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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 임성실 지사의 증손녀 머샤 씨와 함께
▲ 임성실 여성독립운동가 임성실 지사의 증손녀 머샤 씨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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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할머니(임성실 지사)를 직접 뵌 적은 없습니다만 증조할머니께서 조국독립을 위해 쏟은 헌신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증조할머니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성독립운동가 임성실 지사의 증손녀인 머샤(Marsha Oh Bilodean, 62세)씨가 한 말이다. 지난 11일(미국 현지 시각) 오전 11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가든스윗 호텔에서는 미주지역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모이는 '제73주년 광복절 및 도산 기념동상제막 17주년 합동 기념식 – 파이오니어 소사이티 연례 오찬회가 있었다.

해마다 열리는 여러 단체의 광복절 기념행사 보다 한발 앞서 열린 어제 광복절 행사의 특징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라는 점과 이 행사를 개인(홍명기 회장)이 17년째 자비를 들여 열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기자는 미국에서 이런 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런 기자가 이 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은 순전히 미주 지역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위한 취재가 계기가 됐다. 미주지역에서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는 임성실, 차보석, 차인재, 공백순, 이성례 지사 등 모두 26명이다(2018년 3월 1일 기준).

나라 안도 아니고 미주 지역에서 활약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일은 경비문제도 경비문제려니와 그 보다 더욱 어려운 것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개별 연락처가 없다 보니 후손 분들을 만나보고 싶어도 만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더구나 독립운동가로 활약했던 본인들은 모두 숨지고 이제는 손자 세대인 2세들의 나이도 60~80세에 이르니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이중고 상태에서 가까스로 로스앤젤레스에서 후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광복절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11일, LA가든스윗호텔에서 한발 빠른 광복절 행사가 열렸는데 이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한 잔치였다.
▲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한 광복절 잔치 11일, LA가든스윗호텔에서 한발 빠른 광복절 행사가 열렸는데 이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한 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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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 김도연 (미국이름 윤도연)지사의 아드님 김브라이언 부부, 친척과 함께
▲ 김도연 여성독립운동가 김도연 (미국이름 윤도연)지사의 아드님 김브라이언 부부, 친척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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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독립운동가 권영복 지사(미국이름 강영복)의 손자며느리 임인자 씨와 함께
▲ 권영복 여성독립운동가 권영복 지사(미국이름 강영복)의 손자며느리 임인자 씨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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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의 예상 인원 250명을 뛰어넘어 270여 명이 모인 이날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위한 모임'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분들을 취재하는 기자에게도 더없이 뜻깊은 행사였다. 1년에 한 번씩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독립운동가 후손들끼리 따뜻한 정을 나누는 모습은 여느 광복절 행사에서 볼 수 없는 흐뭇한 광경이었다.

다만 모든 행사가 영어로 이어져 영어가 짧은 기자로서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미주 지역 취재에 동행한 양인선 기자의 딸인 이지영씨가 샌디에이고에서 일부러 로스앤젤레스까지 올라와서 줄곧 통역을 맡아줘 큰 도움이 됐다.

이날 행사는 모두 2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1부에서는 광복절과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업적에 대한 행사와 2부에서는 뷔페식으로 마련된 점심을 들면서 후손들의 친목을 다지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특히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막내 아들인 안필영(93세, 랄프 안)씨, 샌프란시스코에서 친일파 스티븐스를 저격한 전명운 선생의 딸인 전경영(94세)씨 등 고령의 후손들이 참석해 참석자들의 손뼉을 받았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김완중 총영사는 이날 참석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일일이 소개했는데 특히 여성독립운동가인 김도연 지사, 이성례 지사, 박영숙 지사, 차인재 지사 등의 이름을 한국어로 부를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1부 행사를 마치고 바로 이어진 점심 뷔페는 잡채, 부침개, 삼겹살, 호박죽 등 한국 음식들로 채워져 모처럼 후손들이 한국 음식을 나누며 담소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모임을 17년째 자비로 마련하고 있는 홍명기 회장은 특수페인트로 미국 시장을 석권한 듀라코트사를 세운 사람이다. 홍 회장은 1954년 유학으로 미국에 건너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화학과를 졸업하고 26년 동안 화학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51세의 나이로 창업했다. 그때가 1985년으로 홍 회장은 컨테이너에서 하루 3시간씩 자면서 사업에의 열정을 불태운 결과 산업·건축 철강용 특수도료를 개발했다. 이후 미국 굴지의 페인트회사로 성장했다.

올해로 17년째, 자비로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한 광복절 잔치를 해오고 있는 홍명기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홍명기 올해로 17년째, 자비로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한 광복절 잔치를 해오고 있는 홍명기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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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재 지사(미국이름 임인재)의 증손 부부와 함께
▲ 차인재 차인재 지사(미국이름 임인재)의 증손 부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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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주지역 여성독립운동가 취재를 위해 꼼꼼한 자료를 챙겨 보내준 민병용 관장의 정성스런 자료들
▲ 민병용 이번 미주지역 여성독립운동가 취재를 위해 꼼꼼한 자료를 챙겨 보내준 민병용 관장의 정성스런 자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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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회장은 자신이 일군 부(富)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 환원을 위한 일에 쓰고자 2001년 1000만 달러를 출연해 '밝은미래재단'을 설립, 교육과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폐교 위기에 처한 남가주한국학원을 살려낸 것을 비롯해 도산 안창호 선생 동상 건립, 2003년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 항일독립운동의 성지로 꼽히는 LA 대한인국민회관 복원,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 설립 등 동포들을 위한 일이라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으며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한 이번 제73주년 광복절 모임 역시 전액을 홍 회장이 지원했다.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한 뜻깊은 로스앤젤레스의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고 보니 나라 안 상황이 궁금해졌다. 독립운동을 했던 선열들이 세상을 떠나고 그 뒤 1세들도 세상을 떴다. 이제 2세와 3세, 4세들로 이어지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1년에 한번만이라도 모두 모일 수 있도록 하는 행사가 국내에 있는지 궁금하다.

관 주도의 형식적인 행사가 아니라 각 곳에 흩어져 살고있던 후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선열들을 기리며 우정을 다지는 훈훈한 자리를 개인이 17년째 해오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아주 특별한 광복절' 행사는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1년에 꼭 한번 기다려지는 '잔치'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기자는 여성독립운동가인 임성실 지사(2015, 건국포장)의 증손녀인 머샤(Marsha Oh Bilodean) 씨를 비롯하여 차인재 지사(2018, 애족장), 강혜원 지사(1995, 애국장), 김도연 지사(2016, 건국포장) 등의 후손을 만나 대담을 나눌 수 있어 기뻤다.

이날 짧은 만남이 아쉬워 귀국(18일) 전에 다시 개별적인 만남을 갖기로 약속하고 '아주 특별한 독립운동가를 위한 광복절 잔치'가 열린 연회장을 나왔다. 이번 광복절 잔치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준 한인박물관의 민병용 관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발걸음이었던 만큼 이 자리를 빌어 민병용 관장의 노고에 감사 드리고 싶다.

아울러 미주지역 최초로 여성독립운동가 강연 자리를 마련해준 대한인국민회 배국희 이사장께도 고개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기자는 16일(현지시각) 오후 6시, LA 가든스윗호텔에서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강연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 강연문의: 로스앤젤레스 대한인국민회 323-733-7350, 이 기사를 신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여성독립운동가, #광복절, #로스앤젤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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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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