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감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어른도감> 스틸컷

▲ 어른도감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어른도감> 스틸컷 ⓒ (주)영화사 진진


"<어른도감>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소녀 경언이(이재인 분)와 아직은 아이 같은, 철이 덜 든 삼촌 재민(엄태구 분)의 성장드라마다. 부족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다른 누군가를 만나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그 시간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김인선 감독)

<어른도감>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김인선 감독은 언론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위와 같이 요약해 영화를 소개했다. 이 영화는 감독이 설명한 대로, 감독이 의도하고 전달하고자 한 핵심이 잘 전해지는 작품이다.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에서 <어른도감>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중학교 1학년생 경언이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혼자가 된다. 어릴 때부터 아빠와 둘이 살았던 터라 이제 정말 고아가 된 그에게 얼굴도 모르는 삼촌 재민이 찾아와 후견인을 자처한다. 진짜 삼촌은 맞지만 보험금을 타려고 접근한 재민은 결국 형의 사망보험금 8000만 원을 날리고, 어리지만 똑부러지는 경언이는 8000만 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재민은 8000만 원을 갚기 위해 사고로 가족을 잃고 혼자 살고 있는 돈 많은 약사 점희(서정연 분)에게 접근해 연애를 시도하면서 경언이에게 '동업'을 부탁한다. 경언은 재민의 계획대로 부녀 사이로 가장해 점희에게 접근한다.

<어른도감>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사기를 위해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경언과 재민은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의 진심, 외로움 등을 알아가며 마음의 변화도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른 같던 경언은 조금은 어린 아이 같은 면모를 찾아가고, 아이 같던 삼촌 재민은 조금 더 성숙해져 간다.

재민이 경언에게 흘리듯 한 말에 담긴 영화의 핵심

어른도감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어른도감> 스틸컷

▲ 어른도감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어른도감> 스틸컷 ⓒ (주)영화사 진진


"누군가에게 시간을 들인다는 건, 다시는 돌려받지 못할 삶의 일부를 주는 거야."

재민이 경언에게 흘리듯 한 말에서 이 영화의 핵심을 알 수 있다. 그 목적이 어떻든 간에 함께 하는 시간이 쌓여간다는 것은 무시하지 못할 의미를 지닌다.

배우 엄태구는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대본을 읽으며 캐릭터에 욕심이 생겼다. 처음해보는 캐릭터라서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고, 김인선 감독님의 전작을 너무 재밌게 봐서 감독님과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늘 조용하고 묵직한 역할만 맡았던 엄태구는 "저에게 황재민이란 캐릭터는 도전이었다"며 "지금까지 했던 역할의 대사를 합친 것보다 많아서 힘들었다"며 웃어보였다.

어리지만 탁월한 연기를 선보인 이재인은 출연 계기를 묻는 같은 질문에 "처음 대본 봤을 때 너무 재밌었고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경언이에게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공감된 부분을 묻자 그는 "경언이와 같은 또래기도 하고 까칠한 면이 저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엄태구 역시 철부지 삼촌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김인선 감독은 "처음에 만나기 전엔 엄태구 배우가 무서운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작업을 해보니 영화 속의 재민 캐릭터처럼 귀여운 면모가 많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인 배우도 처음엔 되게 수줍어하고 쑥스러워했는데 막상 같이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내다보니 강인한 면모가 있었고 그런 것을 관찰하면서 시나리오에 많이 반영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신을 함께 한 엄태구와 이재인은 호흡을 묻는 질문에 "처음 봤을 땐 어색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더 친해졌다"고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제가 이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중학교에서 1년 정도 학생을 가르친 적 있다. 그때 아이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아이들이 저보다 어른스럽다고 느껴진 적이 많았다. '얘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느껴질까' 궁금했다. 그래서 <어른도감>이라는 영화를 생각했다. 제가 지금 30대 중반인데 과연 내게 어른스러운 면모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그래서 아이 같은 어른, 어른 같은 아이가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해보게 됐다." (김인선 감독)

'외로움'이란 감정 파고든 영화 <어른도감>

김인선 감독은 적은 예산으로 한정된 회차 안에 촬영을 강행하면서 한겨울에 배우들의 고생이 많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극중 성격처럼 어른스러운 면모를 지닌 이재인은 "괜찮았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8000만 원을 가져간 삼촌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게 납득이 됐느냐"는 질문에 "저도 처음엔 대본을 보고 이해가 안 갔는데 경언의 빈자리를 채워줄 혈육이란 존재가 오랜만에 나타났고, 대사 중에도 보면 병원에서 경언이가 아버지를 오랫동안 혼자서 간호해와서 혈육이란 존재에 유대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어른도감>은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외로움이란 감정을 파고든다. 아버지가 죽고 고아가 된 경언을 그리면서도 일방적인 연민의 시선을 띠지 않았고, 8000만 원을 날려 먹은 삼촌 재민을 그리면서도 연민이 느껴지게 표현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건조하고 개인주의적인 요즘 세상에 꼭 필요한 인간의 정 같은 걸 느낄 것이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어른도감>은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넷팩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른도감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어른도감> 스틸컷

▲ 어른도감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어른도감> 스틸컷 ⓒ (주)영화사 진진


어른도감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어른도감> 스틸컷

▲ 어른도감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어른도감> 스틸컷 ⓒ (주)영화사 진진



어른도감 엄태구 이재인 김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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