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소속 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경쟁 속에서 투수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다저스의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이 예전에도 앓았던 지병인 심장 박동 이상 증세로 인하여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이다. 2013년 6월부터 다저스 뒷문을 굳건히 지키던 잰슨의 이탈로 다저스는 한동안 투수 운영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잰슨은 8월 10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원정 일정 도중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혼자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갔다. 해발 1600m가 넘는 덴버에 도착한 뒤 심장 박동에 이상을 느꼈고, 심장 질환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잰슨은 팀 일정을 함께 할 수 없게 됐다. 잰슨은 부정맥 증상에 관련된 치료를 받기 위해 최소 4~6주 가량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이에 잰슨은 10일 부상자 명단(10 Days Disabled List)에 올랐고, 잰슨의 빈 자리에는 스위치 투수 팻 벤디트가 콜업됐다. 1985년 생의 벤디트는 왼손잡이이지만 공을 던질 때 상대 타자에 따라 양손을 모두 활용한다. 스위치 타자를 상대할 때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에 양손 투수 특별 규정까지 신설되었을 정도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투수다.

이전에도 심장 질환 앓았던 잰슨, 8~9월 공백 불가피

다저스, 컵스 꺾고 NLCS 2승째 2016년 10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로스엔젤레스 캔리 잰슨이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MLB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경기를 펼치고 있다.

▲ 다저스, 컵스 꺾고 NLCS 2승째 2016년 10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로스엔젤레스 캔리 잰슨이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MLB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EPA


1987년 네덜란드령 퀴라소 출신의 잰슨은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다저스에 입단할 때 포수로 입단했다. 그러나 입단 이후에도 체격이 계속해서 성장했고, 타격 부진으로 인하여 2009년 투수로 전향하여 우투양타 투수가 됐다. 전향 이후 마이너리그 수련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승격된 잰슨은 2012년 다저스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2012년 8월 잰슨은 경기 도중 갑작스럽게 통증을 호소했다. 검사 결과 좌심방 조직 이상으로 인한 심장 박동 불규칙 증세가 드러났고, 이후 10경기에서 부진한 뒤 결국 심장 수술을 받으며 한시적으로 마무리투수 자리를 내려놓게 됐다. 잰슨의 공백으로 다저스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브랜든 리그를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겨울에 3년 2200만 달러 재계약까지 했다.

심장 수술을 받고 겨울에 충분히 쉬었던 잰슨은 일단 2013년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마무리를 맡은 리그가 셋업맨 로날드 벨리사리오 등과 함께 방화를 저지르면서 다저스는 한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까지 처지는 위기를 맞이하고 말았다.

결국 6월에 다저스는 투수 보직 이동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은 잰슨을 다시 마무리투수로 돌리고 리그와 벨리사리오는 필승조에서 추격조로 역할을 바꿨다. 다만 잰슨의 건강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8월에는 부상 회복 이후 팀을 찾고 있던 브라이언 윌슨을 추가 영입하며 잰슨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마무리투수로 복귀한 잰슨은 2013년 76.2이닝 111탈삼진이라는 위력적인 구위로 16홀드 28세이브 평균 자책점 1.88의 위력적인 시즌을 보냈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며 NLCS 3차전 류현진의 7이닝 무실점 승리를 지켜주기도 했다. 이후 다저스의 뒷문을 굳건히 지킨 잰슨은 2017년부터 다저스와의 5년 8000만 달러 계약을 적용받고 있다. (2019 시즌 후 옵트 아웃 권한)

2013년 복귀 이후 잰슨의 심장은 그 동안 경기력에 영향을 주지 않고 건강했다. 그러나 이번 덴버 원정 때 이상 증세로 병원에 후송되었고, 결국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 치료를 받기로 했다. 그나마 수술까지 가는 심각한 상황은 아니고 어느 정도 휴식과 관리를 해 주면 포스트 시즌에는 출전할 수 있는 상태인 것이 다저스로서는 다행이다.

당분간 집단 마무리 체제, 투수들의 전반적 보직 이동도 불가피

잰슨의 부상 이탈과 관련하여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입장을 밝혔다. 당장은 스캇 알렉산더를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기용하고 있으며, 세이브 상황에서는 상대 팀이나 타자들에 따라 등판할 투수를 결정할 것임을 밝혔다. 다만 잰슨에 대한 정확한 소견까지는 듣지 못했다는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현재 다저스의 남아도는 선발투수 자원들 중 불펜에 적합한 투수들이 불펜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단 로버츠 감독은 어깨 수술에서 회복한 뒤 재활 등판을 치르고 있는 왼손 선발투수 훌리오 유리아스도 불펜으로 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원래 계획은 재활 등판에서 4이닝 정도 던지게 한 뒤 확장 로스터에 맞춰 선발투수나 롱 릴리프로 합류하는 시나리오였는데, 경우에 따라 일찍 복귀하여 왼손 타자 스페셜리스트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인 오른손 투수 마에다 겐타가 불펜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마에다가 선발투수로서 못 던져서 그런 것은 아니다. 마에다는 11일 경기에서도 선발로 등판하여 5.1이닝 6피안타 3볼넷 7탈삼진 3실점으로 자신의 역할은 충실히 했다. 마에다는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고, 다저스는 오승환이 휴식을 취한 로키스의 불펜을 전혀 공략하지 못하다가 7회말에 4-5 역전패를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에다의 불펜 전환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는 마에다가 불펜에서 등판했을 때 다른 선발 요원들에 비해서 잘 던졌기 때문이었다. 마에다는 지난 해 정규 시즌에서 불펜으로 4경기에 등판하여 8이닝 2자책을 기록, 1승 무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2.25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지난 해 포스트 시즌에서는 아예 불펜으로만 9경기에 등판하여 10.2이닝 10탈삼진 1실점을 기록, 2승 무패 2홀드 평균 자책점 0.84로 승부처에서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마에다는 올 시즌 선발로 20경기에 등판하여 107.2이닝 6승 7패 평균 자책점 3.85를 기록하고 있다. 나름 제 역할은 다 하고 있으며, 불펜으로도 2경기에 등판하여 1.1이닝 무실점 1승 무패를 기록했다. 2경기 중 1경기에서 세이브 상황이 아닐 때 마무리투수로 등판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마무리투수로도 등판할 수 있다.

