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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냉면. 사진은 부원면옥의 평양냉면이다.
 여름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냉면. 사진은 부원면옥의 평양냉면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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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체온을 넘을 정도로 더웠던 이번 여름더위도 이제야 조금씩 끝물에 접어들어간다. 일부 보도에서는 추석 넘어서까지 더위가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밖에 나오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찌는 더위에서 수긍할 수 있는 더위가 되었다. 말복을 지나면 체감기온도 조금씩 내려가고, 등골을 적셨던 땀도 조금씩 줄어들 생각에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 말복에는 여름 내내 더위에 고통받았던 속을 얼음장같이 차가운 국물을 쭉 들이켜 조금이나마 가까워지는 가을에 적응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차디차게 만들어진 고깃국물이나 육수 등을 입 안에 가득 물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순간 여름이 저 멀리로 날아간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찬 국물요리를 모아보니 찬 국수요리가 대다수이긴 하다. 한강 동부 유역의 유원지변에 모여있는 초계국수부터, 남북 화해의 바람을 타고 서울에서 즐기는 평양냉면, 그리고 KTX로 두 시간이면 방문할 수 있는 포항에서 만나는 물회, 세상 처음 만나는 특별한 맛을 지니고 있는 진주냉면과 '메밀꽃 필 무렵'이 생각나는 봉평 일대의 막국수까지 한 그릇에 다 담아보았다.

못 보던 한강변, 처음 느끼는 새콤한 맛
 초계국수 한 젓가락이면 집 나갔던 입맛도 다시 돌아온다.
 초계국수 한 젓가락이면 집 나갔던 입맛도 다시 돌아온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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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하면 가장 먼저 강변에 깔린 아파트단지와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서울 시계를 지나 만나는 미사와 팔당 쪽의 한강은 우리가 늘 보던 한강의 모습과 꽤나 많이 다르다. 차보다 자전거가 많이 보이는 한강변의 모습이 이색적이고, 아파트의 일직선 대신 부드럽게 뻗은 산의 선을 만날 수 있는 것 역시 이색적이다.

맛 또한 이색적인 초계국수를 미사리와 팔당에서 만날 수 있다. 닭 육수를 차게 만들어 겨자와 식초 등을 곁들인 다음, 면과 새콤하게 양념한 닭가슴살을 함께 먹는 초계국수는 여름 더위를 날리기에 좋다. 묵직하지 않은 가벼운 육수 맛이 여름 동안 더워졌던 속을 식히고, 새콤한 닭가슴살과 면을 함께 먹으면 집 나갔던 입맛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

미사리와 팔당 유원지로 가는 길은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있어 서울에서부터 쉬지 않고 이 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와도 좋다. 초계국숫집은 미사리와 팔당유원지 일대에 많은데, 유명한 초계국숫집도 좋지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향하는 것도 좋다. 초계국수를 먹은 뒤에는 팔당대교를 건너 다산유적지로 향해도 좋고, 여러 매체의 배경이 되었던 두물머리로 향해도 좋다.

차디차 몸이 떨려 평양 냉면, 냉면~

 평양냉면은 독자적인 팬층을 형성한 '신앙'과 같은 음식이 되었다. 사진은 남포면옥의 평양냉면.
 평양냉면은 독자적인 팬층을 형성한 '신앙'과 같은 음식이 되었다. 사진은 남포면옥의 평양냉면.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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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냉면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은 메밀면에 여러 고기육수와 동치미를 적절하게 섞어 만든 평양냉면을 처음 떠올릴 테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숱한 '평냉 마니아'를 낳고 있는 평양냉면은 슴슴한 첫 맛에 놀라고, 먹을수록 깊은 맛에 놀라고, 그리고 뒤돌아 선 다음 다시 당기는 냉면의 오묘한 뒷맛에 마지막으로 놀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뭇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평양냉면은 원래 겨울에 동치미 국물과 함께 메밀면을 먹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일제강점기부터 냉장고가 발달하고 사회가 발달하면서 여름 음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단다. 지금의 중국집에서 배달을 해먹듯 당시에는 설렁탕과 냉면 배달을 많이 했고,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름의 평양냉면을 찾는 등 더운 여름의 구원자가 되었다.

평양냉면의 맛은 면발과 육수, 고명, 심지어는 담는 그릇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냉면집마다 단골이 다르고, 심지어는 '나는 우래옥파, 너는 필동면옥파'라고 하면서 냉면집의 '팬'끼리 인터넷에서 맞서는 경우도 많다.

