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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경
 청와대 전경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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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일자리수석실 행정관이 수석실의 권한 밖인 문자·통화내역 조사 등을 언급하며 경기도 산하기관 직원을 고압적인 언사로 몰아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고압적인 언사를 당한 직원은 "협박이라고 느껴졌다"고 호소했다.

해당 행정관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면서도, "해당 기관이 용역사업 계약을 부당하게 진행한 '갑질'을 지적하는 와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해당 기관의 직원과 노조위원장은 "원칙에 따른 계약이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실 소속 정한모 행정관은 지난 6일 경기도 산하의 한 공공기관 직원 A씨와 전화통화를 했다. 정 행정관은 "이 기관이 진행한 약 4000만원 규모의 용약사업 계약이 특정업체를 위해 다른 업체를 들러리 세워 불공정하게 진행한 계약"이라고 주장하며 고압적인 말을 반복했다.

9분36초 길이의 통화녹음에서 직원 A씨가 "제가 말씀드리겠다"며 민망한 듯 웃자 이를 문제 삼으며 "지금 웃음이 나오느냐. 나하고 장난하냐", "진짜 불쾌하네", "이 양반이 지금 나랑 장난을 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한숨을 내쉬거나 10여 초 넘게 침묵하는 등 불쾌함을 강하게 드러내는 어조였다.

정 행정관은 A씨의 문자·통화내역, 해당 기관 사업예산 등도 거론했다. "그쪽(A씨)이 통화한 내역, 주고받은 문자 다 한번 볼까요?", "원의(기관) 사업 한번 다 떠들어 볼까?"라는 등 발언이 그것이다.

A씨는 통화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건 도의적 책임이 있어 (해당 업체에) 사과했다"며 "죄송하다.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수차례 사과했다.

하지만 정 행정관은 A씨가 통화 초반에 보였던 웃음을 문제 삼으며 "이 자리(행정관)까지 오는데 내가 그렇게 띄엄띄엄 온 줄 아느냐", "실무자 선에서 해결하라고 전화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원장님뿐 아니라 도(경기도)하고 통화할 수밖에 없다", "이제 전화해서 실실 웃고 그러지 말라"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정한모 행정관 "갑질 근절 차원, 동생 같으면 쥐어박고 싶었다"

정 행정관은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자신의 고압적인 태도가 잘못됐음을 인정하면서도 업무 수행 중 일어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기관 갑질 근절 차원, 일자리 차원에서 제가 간담회 등을 통해 개별 제보받은 내용을 조사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전화를 받는 그 젊은 친구(직원 A씨)의 태도가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제가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다"며 "(고압적 태도는) 제가 잘못했고 인정한다. 그 부분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 행정관은 해당 기관이 불공정하게 계약을 진행했으므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더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해 "본질은 이게(자신의 고압적 태도) 아니라 공공기관의 불공정 계약"이라며 "그 쪽(A씨)은 '관행'이라고 설명하는데, 내 동생 같으면 쥐어박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계약 건과 관련해서는 지난 9일 이를 해당 기관 감사실에 넘겼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는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지면 된다"며 "(그러나) 청와대 행정관이 개인정보와 기관 예산을 운운하는 건 협박이라고 느꼈다. 권력 사유화이자 공적 권력의 남용"이라고 반박했다.

해당 기관 노조위원장도 "(A씨는) 원칙에 맞게 진행한 것"이라며 "(이는) 관련법인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기관 감사실에서 조사해도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고 알려왔다.

한편 정 행정관은 앞서 6월 정부 민간위원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 단체를 비방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대통령직속기구 일자리위원회 산하 카톡방에서 "민주노총도 이젠 시대변화를 읽었으면 한다", "이제는 (박근혜 정부 때처럼 민주노총) 본부가 털려도 무서워 아무 말 못하던 때는 아닌데" 등 발언을 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규탄성명을 냈다.


태그:#청와대 행정관, #일자리수석실, #공공기관, #갑질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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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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