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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레 여든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어머니. 최근 김해시 노인복지관에서 매칭시켜준 노인 일자리를 받아 일주일에 2일, 하루에 3시간씩 일하러 나간다. 몸도 편치 않은 어머니가 돈 몇 푼 벌 거라며 일 나가시는 게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본인이 일해서 번 돈으로 가끔 아들내미 밥 한번씩 사줄 수 있음에 기쁨을 느끼시는 것 같아 그냥 응원만 해드리고 있다.

가끔 김해시 노인복지관에서는 지역 노인분들 불러 모아 교육을 시키곤 하는데 이 뜨거운 여름 오후 1시라는 시간을 정해 산꼭대기에 있는 교육장으로 집합 시킨다. 집에서 버스 타고 40여 분이 걸리는 거리에 버스를 내리면 한참을 오르막길을 올라야 교육장에 갈 수 있다. 날씨가 더우니 택시라도 타고 가면 좋으련만 그마저도 돈 비싸다며 그 더운데 걸어 오르는 노인분들이 많다.

지난번 교육날은 내가 어머니와 우리 동네에서 함께 다니시는 어르신들 몇 분을 차로 모셔다 드린 적이 있다. 그날도 낮 기온이 37도가 훌쩍 넘는 날이었는데 너무 하다 싶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던 어머니가 지난주 일을 갔다 오시더니 '나는 다음주에 휴가다' 하셨다. 얼마전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어머니 모시고 집 근처에 있는 김해장척계곡에 가서 계곡물에 발 담그고 더위를 잠시 피하고 왔는데 그게 좋으셨는지 '또 계곡에 놀러가자' 하셨다.

예전에는 무조건 아들내미 일하는데 방해 될까 봐 뭐 하자는 말씀을 안 하셨는데 요즘엔 '나 죽어서 저승 가면 우리 막둥이랑 여기 저기 놀러다닌 거 자랑할 거다' 하시면서 여기저기 나들이나 여행을 가자 하신다.

계곡을 찾아서 떠나는 캠핑

캠핑 어머니와 캠핑을 오면 한방에서 자는 게 가장 좋다
▲ 캠핑 어머니와 캠핑을 오면 한방에서 자는 게 가장 좋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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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자유의 몸이 되면서 3년째 매년 봄, 가을이면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매번 어머니와 둘이 다녀오다가 올 가을에는 충주에 살고 있는 누나와 조카도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와 별개로 올 여름 너무 더워서 어머니가 힘들어 하시는 바람에 휴가를 맞아 어머니와 또 계곡으로 캠핑을 다녀오기로 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캠핑장 중에 계곡이 좋은 캠핑장은 많지 않다. 내가 가장 잘 다니던 밀양 표충사국민야영장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더욱 더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집에서 2시간 남짓한 거리로 좀 시간이 걸리지만 계곡이 좋은 지리산 내원 야영장에 가볼까도 했는데 휴가 기간이라 캠핑장 예약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전 사이트가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고민 끝에 창원 달천공원 오토캠핑장을 예약했다. 집에서 가깝고 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캠핑장이라 가격도 적당했다. 게다가 홈페이지를 보니 캠핑장 주변에 달천계곡이 있어서 조건에 부합했다. 물놀이 할 수 있을 만한 계곡이 아닐 것 같아 걱정을 했지만 지금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달천공원 오토캠핑장은 오후 2시부터 입실이 가능하다. 캠핑 가는 날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구석에 처박아둔 캠핑 장비를 오랜만에 꺼냈다. 땀 뻘뻘 흘리며 차에 짐을 싣고 더운 야외에서 밥 해먹기 귀찮을 것 같아 집에서 미리 밥을 지어 통에 담았다. 그리고 간단하게 카레와 김치찌개를 끓여먹을 재료들만 미리 준비해서 지퍼팩에 넣어 아이스박스에 담았다. 나머지 모자란 끼니는 밖에 나가 식당에서 사먹기로 했다.

장을 따로 보지 않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과 지난번 캠핑 다녀오면서 남은 번개탄을 가지고 캠핑을 떠났다. 캠핑하면 숯불구이인데 육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 덕에 고기도 따로 사지 않았다. 대신 집에 있던 고등어를 한마리 가져가 숯불에 고등어 구워 먹기로 했다.

이제는 뭐가 효도인지도 헷갈린다

숯불구이 육고기를 별로 안좋아하시는 어머니와의 캠핑에서는 고등어와 새우가 숯불에 올랐다
▲ 숯불구이 육고기를 별로 안좋아하시는 어머니와의 캠핑에서는 고등어와 새우가 숯불에 올랐다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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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달천공원 오토캠핑장은 전 사이트 데크가 있었고 오후엔 나무그늘이 아주 좋아 시원했다. 게다가 샤워장과 취사장에 24시간 온수와 냉수가 콸콸 나왔고 그 덕에 더워질 때면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나무 그늘 아래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를 말리면 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했던 바와 같이 달천계곡은 물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전기 시설은 물론이고 와이파이도 무료로 쓸 수 있어서 더 좋았던 달천공원 오토캠핑장은 집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드라마 꼭 챙겨보는 어머니에게 더 없이 좋은 곳이었다. 야외에서 캠핑하면서도 아침 저녁 드라마를 인터넷 TV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하루종일 있으면 심심할까 봐 미리 영화도 몇 편 다운 받아서 노트북에 담아갔는데 신나게 드라마 시청하시는 어머니덕에 영화는 별로 볼 일이 없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어머니와 텐트 안에 앉아 밤 늦도록 고스톱을 치며 다음날 점심 사기 내기를 했다. 고스톱이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하던데 아들과 마주 앉아 맞고 치며 즐거워 하는 어머니를 보니 집에서도 가끔 고스톱을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와 여행을 가면 한방에서 함께 자는 게 가장 좋다. 게다가 캠핑은 일반 여행 가서 각각의 침대에서 따로 잠을 자는 숙소보다 더욱 가깝게 어머니와 도란 도란 얘기 나누다 잠들 수 있어서 좋다. 평소 집에서는 서로 코도 많이 골고 쑥스럽기도 해서 한 방에서 자지 않는데 나가면 그게 자연스러워진다.

30대 중반이 지나면서 언제부턴가 어머니 입에서 '결혼'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는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명절만 되면 언제 결혼할 거냐고 묻던 어머니다. 내가 크게 아파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며 살겠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뒷전으로 미루던 어머니와의 시간을 자주 보내게 되면서 그러신 듯하다.

아들내미의 결혼이 걱정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지금 시간이 좋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나도 어떤 게 진짜 효도인지 이제 잘 모르겠다. 그냥, 계속 미루고만 있던 것 할 수 있을 때 실컷 하자는 생각이다. 내가 어머니와 이렇게 함께 여행을 다니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이제는 길게 남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2박3일간의 캠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추석 연휴 전에 캠핑 한 번 더 가자고 말씀드렸다. 처음 와 본 이 캠핑장이 마음에 들어서 다음 번에도 집 가까운 이리로 오자고, 그리고 캠핑장에서 지내는 내내 어느 자리가 제일 '명당'인지 봐두고 집에 돌아와서 바로 다음 추석 연휴 전 캠핑장을 예약했다.

그렇게 우리는 또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예전 같았으면 '에이 나가면 돈든다'거나 '너 바쁜데 다음에 가자'고 하셨을텐데 이젠 놀러가자고 하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더 자주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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