자신에게 딱 맞는 평양냉면을 찾고 싶다면 경향신문의 '랭면의 취향' 인포그래픽을 참조해 보거나, 백헌서와 최혜림 공저 <냉면열전>(인물과사상사)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냉면 처음이지? 진주냉면

 진주냉면은 오묘한 그 맛이 뭇 사람들을 설레게 만든다.
 진주냉면은 오묘한 그 맛이 뭇 사람들을 설레게 만든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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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던 일제강점기, 평양냉면과 자웅을 겨루던 냉면이 전해진다. '서북에 평양냉면, 영남에는 진주냉면'이라고 이름을 날렸을 정도의 진주냉면이 바로 그것인데, 해물과 고기육수가 섞인 묘한 맛에 옛날부터 해장에 좋은 음식으로 이름을 알렸다고 한다. 한때 진주냉면 자체가 사라졌던 적도 있지만 지금도 몇몇 진주냉면집이 진주 일대에서 명맥을 잇고 있다.

진주냉면을 한 입 들이키는 순간, 냉면 하면 평소 생각하는 맛과 전혀 다른 맛에 놀라게 된다. 해산물 국물의 맛이 입 안을 한 번 훑고 지나간 뒤 고깃국물의 향이 조금씩 입 안에 감돈다. 면발 역시 쫄깃한 맛이 꽤나 어울린다. 경남 서부지역의 국수의 고명으로 꼭 들어간다는 육전 역시 차가운 냉면과 만나 오묘한 맛이 난다. 그래서 한 그릇 뚝딱 다 먹으면 산해진미를 다 입안에 넣은 기분이 된다.

진주는 부산, 서울 등에서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시외버스나 KTX를 타고 진주 시내로 들어오면 된다. 진주냉면은 '하연옥'을 가장 맛집으로 꼽고, 최근 수도권에서도 분점을 만날 수 있는 '박군자 진주냉면'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진주냉면만으로 여행을 끝내기 아쉽다면 현재도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진주성을 둘러보고, 저녁으로 진주비빔밥을 먹어도 꽤나 좋다.

물회 하면 여기죠, KTX로 두 시간 포항
 물회는 포항 사람들의 소울푸드 그 자체이다.
 물회는 포항 사람들의 소울푸드 그 자체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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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풍경은 무엇일까. 영일만 끝 호미곶 바다 위에 솟은 '상생의 손'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고, 24시간 쉼 없이돌아가는 포항제철의 모습이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중에는 포항 어딘가의 물회집에서 맛본 발간 물회국물의 맛을 떠올릴 사람도 있지 않을까. 포항의 겨울에는 과메기가 있다면, 여름에는 물회가 있다고 할 정도로 물회는 포항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잦은 고기들이 썰어져 올라가는 물회는 마치 수족관을 연상케 한다. 가자미, 오징어, 전복, 광어, 도다리 같은 갖은 해물들이 회로 올라간다. 바닷속 해초같은 갖은 채소와 양념장이 물회를 그득하게 만든다.

기호에 맞게 얼음 가득한 냉수를 얹어 시원하게 즐기면 커다란 바다 수족관을 입 안에 넣는 느낌이다. 물회에 소면을 말아먹어도 좋은데, 현지에서는 따끈한 밥을 가득히 말아서 먹기도 한다.

포항은 KTX로 쉽게 갈 수 있다. 서울에서 1시간에 한 대씩 다니는 KTX로 2시간 30분이면 포항에 도착한다. 포항 북구의 죽도시장과 북부시장 인근에 맛 좋기로 소문난 물회집이 몰려있다. 물회를 먹은 다음에는 죽도시장을 둘러보아도 좋고, 구룡포나 호미곶을 찾아 바다를 느껴도 좋다. 해가 진 밤 영일대 해변을 찾아 포항 밤바다를 느끼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막국수도 시원하고, 봉평의 여름도 시원하고

 막국수는 심심한 맛 그 자체가 매력이다.
 막국수는 심심한 맛 그 자체가 매력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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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늘 새콤달콤하고 자극적인 것을 먼저 찾지만,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이 당길 때도 꽤 많다. 그간 강원도 바닷가나 춘천의 닭갈비집에서 먹었던 막국수의 맛이 그리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메밀의 산지로 가서 막국수의 향을 그대로 즐기는 것은 어떨까.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되었고, 지금도 9월이면 메밀꽃이 하얗게 피어나는 봉평에서 말이다.

강원도의 음식이 대부분 심심하다지만 막국수는 그 정점에 서 있다. 그것이 오히려 장점이 된다. 메밀의 맛과 동치미 국물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막국수의 고명 아래 있는 양념을 풀어 집집마다 다 다르다는 막국수 국물을 시원하게 들이키면 여느 계곡이 부럽지 않고, 메밀전병 한 입과 함께 막국수 면을 입에 넣으면 봉평의 여름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든다.

봉평은 찾아가기 어렵지 않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장평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장평에서 환승하여 봉평으로 가면 된다. 봉평읍내에는 막국수 거리가 가득한데, 어떤 곳을 들어가더라도 좋은 맛을 낸다.

막국수를 먹은 다음에는 이효석문학관을 찾아가보자. 그의 작품세계와 일생을 모두 돌아본 뒤 문학관 마당으로 나오면 10월의 수확을 기다리는 메밀밭의 초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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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교통 칼럼도 날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대딩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