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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혼섬의 교통수단 우아직
 알혼섬의 교통수단 우아직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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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에 알혼섬 북부투어가 시작된다. 우리팀 6명에 한국의 대학생 3명이 합류해 모두 9명이 우아직이라는 4륜구동형 차에 탄다. 군용으로 사용하던 것을 민간용으로 개조한 직사각형의 빵차다. 나는 앞을 가장 잘 내다볼 수 있는 운전석 옆자리에 앉는다. 후쥐르에서 알혼섬의 끝 하보이곶에 이르는 길이 비포장이어서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도로사정이 나빠 진동과 먼지는 기본이다. 7시간 투어를 하고 돌아올 때는 다들 한숨을 쉬었다.

첫 번째 관광지 하란치(Kharantsy)까지는 길이 비교적 순탄하다. 굴곡과 경사가 적어 이 정도면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란치 호숫가에 차를 세운 기사는 우리에게 10분의 시간을 준다. 우리는 물가까지 내려가기는 어려워 언덕 위에서 호수를 내려다본다. 호수에 두 개의 섬이 떠 있다. 하나는 이구아나 같고 다른 하나는 올챙이 같다. 오른쪽으로 모래사장 해변이 형성되어 있다. 오전이어선지 물속에 들어간 사람은 없다.

 하란치 해변
 하란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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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으로 1000m 내외의 산들이 호수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다음은 좀더 험준한 길을 넘어 삐스찬카(Peschanka)로 간다. 중간에 할가이(Halgai) 마을을 지난다. 고개를 넘으면서 길 주변으로 침염수림대가 나타난다. 인공조림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무의 굵기가 굵지 않고, 수종이 같기 때문이다. 황량한 알혼섬에서 숲을 보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한때 알혼섬의 중심이었던 삐스찬카
 삐스찬카
 삐스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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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 삐스찬카는 물가 해안사구에 발달한 마을이어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2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삐스찬카는 한 때 알혼섬에서 가장 번성한 마을이었다. 물가로 긴 모래사장이 발달해 있다. 배가 정박할 수 있는 축대와 인공말뚝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한때 선착장이 운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정치범 수용소가 있었다고도 하고 통조림 공장이 있었다고도 하는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설은 없다.

지금은 물가쪽에 길게 발달된 모래사장, 완만한 구릉 형태로 발달한 해안사구, 사구 쪽으로 자리 잡은 작은 주택들, 모래사장과 사구 사이에 발달한 관광시설지구가 있다. 사람들은 물가를 따라 주변을 살펴본다. 축대와 말뚝을 통해 호수 쪽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고, 모래사장 주변을 돌아보기도 한다. 그나마 볼만한 것은 관광시설지구에 있는 어부박물관(Fisherman House Museum)이다.

 어부박물관에 전시된 그물
 어부박물관에 전시된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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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는 어부들이 사용하던 어구와 이곳 감옥에서 사용하던 물건, 소비에트시대 생활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어구는 낚시, 작살, 그물, 배의 동력장치가 주를 이룬다. 어류도감도 보인다. 그리고 의류, 가구, 식기, 인형 등 삶에 필요한 물건도 보인다. 겨울 물이 얼었을 때 사용했을 법한 스케이트도 보인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물건을 전시해선지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침엽수림 사이로 난 길
 침엽수림 사이로 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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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 행선지 사간후슌(Sagan-Khushun)으로 간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험해진다. 경사도 심하고 길이 움푹 패인 곳도 가끔 있다. 침엽수립 사이로 난 패인 길에서는 SUV 차량들도 쩔쩔 맨다. 천천히 운전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이곳을 벗어나서도 황량한 구릉길을 수도 없이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길은 사사(Sasa)를 지나 사간후슌으로 이어진다. 사간후슌은 바위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최고의 전망대다.

최고의 전망과 경치 사간후슌
 사간후슌과 바이칼
 사간후슌과 바이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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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것은 세 개의 바위가 나란히 서서 바이칼 호수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세 개의 암벽은 호수 쪽에서나 보이지 섬에서는 잘 볼 수가 없다. 이들 바위는 흰색 바탕에 붉은 색이 가미된 점판암 계열이다. 또 절벽 끝에서는 오히려 북쪽 하보이곶으로의 전망이 좋다. 바위쪽은 절벽이지만 그 뒤로 펼쳐진 완만한 언덕에는 야생화들이 지천이어서 쉬어가기에 좋다.

