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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축복을 받은 땅, 스페인

여행을 하다보면 좀 더 머물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스페인 론다가 그런 곳이었습니다. 작고 소박한 도시 론다는 구경할 게 많아서가 아니라 뭔가 모를 정감이 갔습니다. 일찍이 헤밍웨이, 피카소, 릴케 등의 예술가들이 론다에서 애틋한 사랑을 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신비스런 자연과 인간의 역사가 어울리는 매력 같은 것 말입니다.

아쉬움은 늘 있는 법. 우리는 아찔한 느낌을 주는 타호협곡과 그림 같은 하얀 마을을 머리에 담고 스페인 문명의 시작점이 되었다는 세비아로 향합니다.

론다에서 세비아까지는 두 시간 남짓. 세비아에서는 어떤 감동의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를 안고 출발합니다.

우리는 도로를 달리면서 스페인 자연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스페인 남부지방의 평원은 아름다운 자연정원입니다. 하늘, 땅! 높고 푸른 하늘과 산하는 마음도 싱그럽습니다.

이런 곳에 미세먼지가 있을까요? 우리는 한껏 여유를 부리며 가이드에게 질문도 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며칠 스페인을 여행하니 많이 생산되는 과일이 뭔지 아시겠죠?"
"오렌지, 올리브."
"거기다 또 하나가 있어요. 포도예요?"
"스페인에서 포도도 많이 나나 보죠?"
"그럼요. 이탈리아, 프랑스 다음으로 스페인산 포도도 알아주죠."


태양의 축복을 받았다는 스페인 들녘. 엄청난 규모의 과일나무와 밀밭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태양의 축복을 받았다는 스페인 들녘. 엄청난 규모의 과일나무와 밀밭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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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300일 이상 뜨거운 태양이 내리 쪼이는 '태양의 나라' 스페인. 드넓은 평원에다 연중 따뜻한 기후까지 선물을 받았으니, 스페인은 태양의 축복이 내린 땅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축복받은 땅에서 태양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습니다. 낮은 산등성이는 과일나무, 평원에는 밀밭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누렇게 출렁이는 밀밭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여긴 1년 밀농사를 지으면 5년간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밀이 생산되죠."

누런 밀밭에서 우리나라 가을 벼수확을 앞둔 황금벌판이 연상됩니다. 스페인 밀밭은 거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짓습니다. 밀을 거둔 후 밀짚은 가축사료로 쓰인다고 합니다.

밀밭에 까마귀가 떼로 날아다닙니다. 까마귀가 밀밭에서 낱알을 훑어먹을 진데, 크게 개의치 않아 보입니다. 엄청나게 넓은 땅에서 까마귀 녀석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겠냐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해바라기꽃을 볼 수 있다니!

끝이 안 보이는 해바라기. 푸른 하늘과 너무 잘 어우렸습니다.
 끝이 안 보이는 해바라기. 푸른 하늘과 너무 잘 어우렸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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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해바리기 재배지. 론다에서 세비아 가는 길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 해바리기 재배지. 론다에서 세비아 가는 길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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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에서 세비아로 가는 길, 우리 눈을 의심케 하는 놀라운 광경이 또 하나 펼쳐집니다. 일행 중 한 분이 우리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으는 말을 던집니다.

"아니, 저 노란 게 다 뭐야? 해바라기 아닌가요?"
"뭐, 해바라기?"


점점이 박혀 있는 노란 해바라기 꽃물결.
 점점이 박혀 있는 노란 해바라기 꽃물결.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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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밖의 광경이 펼쳐집니다. 광활한 대지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해바라기 물결이 끝없이 출렁입니다. 차창 밖의 엄청난 해바라기 꽃들의 향연에 우리는 감탄사를 쏟아냅니다.

"맞아! 해바라기야. 노란 꽃물결에서 파도에 칠 수가!"
"해바라기의 환상적 춤사위에 숨이 막힐 지경이네!"
"스페인에서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꽃이 있을까?"


