에서 쫓겨난다.

세상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에게 변변한 생리대마저 마련해주지 못했다. 케이티는 식료품 지원소에서 생리대를 찾았지만 그것은 거기 없었다. 몇 푼 남지 않은 생계비로 마트에서 아이들을 먹일 몇 조각 빵을 사면서 기어이 생리대를 훔치다 남성 보안요원에게 발각된 그에게 돌아온 것도 수치심뿐이다.

수치심은 그저 이들 모두가 개별적 가난한 인간으로서 마냥 감당해내야만 하는 것인가. 개별적 인간의 책임이 아니라면 세상은 무엇을 내어줄 수 있는가. 그런 세상에 인간의 존엄성은 대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인가.

●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니다.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아니다. 묵묵히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다. 굽실대지 않았고, 이웃이 어려우면 그들을 도왔다. 자선을 구걸하거나 기대지도 않았"던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다.

--> 영국 켄 로치 감독의 2016년 작품. 심장질환으로 일자리를 잃은 40년 목수 경력의 다니엘 블레이크와 싱글맘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케이티 모건의 이야기. 복지제도의 잘못된 시스템으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빈곤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래도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소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의 구조적 모순을 비판한다. 켄 로치 감독에게 2006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이어 10년 만에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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