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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삼성의 180조 투자 계획 발표를 두고 일부 언론은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라며 치켜세웠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의 일반적 투자일 뿐 파격이 아니다'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기업의 통상적 투자 행위를 과대평가해, 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집행유예)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일종의 쇼'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6일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 부회장의 회동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삼성의 "바이오 분야 규제 완화 요청"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부총리의 화답도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삼성이라는 이유로 투자를 구걸하고, 재벌개혁 의지를 내려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기업의 투자는 고용 창출과 경제 성장의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언론이라면 무조건 투자를 부풀리거나 칭송해서는 안 되고, 투자의 성격과 내용을 분석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보는 분석도 겸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중동은 물론이고 한국일보도 '삼성 180조 투자'를 칭찬하고 부풀리는데 몰두했습니다.

'180조 푼 삼성이 투자 엔진', 1면 톱으로 치켜세운 조중동

8일 삼성은 향후 3년간 총 180조원(국내 130조․해외 50조)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신규채용도 기존 2만여 명에서 2만 명을 더 추가해 4만 명으로 확대하고 상생을 위한 협력사 지원펀드의 범위를 3차 협력사까지 넓히기로 했습니다. 인공지능(AI)과 차세대 이동통신(5G)장비, 바이오, 전장 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 2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9일 조중동은 이를 1면 머리기사로 대서특필했고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이 발표되었다'며 치켜세웠습니다.

 ‘삼성 180조 투자 계획’ 신문보도량 비교(8/9) ⓒ민주언론시민연합
 ‘삼성 180조 투자 계획’ 신문보도량 비교(8/9)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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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삼성발 투자 엔진, 3년 180조 푼다>(8/9 박순찬 기자 http://bitly.kr/890T )에서 "(삼성이)최대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을 8일 발표했다"며 "당초 예상됐던 투자 규모(100조원)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삼성이 향후 3년간 벌어들이는 영업이익 대부분을 재투자하겠다는 의미",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삼성이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 풀이했습니다.

이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삼성의 역할에 사회적 기대가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삼성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인용했습니다. 이 보도에서 "삼성은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때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대기업을 상대로 '투자 구걸'을 한다는 논란이 일자 발표 일정을 미뤘다"고도 전했습니다. 삼성이 이런 논란까지 염두에 두고 정부를 배려했다는 식의 묘사입니다.

'정부 저자세' 논란에 조선 "삼성이 배려", 중앙 "삼성에 화답해야"

조선일보 <이재용의 3대 키워드, 미래성장동력․일자리․상생>(8/9 강동철 기자 http://bitly.kr/zBSg )에서도 삼성을 칭송하는 동시에 '정부 구걸 논란'을 삼성이 배려했다는 식의 묘사가 이어집니다.

조선일보는 "(삼성 투자 발표는) 삼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라 해석했고 "삼성은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부터 초대형 투자·고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조선일보는 삼성의 투자 계획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노이다 삼성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국내에 투자와 고용 확대를 당부하면서부터"라면서도, "생색내기 발표가 되지 않도록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라는 삼성 고위 관계자 입장을 덧붙였습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이르면 내년초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고 보도 말미에는 "투자 규모가 너무 방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이에 대한 "현금 보유액과 향후 실적을 고려해보면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는 삼성 입장까지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의 입장을 정리해보자면, 삼성이 국가 경제를 위해 엄청난 투자 계획을 세웠으며 '정부와의 유착 논란'이 있으나 삼성이 배려하여 잘 무마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묘사는 동아‧중앙‧한국에서도 똑같이 반복됩니다. 동아‧중앙‧한국의 경우 조선일보도 내지 않은 사설까지 1건씩 냈습니다. 이중 중앙일보 <사설/삼성 180조원 투자, 성장과 일자리 가뭄에 단비 되기를>(8/9 https://bit.ly/2w1v3l4 )에서는 삼성에 "제2, 제3의 반도체·갤럭시 신화를 재현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네고, "정부도 반기업 프레임 대신 이들이 투자하고 활발하게 뛸 수 있도록 동반자로 여기는 것으로 화답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정부가 삼성에 지나치게 저자세다'라는 일각의 비판과는 완전히 상반된 시각입니다.

