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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재해수욕장 잔 모래라 아이들이 놀기에 알맞다. 비취색이라 은색 모래와 조화를 이룬다.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 그리고 완만한 경사, 풍광이 아름답다.
▲ 협재해수욕장 잔 모래라 아이들이 놀기에 알맞다. 비취색이라 은색 모래와 조화를 이룬다.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 그리고 완만한 경사, 풍광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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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 이구동성이다. 신조어도 생겼다. 서프리카. 서프리카는 서울과 아프리카의 합성어다. '온열질환'에 대한 경고도 뒤따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지열을 낮추기 위해 도로에 물을 뿌리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일단 떠나기로 했다. 어디로 가야 하나.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섬 제주도다. 볼수록 신비와 경이로움이 가득한 섬이다. 가족끼리지만 수년째 이어져 온 피서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고민이 필요 없다. 올레길 한두 군데, 새로운 명소 몇 군데 정도면 충분하다.

집을 나설 때 느끼는 감정은 우선 해방감이다. 특히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조금은 들뜬다. 주위 분위기 탓인지도 모른다.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이륙하고 눈 아래 펼쳐지는 아파트 숲, 웅장하던 건물들이 점점 작아지다가 하나의 점이 되어 살아진다. 그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전투구의 삶도 아래 세상의 일인 것처럼 멀어져 간다.

순간 펼쳐지는 하늘 위의 무릉도원... 환상인가. 오늘따라 유난히도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운해다. 햇빛을 받아 하얗게 피어나는 꽃이다. 흩어질세라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제주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파란 하늘과 구름이 있기 때문이다.

협재 해수욕장
협재해수욕장 손녀들이 바다에 들어가자 마자 천방지축 뛰어논다. 계획에 없는 탓에 수영복을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어쪄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나역시 더위가 확 달아나는 기분이다.
▲ 협재해수욕장 손녀들이 바다에 들어가자 마자 천방지축 뛰어논다. 계획에 없는 탓에 수영복을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어쪄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나역시 더위가 확 달아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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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들러 가기로 했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다. 제주공항에서 한림 항을 지나 서귀포 길목이다. 작은 포구 같은 허술함(?) 때문에 매번 지나쳤다. 가는 은모래와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낮아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는 알맞다.

오전 10시, 이른 탓인지 주차장에 차(렌트)를 댈 수 있는 있는 행운을 얻었다. 공영주차장인 듯 주차료는 무료이고 대신 파라솔이나 편상 등을 대여하고 있는 듯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손녀)들이 바닷물로 재빨리 뛰어든다.

비취색 바다와 끝없는 수평선이 멀리 펼쳐진다. 하얗게 밀려드는 파도에 아이들이 밀려왔다가 밀려간다. 모래성을 쌓고 해초를 물속에서 찾아 던지며 즐거워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처럼 작은 것에 대한 즐거움을, 고마움을 느끼며 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후 3시, 아이들을 겨우 달래서 다음 여정에 올랐다. 짜인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서가 주목적이다. 가다가 쉬었다 가면 그것이 바로 우리 가족의 피서법이다. 지금은 펜션 등 숙박시설에도 수영시설이 되어 있는 곳이 많다. 숙소에서 더위를 피하기도 한다.
              
송악산 트레킹


다음날 아침. 비가 내릴 것 같다. 날씨가 후덥지근하고 습기가 많다. 트레킹을 하기에는 무리다. 나름 잔머리를 굴린다. 더위도 피하고 올레길 한 코스 정도는 돌겠다는 각오와는 달리 포기할 구실을 찾아... 하지만 희망자 대부분이 강행키로 해 따르기로 했다.

송악산 옆 제주도 판 바람의 언덕, 바람이 세차게 불어 억새가 한쪽으로 쏠린다. 언덕 위에 오르니 산방산과 마라도, 가파도가 아스라이 눈에 들어온다. 위치가 너무 좋아 보여주고 싶었다는 해설하시는 분의 설명이다.

이곳은 제주도민의 아픔의 흔적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대가 비행장으로, 지하벙커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국유지다. 원주민들이 임대해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한 업체가 호텔을 지으려 한다고.