옛날 부리야트 전설에 따르면, 알혼섬에 신적인 능력을 가진 아버지가 세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는 아들들을 독수리로 변신시켜 자유롭게 날 수 있게 하며, 죽은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내렸다. 아들들은 날개를 얻은 덕에 섬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살아있는 먹이를 구할 수 없었고, 배가 고파 죽은 고기를 먹고 말았다. 이에 화가 난 아버지는 그들을 세 개의 바위로 변하게 해 이곳에 머물러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로 변신하는 이야기,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바위로 변하는 이야기, 이것은 전 세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전설과 동화의 모티브고 유형이다. 동물로 변하는 형제 모티브는 동화적이고, 벌을 받아 바위로 변하는 모티브는 전설적이다. 그러나 삼형제가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악령과 싸우다 피를 흘리며 죽어 바위에 붉은 흔적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설과 민담은 이처럼 후대에 만들어진 스토리텔링이다.

알혼섬 최북단 하보이곶에서 점심을 먹다

 하보이곶
 하보이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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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간후슌에서 차를 10분쯤 달리면 알혼섬의 북쪽 끝 하보이곶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는 하보이곶의 뾰족한 끝지점까지 갔다 오고 점심식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1시간 30분 정도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우리는 먼저 언덕길을 따라 알혼섬의 끝에 있는 전망대까지 가면서 주변 경관을 살펴본다. 언덕의 중간으로 길이 나 있어 섬의 이쪽과 저쪽을 조망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광활하고 신령스런 느낌이다.

그 때문인지 몇 군데 당목과 신목에 오색천을 둘렀다. 알혼섬에서는 부르한곶과 하보이곶이 가장 신성시되는 장소인 것 같다. 상대적으로 길 오른쪽이 깎아지른 절벽이고 왼쪽이 완만한 경사를 가진 언덕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절벽 옆으로 난 가파른 길을 따라 하보이곶의 끝까지 갔다가 경사가 완만한 편한 길을 따라 돌아온다.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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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를 타고 이곳에 왔지만, 이렇게 험한 길을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도 있다. 하보이곶이 북부투어의 최종목적지여서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다. 길을 따라 야생화도 지천이다. 희귀한 에델바이스도 보인다. 호수로는 유람선이 유유하게 지나간다. 유람선은 쿠르쿠트에서 출발, 부르한곶에 정박한 다음, 이곳 하보이곶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간다. 알혼섬 북부투어와 유람선 투어는 환바이칼 열차 투어와 함께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바이칼 투어다.

1시간 정도 하보이곶을 트레킹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언덕에 모인다. 점심은 오물(바이칼호에 서식하는 물고기 - 편집자 말)을 넣은 국이라고 하더니 꽁치통조림을 넣은 감자국이다. 그것은 아마 오물이 귀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샌드위치와 꽁치감자국 조합이 어색하지만, 야외에서 먹으니 맛있다. 마지막으로 요구르트와 차를 후식으로 준다. 기사를 잘 만난 사람들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우리는 풀밭 위에서 했다.

마지막 절경 슌메(Shunme)
 슌메의 쌍유봉
 슌메의 쌍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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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가 넘어 왔던 길을 되돌아 후쥐르로 간다. 그런데 북서쪽 사면이 아닌 동쪽 사면의 명승지를 한 곳 더 들린다. 그곳은 슌메라는 쌍유봉(雙乳峰)이다. 이들 봉우리 가운데로 길이 나 양쪽을 다 올라가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곳 슌메가 어떤 면에서는 알혼섬의 젖줄이 될 수도 있겠다. 부르한곶과 하보이곶에 영적인 그 무엇이 깃들어 있다면, 슌메에는 육적인 그 무엇이 보여진다고나 할까?

슌메에 한 바퀴 둘러보고 나자 바람이 불고 날씨가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금세 기온이 떨어진다. 우리는 준비한 재킷을 걸친다. 북방의 기후는 순식간에 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서둘러 차를 타고 후쥐르로 돌아가기로 한다. 차창에 빗방울이 조금 떨어진다. 그러나 그게 지속되지는 않는다. 다행이다. 비가 오면 길이 질척거려 운전에 큰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후쥐르 마을
 후쥐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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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45분쯤 슌메를 출발한 우리는 5시쯤 다시 후쥐르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다. 중간에 삐스차나야에서 한 번 쉴 수 있었지만, 기사는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려고 잠시 쉬는 것도 허용하질 않는다. 저녁식사가 7시에 예약되어 있으니 2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우리는 그 동안 후쥐르 마을에 있는 향토박물관과 아트갤러리를 둘러보기로 한다. 시골마을의 작은 박물관, 기대는 안 했지만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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