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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때리기 위해 국회를 함께 겨냥해야 한다. 단 옥석구분을 해야 한다."

어느 신문기사의 내용이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 '옥석구분'이라는 말은 우리 주변에서 적잖게 듣고 볼 수 있는 용어다. 대개 "옥(玉), 구슬과 석(石), 돌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언뜻 별 문제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용례는 본래의 '옥석구분'이 지니는 뜻과 전혀 상반된 의미로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옥석구분'이라는 말에서 '구분'이란 흔히 생각되는 '구분(區分)'이 아니라 '구분(俱焚)', 그러니까 '모두 구(俱)'와 '타다의 분(焚)'으로 이뤄진 성어이다.

이 '옥석구분(玉石俱焚)'이라는 말은 본래 중국 고대시대 기록인 <상서(尙書)ㆍ윤정(胤征)>의 "화염곤강, 옥석구분(火炎崑岡, 玉石俱焚)"에서 비롯된 성어이다. "곤륜산에 불이 붙어 옥과 돌이 구분 없이 모두 탔다"는 뜻이다. 이로부터 '옥석구분'은 "훌륭한 사람과 나쁜 사람, 혹은 선과 악이 가려지지 않고 좋지 않은 일에 휘말려들어 한꺼번에 재앙을 입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옥석구분'이라는 이 말은 대표적으로 본래의 의미와 상반되게 잘못 사용되고 있는 사례다. 심지어 학생들이 글쓰기의 모범으로 삼고 있는 신문의 사설에서도 오용되고 있다.

"사립대의 건전경영을 유도하는 '옥석구분'이 필요하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옥석구분 없이 현역 의원 영입에 혈안이 됐고 이 과정에서 새 정치에 걸맞은 젊고 참신한 인물은 보기 힘들었다."
"지금 국회를 정상화해도 시간이 모자란데 더 늦어지면 정기국회 말에 옥석구분 없이 무더 기 처리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은 지금도 계속 중이다. '옥석을 구분해야'라는 의미로 옥석구분'이라는 성어를 잘못 사용해서는 안된다. 정히 이 말을 쓰고자 한다면, '옥석을 구분해야' 정도로 '옥석'과 '구분'을 띄어쓰기해 사용할 경우 그나마 잘못 사용했다고 할 수는 없겠다.

"신문은 물론 지상파 방송, 종편 그리고 각종 잡지 등 수많은 매체에서 쏟아내는 정보로 숨이 막힐 정도입니다. 기자 또한 넘쳐나 옥석구분이 힘들 만큼 급변하는 언론환경은 정글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신문의 위기'가 거론됩니다."

한 신문사에서 수습기자 공채를 위한 알림글이다. 여기서도 '옥석구분'은 잘못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정말 신문의 위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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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단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받았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논어>, <광주백서>, <대한민국민주주의처방론>, <중국사 인물열전>,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유신과 전두환정권에 반대해 수배, 구속된 바 있으며,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