엄청난 해바라기꽃들이 만들어낸 꽃물결에 우리는 넋을 놓습니다. 한꺼번에 무더기로 핀 꽃들의 향연이 파도처럼 출렁입니다. 세상에 있는 해바라기는 여기 다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흔들리는 차창 속에서 잡힌 해바라기.
 흔들리는 차창 속에서 잡힌 해바라기.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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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벌판이 연상되는 밀밭과 노란꽃의 해바라기의 조화.
 황금벌판이 연상되는 밀밭과 노란꽃의 해바라기의 조화.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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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은 누런 밀밭과 노랑 해바라기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룹니다. 우리는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듭니다. 차가 흔들리던 말든 연신 셔터를 눌러댑니다. 나도 초점을 맞추려는데, 좀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감격스러워 하는 아내가 내게 질문을 합니다.

"소피아 로렌이 나온 영화 <해바라기> 있죠? 배경이 혹시 여기 아녔을까?"
"그곳은 러시아 땅이었는데..."


아내는 오래 전에 본 영화 <해바라기>에서 화면 가득 펼쳐진 해바라기꽃이 연상된다고 합니다. 영화 속의 화면이 이곳에서 오버랩 되는 모양입니다.

영화 <해바라기> 줄거리가 생각납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전쟁터에 나가 실종되고, 그가 죽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여주인공은 남편을 찾아 나섭니다. 러시아 해바라기 무덤에서 남편의 무덤을 찾지 못하자 살아있을 거라는 믿음은 더욱 확고해집니다. 결국 재회를 하게 되지만, 영화는 전쟁의 아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슬픔이 전개됩니다. 우리는 해바라기의 꽃말 '기다림'과 영화 속의 이야기가 겹쳐집니다.

"어떻게 줄을 맞춰 예쁘게도 심었지?"
"기계로 파종하고, 거둘 때도 콤바인으로 하겠죠!"


스페인에서 해바라기는 5월 하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면, 6월에 절정을 이룬다고 합니다. 우리 여행길에 해바라기 꽃물결을 볼 수 있어 행운입니다.

해바라기 얼굴의 미소에 마음이 절로!

해바라기는 북아메리카에서 식용작물로 재배하였다고 알려졌습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이후 스페인에 해바라기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해바라기는 많은 씨앗이 달리는데다 어디서든 잘 자라 널리 보급될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에서 해바라기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꽃이 태양을 닮은 데다, 압도적인 자태의 아름다움은 선풍적 인기를 누렸습니다. '태양의 나라' 스페인과 잘 어울렸기 때문입니다.

해바라기꽃은 수십 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이루어진 국화과에 해당하는 두상화(頭狀花)입니다. 그래 해바라기는 씨가 빽빽이 모이는 것입니다.

해바라기에 달린 많은 씨는 기름과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어 식용으로 먹고, 양질의 기름으로 만듭니다.

우리 집에 핀 해바라기꽃. 태양을 닮은 해바라기는 여름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냅니다.
 우리 집에 핀 해바라기꽃. 태양을 닮은 해바라기는 여름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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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라는 이름은 중국 이름 향일규(向日葵)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는 해를 따라 도는 습성이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습니다. 해바라기는 자라면서 햇빛을 따라 움직이는데, 꽃이 피고 나면 줄기가 굵어져 자기 몸을 돌리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일제히 한 곳만 바라보는 것은 어릴 때 만들어진 습성 때문입니다. 해바라기가 하루 종일 해를 바라본다고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무튼 일제히 같은 얼굴로 해맑은 미소를 짓는 해바라기! 론다에서 세비아 가는 길에 만난 엄청난 해바라기꽃들이 보낸 미소에 여행자는 지친 일상을 털어내면서 감동의 위로를 받습니다.


태그:#스페인, #해바라기, #해바라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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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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