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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 강북구에 살던 40대 남성이 고독사 하는 일이 일어났다. 공교롭게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달 살기를 하는 옥탑방 그 주변이다. 해당 남성은 6급 장애가 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고독사, 즉 무연고 사망에 대한 언론보도는 1인가구가 증가하는 요 몇 년 사이 지속적으로 많이 나오긴 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동안의 무연고 사망자는 2010명으로 집계되었다. 사회적 약자의 '외로운 죽음'이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요즘 같은 때 더운 여름에 혼자 쓸쓸히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마저도 모두에게 동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슬픈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다.

취약한 공동체에서는 사람이 더워서 죽는다

1995년 7월, 미국 시카고의 주민들은 기온이 섭씨 41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여름을 견뎌내야 했다. 일주일 간 이어진 폭염은 7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여기까지 보면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여름을 보내고 있는 2018년의 한국을 생각나게 한다. 이런 이례적인 폭염에 온열질환자 3500여명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50여명이 사망했다. 9월까지 이 폭염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가운데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폭염 사회 :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폭염 사회 :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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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사회적 재난이라 할 만하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의 <폭염사회>는 20여년 전 시카고에서 일어난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발생한 사회적 문제들을 사회학적, 사회역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당시의 폭염이 만들어낸 문제들은 단지 기후학자들만이 아니라 사회과학의 영역까지 끌어들여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지역 내 사회 환경의 중요성은 재난이 닥쳤을 때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뚜렷이 알 수 있다. 1990년 오번그레셤의 기대수명은 엥글우드보다 5년이 더 길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시카고를 비롯한 도시에 극심한 폭염이 닥쳤을 때 오번그레셤 같은 지역에 사는 것은 비유하자면 방마다 에어컨이 갖춰진 데서 일하는 것과 비슷하다. 기상이변이 발생했을 때 다른 곳보다 회복력이 강한 지역과 취약한 지역의 환경을 조사하는 것은 사회학자들이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 지구에서 삶과 죽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파편화된 개인은 폭염을 잘 대처하기 어렵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의 말년의 일상이나 관행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그들의 환경이 어떤지 알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니 저자의 말을 빌리면 "일반 대중 혹은 노인들의 고립이나 은둔의 정도에 관한 체계적인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되곤 한다.

범죄에 취약한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들은 폭염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도시에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사회적 회피와 은둔은 필수적인 방어전략이 된다는 사회학 연구가 있는데, 실제로 몇 십년간 시카고 사람들은 폭염에도 밖에 나오기보다 차라리 극심한 더위에 시달리는 것을 선택해왔다는 것이다.

범죄에 대한 우려 때문인데, 극단적인 상황 같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덥다는 이유로 밖을 쉽게 나가는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쉽게 고립된다.

쉽게 고립되고 은둔하는 개인이 폭염에 취약하다면, 사회적 소수자 '집단' 역시 폭염에 의한 피해가 크다고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지리학자 캐런 스모이어의 1980년 세인트루이스 폭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폭염에 의한 사망률은 지역의 빈곤, 저질 주택, 녹지 부족 등과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시카고 역시 이런 경향을 보였다.

(1995년 시카고의) 폭염과 관련하여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시카고 지역은 역사적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모여 사는 블랙 벨트(Black Belt)라고 불리는 남부와 서부에 집중되어 있다. 이것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사망률이 높은 지역이 남쪽에 있는 번사이드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기울어져 올라가다 가장 부유한 지역이자 무더위를 피하기 쉬운 노스사이드로 이어지기 전에 끝나기 때문이다.

폭염 사망률이 높은 상위 15곳의 커뮤니티 중 10개 커뮤니티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거주 비율은 94%에서 99%에 달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가 극심한 미국 사회에서 소수인종 집단은 폭염에 의한 피해도 편중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역학조사 결과를 한국에 직접적으로 대입할 수는 없다. 실질적으로 한국 또한 다문화라는 명목으로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지만 그 비율이 그렇게 크지 않고 다인종 국가라고 하기에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카고의 사례에서 주목할 지점은 사회적 안전망과 자원이 특정 계층, 지역에 편중되는 상황은 폭염과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결국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고, 주민들이 서로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환대하는 문화가 잘 잡혀 있으며 도시가 활기를 띨 때 폭염도 잘 견뎌낼 수 있게 된다.