드넓은 초원과 유채꽃이 만발한 산방산 주변만 돌아보거나 사진 찍기에 바빴던 제주도 여행의 들뜨기만 했던 추억들.... 조금이라도 과거의 역사를 돌아볼 생각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제주도민을 강제동원해서 만들었다는 지하벙커, 땅굴, 비행장, 터널의 흔적이 우리가 기억해야할 아픈 역사다. 제주의 368개의 오름 중 땅굴 진지가 120여개나 된다는 설명이다.

본격적인 트레킹이다. 긴 코스는 아니지만 무더운 날씨라 긴장은 된다. 올레 10코스 중 송악산(절오름)코스다. 송악산 우측 해송림을 따라 완만한 경사 길이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부랴부랴 우의를 걸쳤다. 땡볕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가파도 제주도 최남단 마로도와 모슬포 사이의 유인도다. 인구는 170 여명 이며 청보리 축제 등으로 알려져 있다.
▲ 가파도 제주도 최남단 마로도와 모슬포 사이의 유인도다. 인구는 170 여명 이며 청보리 축제 등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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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 길이 끝나고 해안길, 좌측으로 목장인 듯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밑으로는 주상절리 낭떠러지다. 그리고 멀리 가파도가 보일 듯 말 듯 눈에 들어온다. 일제강점기 잠수정, 작은 배 등을 이용해 폭탄을 싣고 자살 공격을 위해 만들었다는 특공 기지도 보인다.
형제바위 처음 볼 때는 베트남 하롱베이의 키스바위 인줄 착각할 정도로 닮았다. 핵가족 시대에 형제간의 우의도 전만 못하다. 저 마주 보는 형제바위처럼 형제간, 가족간 정이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형제바위 처음 볼 때는 베트남 하롱베이의 키스바위 인줄 착각할 정도로 닮았다. 핵가족 시대에 형제간의 우의도 전만 못하다. 저 마주 보는 형제바위처럼 형제간, 가족간 정이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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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도착했다. 북쪽으로 산방산, 동쪽으로 형제바위, 마로도, 가파도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씩 내리던 비도 그쳤다. 형제바위나 가파도는 처음이다. 전혀 모르거나 관심 없이 지나쳤거나....
퇴적암 오른쪽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 몇 만년 인류의 삶의 애환을 쌓아논듯 겹겹히 사연이 있음직하다. 흡사 나이테 처럼...
▲ 퇴적암 오른쪽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 몇 만년 인류의 삶의 애환을 쌓아논듯 겹겹히 사연이 있음직하다. 흡사 나이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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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말  말 두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멀리 형제 섬의 두 바위와 어울려 묘한 여운을 남긴다.
▲ 흰말 말 두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멀리 형제 섬의 두 바위와 어울려 묘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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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회색 바다의 풍광을 즐기는 사이 낭떠러지에 걸려 있는 암석이 눈에 들어온다. 퇴적암이다. 멀리 산방산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다. 몇 만 년 동안 층층이 쌓아올린 자연이 만들어 놓은 최고의 걸작이자 유산이다. 왼편 초원에는 흰말 두 마리가 형제처럼 사이좋게 풀을 뜯고 있다. 멀리 형제바위와 서로 사랑 경쟁이나 하는 것처럼...

송악산 정상은 안식을 위해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오를 수가 없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트레킹이라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알뜨르 비행장과 지하벙커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나에게는 더 큰 성과라면 성과다.

애월 해안도로


제주도 마지막 날이다. 며칠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한림을 거쳐 애월 해안도로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이곳에서도 행운을 만났다. 애월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지만 아마추어 여행자인 나는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마라도의 짜장면은 알아도 일제 강점기 제주인의 아픈 역사의 흔적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처럼...
일몰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가다가 일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뛰어나지만 석양 노을이 있는 일몰이 단연 의뜸이다. 가족 모두가 행운이다고 기뻐했다. 1 시간 여를 노을과 함께 했다.
▲ 일몰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가다가 일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뛰어나지만 석양 노을이 있는 일몰이 단연 의뜸이다. 가족 모두가 행운이다고 기뻐했다. 1 시간 여를 노을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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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구름 속에서 머리를 뾰족이 내민다.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다. 서서히 하늘을 빨갛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일몰을 종말, 낙화 등으로 비교하여 싫어하기도 한다지만 얼마나 아름다운가.

떨어져 뒹구는 꽃들의 추함보다는 백배 화려한 퇴장이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늘과 바다를 빨갛게 물들이고 조용히 사라져가는 태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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