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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서비스 노동자 천막농성장 모습
 요양서비스 노동자 천막농성장 모습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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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등의 노동자들이 '요양원 폐업 중단과 운영 정상화'등을 요구하며 폭염 속에서 한 달 넘게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폐업하면 노동자들은 직장이 없어지는 것이니, 사실상 생존권 투쟁이다.

이 뿐만 아니라 노사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과정에서 불법의료행위, 급식비 편취 등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사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요양 보호사 등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요양원 측에서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요양원 폐쇄'를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기획 직장 폐쇄'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양원 측은 "운영 환경이 어려워 폐쇄를 결정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천막농성 33일' 찜통 더위,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

이렇듯 노사 간 극한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은 성남 중원구에 있는 '세비앙 노인요양원'이다. 어르신 150여 명을 보호 할 수 있는 시설로, 성남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게 노동자들 설명이다. 요양 보호사 63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기자가 농성장을 방문한 것은 13일 오전. 천막 앞에 '천막농성 33일'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오전 10시가 넘어 아침 찬 기운이 사라지자, 천막 안은 찜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농성자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이들은 요양 보호사 등 노인요양원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무척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노인들 대소변 기저귀를 갈아주고, 위치 변경, 목욕, 병간호 등 온갖 궂은일을 다 하는데도 임금은 월 150여만 원 정도로, 최저 임금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점심 식사를 5분 안에 끝내야 하고, 야간에는 요양보호사 2명이 노인 20명을 돌봐야 할 정도로 노동 인권도 무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다못한 이들이 '전국 요양서비스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요양원 측과 교섭을 시작하려 하자, 지난 6월 11일 사측이 '요양원 폐쇄'를 공표했다는 게 노동자 측의 주장이다. 이어 어르신들을 강제 퇴원 조치도 시작됐다. 10여 일 뒤에는 성남시청과 건강보험 공단에 폐업신고(오는 9월 22일 까지만 운영하기로 하는)를 했다. 현재 남아 있는 어르신은 8명 정도다.

어르신이 줄어들자 요양원 측은 요양보호사 등 직원 30여 명을 지난 7월 11일 대기발령 했다.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노동자들은 그동안 요양원에서 불법적인 운영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내부 고발을 단행했다. 이들은 최근 성남 중원 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 내용은 급식비 편취, 불법 의료 행위 등이다.

'백머니' 등 의혹 제기에 요양원 측 "있을 수 없는 일"

불법 의료 행위를 했다는 근거로 노동자들이 제시한 자료. (F-CATH는 소변줄이라는 뜻)
 불법 의료 행위를 했다는 근거로 노동자들이 제시한 자료. (F-CATH는 소변줄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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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불법 의료 행위 증거 자료로 제출한 자료. 의료 행위를 한 날짜와 약품 종류 등이 적혀 있다.
 노동자들이 불법 의료 행위 증거 자료로 제출한 자료. 의료 행위를 한 날짜와 약품 종류 등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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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요양원이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매월 정기적으로 식자재 납품업체로부터 '백머니'를 받아 챙겼다고 주장했다. 식자재값을 실제 거래금액보다 더 많이 지급한 뒤 차액을 현금 등으로 돌려받는 것인데, 노인 요양비 상당 부분이 국가 지원이다 보니 이를 편취하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썼다는 설명이다.

또한 요양원에서는 어르신 간병 자체가 불법임에도, 간병을 해 준다며 시간당 1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고발했다.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는 기관 임에도 의사 처방도 없이 콧줄(L tube)과 소변 줄을 삽입했고, 혈관 주사도 놓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의료 팀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는 "(경영진에서) 강제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잘리기 싫어서 했다. 우리가 '불법이니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책임질 테니 하라고... 약 값이나 주사비는 모두 현금으로 (가족들한테) 받았다"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200여 명 이상이 동원된 대규모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어 '강제 폐업 중단과 요양원 정상화, 불법 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양원 경영진은 노동자 측의 주장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요양원 측은 1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요양원 운영 환경이 어려워서 내린 결정일 뿐"이라며 '노조에 가입하자 폐업 결정을 했다'는, 즉 '기획 직장 폐쇄'라는 노동자들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어려움이 점점 가중돼 원장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식자재 가격 부풀리기로 '백머니'를 챙겼다는 주장에 대해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고, 불법 의료 행위를 했다는 내용에 관해서도 "촉탁 의사가 한 달에 6번 정도 방문한다. 그 의사 처방을 받아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불법 개인 간병 서비스를 했다는 주장은 "기본 서비스 외에 추가 서비스(비급여)를 받으려면 (보호자가) 실비를 내야 하는 게 요양원과 보호자 간 계약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전국요양서비스 노동조합 국회 기자회견
 전국요양서비스 노동조합 국회 기자회견
ⓒ 전국요양서비스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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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요양서비스 노동자, #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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