사망률이 높은 지역들은 눈에 띄는 구성적, 환경적 특징도 가지고 있다. 빈곤율이 높거나, 노인이 많이 모여 살거나, 주택 환경이 열악하거나, 녹지대가 적은 지역의 주민들이 특히 극단적인 여름 기후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중략) 이러한 분석은 장소에 따른 몇 가지 위험 요인을 추가한다. 그 중에는 공공장소의 특성, 거리에서 벌어지는 상업활동의 활기, 지원 네트워크와 지원 단체의 중심적 역할, 지역의 사회적 형태에 대한 관심 등이 있다.


정치적 무책임과 미디어의 재난 스펙터클

태양을 피하고 싶은 해바라기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2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매화리 해바라기밭에 핀 해바라기들이 태양을 등지고 있다.
▲ 태양을 피하고 싶은 해바라기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7월 2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매화리 해바라기밭에 핀 해바라기들이 태양을 등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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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사회적 연대가 작동한들, 결국 정치와 미디어가 이 문제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실질적인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에 따르면,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관이나 구급대원들이 폭염에 쓰러져가는 주민들을 이송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현장과 관리자들 사이의 소통이 잘 되어야 하지만, 공중보건 위기 관리를 해본 경험이 부족해 응급대처가 늦어지는 일이 잦았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소방부에는 서비스 요청 건수와 내용을 모니터링하는 중앙 시스템이 없었"고 관계자들 간에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 차질을 빚고 있었던 것이다.
몇몇 구급대원은 당시 소방관들이 담당했던 소방부 지도부가 현장에서 대원들이 올린 보고서를 믿지 못해 소환 명령을 내리거나 시 정부에 추가 자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급대원 스태튼은 이렇게 설명한다. "문제는 그들이 위험을 인식한 대원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는가입니다. 그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의심스러운 대목은 그들이 과연 이메일 보고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나 했냐는 것입니다."

게다가 상원 청문회에 소환된 소방총감은 현장의 구급대원들과 경찰관들의 책임이 크다며 그들이 태만한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물론 일선 구급대원들은 소방총감의 발언에 분노하며 구급차를 추가 투입하지 않으려고 했던 점을 들어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 비용을 생각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말이다.

정치적인 책임이 있는 이들이 자신의 일을 소극적으로 하는 것이 문제였다면, 미디어는 너무 적극적으로 폭염이라는 재난을 보도하는 데에 혈안이 되었던 것이 문제였다. 그러니까 한국이 늘 겪고 있는 문제로 비유하자면, 자극적인 보도에만 집중한 것이다.

이는 관료들의 정치적 무책임과도 연결된다. 이미 폭염이라는 사건의 존재를 부인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폭염에 의한 사망이 사회적 문제가 맞느냐는 회의주의를 퍼트렸고, 여기에 장단을 맞춘 언론은 진지한 문제제기보다는 재난이 보여주는 스펙터클에 집중했다.

사건의 치명적인 성격에 영향을 미친 사회적, 정치적 조건에 관한 진지한 조사나 진실을 밝히려는 공개 토론을 하는 대신, 대부분의 보도는 폭염을 자연재해와 사회적인 구경거리로 규정하여 새롭거나 긴급한 소식을 전하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사회면 소식만을 전했다.

(중략) 폭염이 치명적으로 변했을 때, 사진기자들은 새롭고 훨씬 강력한 시각적인 재료를 얻을 수 있었다. 수백 구의 시체가 쌓여 있는 쿡 카운티 시체안치소, 그보다 더 많은 시체를 싣고 있는 냉동트럭으로 가득한 주차장, 넋이 나간 구급대원 등의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취재하기도 쉬웠다. 그런 이미지를 포착하고 싶은 기자들은 장면을 찾으려고 도시를 배회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시체안치소 주차장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완벽한 이미지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상 이야기한 것들은 1995년 시카고에서 있었던 일들이다. 클라이넨버그 교수가 이 책을 처음 출판한 해는 2000년으로,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이다. 18년이 지나서야 <폭염 사회>가 번역될 수 있었던 것에는 어쩌면 이런 자연재해의 문제가 사회학적, 사회역학적 분석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이제야 생겨나고 있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기후학이 밝혀내지 못하는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언어화해야 할 필요가 이제는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왜 이렇게 더운가'를 밝혀내는 것만큼 '누군가는 폭염 때문에 죽지 않는데 누군가는 왜 죽는가'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옥탑방에서 고독사했던 남성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 보자. 이제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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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판 담당 기자로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ohmybook20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