'파격 투자?'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들

조중동 및 한국일보의 보도에서 삼성의 이번 투자 계획을 분석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삼성이 발표한 그대로 받아쓰며 '성장 동력'이라 치켜세울 뿐입니다. 앞서 살펴봤듯 조선일보는 오히려 "투자 계획이 너무 방대하다"는 지적까지 내놓아 삼성이 상당한 희생이라도 한 것처럼 표현했죠.

하지만 '삼성 180조 투자 계획'에 비판도 제기됩니다. '180조'라는 숫자만 내세웠을 뿐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파격적인 부분도 없다는 지적입니다. 여러 근거가 제시됩니다. 먼저 지난 3년간 삼성이 이미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로 약 150조 원을 투자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즉, 이번 투자 계획은 기존보다 20%정도 늘어난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또한, 삼성은 해마다 9천명씩 신규채용을 해왔고,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초 '불법 파견 논란'이 제기된 삼성서비스센터 협력사 8천명을 직고용하기로 했는데 이번 발표에 이 수치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3년간 4만명 고용 계획' 역시 '파격'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는 이런 비판적 관점 없이 삼성이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며 박수만 쳤습니다. 횡령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 부회장의 이미지를 언론이 세탁해준다는 세간의 의심은 이런 보도들 때문입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은 사실① '삼성은 2015년~17년에도 150조원 투자'

삼성 투자 계획에 비판적 견해를 드러낸 신문은 한겨레‧경향뿐입니다. 이들은 대표적으로 2가지 측면에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삼성 투자 계획’ 관련 쟁점 분석 여부(8/9) ⓒ민주언론시민연합
 ‘삼성 투자 계획’ 관련 쟁점 분석 여부(8/9)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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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삼성이 지난 3년 간에도 이미 150조 원 투자를 했다는 부분입니다. 한겨레 <20% 늘린 이재용 표 투자 계획…파격은 없었다>(8/9 최현준‧방준호 기자 http://bitly.kr/Na9s )는 "삼성전자는 2015~17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에 각각 40.3조원, 40.2조원, 60.2조 원 등 모두 140조 7천억원을 투자"했고, 삼성의 다른 계열사까지 합치면 전체 투자액은 "15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짚었습니다. 한겨레는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 투자 계획은 연간 10조원씩 증액된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은 사실② '3년 간 4만 명 신규 채용의 허수'

두 번째는 삼성이 밝힌 '3년 간 4만 여명 신규 채용'과 관련됩니다. 앞서 살펴봤듯 삼성은 기존에도 연간 9천여 명을 채용해왔는데 이는 3년간 2만 7천 명 정도를 채용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다 삼성은 삼성전자서비스와 용역 계약을 맺은 90여 개 협력사 직원 8,000명을 직고용하는 것도 이번 채용 계획에 포함시켰으므로 도합 3만 5천 명 정도는 기존의 채용 수준에 해당합니다. 숫자로만 보자면 5천 명 정도만 확대된 겁니다.

또한 삼성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을 직고용한 배경도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해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삼성의 스마트폰‧가전제품의 사후관리 업무를 맡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 정직원이 아니었고, 이 때문에 '불법 파견'이라는 비판이 오랫동안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는 2013년 6월부터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노조를 만들어 투쟁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의 노조 탄압 끝에 '염호석 열사'가 숨졌고 삼성은 열사의 시신을 탈취하는 등 갖가지 충격적인 노조 파괴 공작을 벌였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탄압해온 노동자들을 이제와 직고용하는 것이 과연 '경제 성장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고용 확대'로 박수 받을 일인지 의문입니다. 숫자로 보나, 그 배경으로 보나 4만여 명 신규 채용이 대다수 언론의 주장처럼 '국가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려는 '강력한 의지'라고 치켜세울 일은 아닙니다.

