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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서울에서 퀴어 축제가 있었다. 사실 방송에서 보도되기 전까지 이런 행사가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 퀴어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놀라운 것은 이번 행사가 19번째라는 것, 내가 모르는 세계였다.
 
퀴어(Queer)는 '이상한', '색다른'을 뜻하는 단어로 성소수자를 지칭한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퀴어 라운드', '당신의 주변에는 항상 성 소수자가 있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언론을 통해서는 들어봤지만 주변에서 본 적이 없어서 해결해야 할,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문제인 대통령이 유력 대선 후보이던 시절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찾아가 "성적 지향까지 포함한 차별금지법은 만들지 않겠다"라고 약속했고, 동성애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나서서 분노한 성소수자의 영상을 보았다. 역대 가장 진보적인 대통령이라 손꼽는 그마저 이런 상황이니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짐작할 만하다.
 
최근 우리나라 책 판매량, 문학상 수상작 등의 면면을 보면 페미니즘·퀴어로 묶이는 작품군이 최전선에 있다고 보도한 언론도 있었다. 이제는 숨겨진 이야기가 아니라 수면 위로 올라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인식의 반영이 아닐까.

 
 '신가족의 탄생'
 "신가족의 탄생"
ⓒ 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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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말로 LGBT가 있다. 레즈비언(Lesbian)·게이(Gay)·양성애자(Bisexual)·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약자이다. <신 가족의 탄생>은 이러한 성소수자를 직접 인터뷰하여 2016년 5월부터 2017년 7월까지 한국게이인권동단체 친구사이와 가구넷(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에서 기획 연재한 글을 재편집한 모음집이다.
 
표지에 적힌 대로 '원하든 원치 않든 태어나면서 자동으로 부여되는 가족이라는 기득권을 넘어 지구라는 별에서 운명처럼 만나 사랑을 꽃 피우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한 사람이 아니라 가족을 꾸리며 사는 성소수자 커플의 이야기를 인터뷰하여 담았다. 레즈비언, 게이, 퀴어 커플 뿐 아니라 성소수자 공동체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


성소수자들은 존재만으로도 차별과 혐오의 표적이 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p.79)이기에 그들은 실질적으로 부부이지만 인정받지 못한다. 가정을 꾸려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가정의 시작은 사랑이지만, 꾸려나가는 것은 현실이라는 것을.

 

그러한 현실적 문제 앞에서 그들은 좌절한다. 일반 커플이 결혼하면서 얻게 되는 사회적 혜택(LH 주택공사 입주, 세금 문제, 가족수당, 배우자 공제, 가족 합산 마일리지 등)에서 이들은 배제된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서로의 보호자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그들에게 현실적 어려움은 절박한 문제이다.
 
또 다른 문제는 원가족과의 단절이다. 특히 자녀가 성소수자임을 받아들이지 못한 부모님과 관계가 끊긴 경우가 많다. 개인이 가장 위로받을 수 있는 가족이 이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대상인 듯하다. 가족들에게 자신들의 만남을 인정받는 경험은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한때 나는 주위 사람들과 다른 성 정체성으로 꽤 오랫동안 혼란스러워했다. 그때는 '평생 좋은 사람 못 만나서 외로이 늙어 죽는다면 얼마나 쓸쓸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중략) 지금은 그 생각이 많이 옅어졌다. (중략) 서로를 위하고 걱정해주는 친구들이 있고, 성소수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당당히 누려야 할 기본적 인권을 쟁취하기 위해 목소리 높일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 p.41
 
 
내가 모르던 이들의 세상에서는 공동체가 있었다. 공동체가 주는 소속감과 안정감, 생활을 통해 얻는 자긍심과 위로가 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비빌 언덕이 되기에 외로운 세상에서 그들은 공동체를 고민하고 '함께주택-무지개집'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성소수자 모임은 당사자들로만 꾸려지는 것이 아니었다. '성북마을무지개'의 경우 당사자와 지지자의 연대를 바탕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 자신이 관계 맺고 있는 네트워크 안에서는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를 인정하지만 사회 전반이나 지역 행정과 연계되는 지점에서는 자신의 존재가 인식되지 않는다(p.122)는 어느 성소수자의 말을 생각해보면 힘이 되어주는 지지자들은 그들을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고리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고리가 될 수 있나 고민해 본다.
 
성소수자가 바라는 미래
 
함께 살면서 누군가에게 나만의 세계를 오롯이 보여주고 미래를 같이 그리며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가족의 힘이듯 성소수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그들은 대부분 '동거'라는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삶을 꾸려나간다. 물론 거기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결혼이리라.
 
우리나라같이 차별이 심한 사회에서 관계를 드러내지 않고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결혼을 해야 하냐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결혼 또한 모두가 선택하여 누릴 수 있는 하나의 권리이기에 동성 결혼은 마땅한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현재를 바꾸는 의미가 있다고 그들(플플달 제이와 크리스 커플)은 말한다. 가능하다면 아이도 입양하기를 원하는 커플들도 있다. 잘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이 그 바탕이지만 자신들만 생각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한다(도플과 갱어 커플).
 
집필자는 말한다. 이 책이 성소수자의 문제에 관심 없던, 이런 문제를 잘 모르던 혹은 모른 체하던, 그리고 알고 싶어 하던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변화된 행동을 이끌어 내기를 소망한다고. 그들에게 인권은 목숨이기에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과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모르기에 고민하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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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배우고 싶은 두 아이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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