일단 11일 경기에서 마에다가 5.1이닝을 던졌기 때문에 그는 최소 4일의 휴식은 취해야 한다. 그 동안에는 다른 투수들을 마무리로 돌려 써야 하며, 선발 로테이션이 다시 한 바퀴를 돌았을 때 마에다를 포함하여 다저스 전체 투수들의 역할을 재분배할 가능성이 있다. 선발투수들 중에 극심하게 부진한 선수는 없기 때문에 성적보다는 등판 루틴에 따른 컨디션 변화에 따라 역할을 바꾸게 될 예정이다.

돌발 상황 맞이한 다저스 투수 운영, 류현진에게 영향은?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자료사진)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다저스는 일단 마에다와 워커 뷸러(우), 리치 힐(좌)이 선발로 등판하여 덴버 원정 일정을 마치게 된다. 그리고 14일부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맞대결 이후 선발 로테이션을 재조정해야 한다. 일단 로스 스트리플링과 알렉스 우드가 곧 복귀할 예정이고, 류현진이 마이너리그 재활 경기를 한 번은 더 치를 예정이었다.

마에다가 불펜으로 전환될 강력 후보(?)가 되는 바람에 류현진은 어쩌면 잰슨 때문에 선발 로테이션 경쟁자가 한 명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 잰슨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된 벤디트가 메이저리그에서 꾸준히 자리를 잡는 투수는 아니기 때문에 류현진이 복귀하면 다시 마이너리그 로스터로 옮길 수도 있다.

류현진도 지난 시즌 불펜으로 1경기에 등판하여 4이닝 세이브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구단 트레이너 등 의료진들은 류현진의 불펜 기용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류현진의 투구 루틴 등을 감안했을 때 휴식이 짧고 불규칙적인 구원 등판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결국 포스트 시즌에서 선발 로테이션 자리가 부족해서 류현진은 지난 해 포스트 시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팀 훈련만 동행했다.

물론 마에다가 불펜으로 간다고 확실히 장담할 수는 없다. 류현진이 복귀하게 되면 다저스는 기존에 클레이튼 커쇼와 우드 그리고 힐까지 무려 4명의 왼손 선발투수가 있다. 오른손 투수에 뷸러와 스트리플링이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풀 타임 선발로 등판한 경험이 없다. 뷸러와 스트리플링이 갑자기 너무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이들을 한시적으로 불펜 전환할 수도 있다.

기존 선발투수들 중 불펜 전환이 필요한 이유는 꼭 잰슨 때문은 아니다. 뷸러와 스트리플링의 이닝 조절 차원도 있고, 부상에서 복귀하는 류현진에게도 한 번에 너무 많은 이닝을 맡기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허리 부상 이력이 있는 에이스 커쇼도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발투수들이 5~6회까지 던진 다음, 필승조로 넘어가기까지 이닝을 책임져 줄 수 있는 두 번째 투수가 필요한 셈이다.

정규 시즌 남은 45경기, 가을야구 향한 다저스의 최대 고비

일단 로버츠 감독은 잰슨의 부상 이전에는 6인 선발 로테이션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잰슨의 부상으로 인해 투수 운영의 변경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투수들을 운영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64승 53패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하 디백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공동 선두를 지키고 있는 다저스에게 이제 정규 시즌 경기는 45경기가 남았다. 라이벌 자이언츠, 시애틀 매리너스(인터리그 원정),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텍사스 레인저스(인터리그 원정), 디백스, 뉴욕 메츠와의 경기까지는 대부분 홈 경기 일정이다.

그런데 9월 8일부터 다저스는 로키스, 신시내티 레즈 그리고 카디널스로 이어지는 지옥의 원정 10연전을 치른다. 원정 10연전에서 돌아오면 휴식 없이 로키스와의 3연전까지 또 치러야 하루의 휴식이 생긴다. 여기서 하루 휴식을 갖는 다저스는 파드리스(홈 3연전), 디백스(원정 3연전), 자이언츠(하루 휴식 후 원정 3연전)와의 경기를 끝으로 정규 시즌을 마친다.

문제는 남은 일정들 중에서 아직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팀들을 꽤 많이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매리너스가 실로 오랜만에 아메리칸리그 와일드 카드에 도전하고 있으며, 카디널스 역시 아직까지는 포스트 시즌에 대한 도전을 대놓고 포기하진 않았다. 최악의 경우에는 디백스와 로키스를 상대로 시즌 마지막 날까지 정규 시즌 우승 또는 와일드 카드 자리를 놓고 다퉈야 할 수도 있다.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잰슨의 심장에 부정맥 증세가 발생했다. 빠르면 9월 중순에 합류할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정규 시즌 막판까지 합류가 힘들 수도 있기 때문에 남은 45경기를 모두 집단 마무리 체제로 돌릴 수만도 없는 일이다. 마에다의 마무리 전환 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팀 동료의 부상은 아픈 소식이지만, 류현진에게는 이래저래 기회의 폭이 좀 더 넓어지게 됐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이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이 될지 메이저리그 경기가 될지도 불확실하지만, 류현진에게 중요한 역할이 부여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로버츠 감독이 투수 운영에 대해 어떤 결단을 내릴지, 그리고 류현진이 다음 등판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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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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