한겨레는 <삼성 '3년간 10조 투자' 창출할 일자리는 얼마나 될까>(8/9 조계완 기자 http://bitly.kr/M6zi )에서 '고용 효과'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 고용협력업체의 고용생산 파급효과가 낮"다는 겁니다. 한겨레는 한국경제발전학회가 펴내는 학술지 <경제발전연구>(2015년)에 실린 '대기업 성장의 국민경제 파급효과' 논문을 인용해 "3사가 투자를 확대해 최종산출액이 10억원 증가할 때 본사 및 전후방 연관 협력업체의 고용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보여주는 총고용유발계수는 삼성전자가 1.33으로 엘지전자(1.80)·하이닉스(2.00)에 크게 뒤처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삼성전자가 7500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를 거느리고 있지만 투자를 늘려도 그룹 계열사의 생산·고용을 유발하는 효과만 클뿐"이며 "삼성의 이런 '내부 효과'가 국내 외부 협력업체에 대한 고용·생산 파급효과를 오히려 쫓아내거나 원천적으로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즉, 삼성이 투자하더라도 실제로 고용유발 효과는 타 기업에 미비하다는 지적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좌파 운동권'…경제에도 등장한 '색깔론'

이렇듯 경향‧한겨레를 제외한 신문사들은 삼성 투자 계획을 일방적으로 받아쓰며 언론이 해야할 분석과 비판이라는 기본적 책무를 등한시했습니다. 동아‧중앙‧한국의 경우 '사설'까지 동원해 삼성을 독려한 부분이 눈에 띄기도 했는데요.

9일, 조선일보는 삼성 투자와 관련 직접적으로 사설을 내지 않았으나 9일 <사설/문 대통령 앞장선 규제혁신, 이 길로 가야 한다>(8/9 http://bitly.kr/oujp )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부가 보답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이 사설은 삼성 투자 칭송 보도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념적 이분법인 색깔론으로 경제 정책을 단죄한다는 겁니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요컨대 '정부는 재벌 개혁을 중단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좌파 운동권이라 어려움이 많다'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언급하며 "친노동 반기업 국정 기조를 친기업 규제 개혁 쪽으로 틀겠다는 것"이라 이분법적으로 규정하더니 "규제로 이득을 얻는 많은 기득권 세력이 있다", "문 대통령 지지층인 좌파세력에도 이런 기득권이 많이 있다"며 느닷없이 색깔론을 내세웠습니다. 심지어 "운동권 출신들을 대거 청와대 비서실에 앉힌 것도 시장에 헷갈리는 신호"라며 정부를 '좌파 운동권'으로 낙인찍었고 "문 대통령이 지지 기반의 저항을 돌파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좌파 운동권 정부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반기업 정책을 바꾸라'는 이 사설은 경제 정책에도 색깔론을 적용하는 기본적인 시각부터 문제가 크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증명조차 할 수 없는 망상에 가깝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규제를 완화하라'고 주문하면서 그 근거를 '규제로 이득을 얻는 것은 좌파 기득권 세력'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운 점이 대표적입니다. 규제는 삼성처럼 '시신 탈취'를 불사하며 노조를 탄압하고 한진그룹처럼 기업을 사적으로 악용하는 '대기업 재벌 기득권 세력'의 횡포를 막기 위한 것이지 누군가에게 이득을 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조선일보는 도대체 규제로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 이득을 얻는 그 '좌파 운동권'이 누구인지 해명해야 합니다.

 조선일보 사설(8/9)
 조선일보 사설(8/9)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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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만 나오면 우리 언론은 왜

약속이나 한 듯 삼성의 투자를 무비판적으로 칭송하고 정부에게 '규제 완화로 보답하라' 명령하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들에게는 그간 삼성 등 '재벌 기득권'이 보여준 경제 권력의 부당한 독점 및 약자에 대한 횡포도 '180조 원'이라는 돈과 맞바꿀 수 있는 사소한 이슈인지도 모릅니다. 삼성이라는 기업이 국내GDP의 10%에 달하는 180조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현실에서,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는 한국 사회의 기형적 구조를 유추하는 것도 이들 언론에게는 기대하기 힘든 역할인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 등 대다수 언론이 말하는 규제혁신이 '모든 결정은 삼성이 하게 둬라'는 말과 다르지는 않은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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