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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는 길고양이였습니다. 동네 철물점에서 매일 밥을 먹고 놀던 강호가 어느 하루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강호는 뒷다리가 심각하게 부러져 앞발로 기어 철물점 주인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 분의 도움 요청으로 우리는 만났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은 강호는 두 발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가족이 되었지요. 장애를 얻었지만 늘 씩씩하고 명랑한, 무엇보다 호기심 많은 강호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 기자 말

강호와 나의 두 번째 여행지는 전라남도 해남, 그 중에서도 첩첩산중에 있어 세상과 접촉이 드물다 하여 옛 이름이 '미세(美世)', 지금은 만안리라 불리는 곳이다. 비행기보다 버스로 이동하니 강호도 나도 훨씬 편안하다. 추가 요금도 없다. 강호는 차에 올라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곧 졸기 시작했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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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만안리다. 해남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네 번 있는 시내버스를 타고 들어왔다. 사방이 온통 푸른 논과 밭, 산 그리고 하늘이다. 드문드문 민가가 몇 채. 편의점이나 식당은 물론 작은 점방 하나도 없다. 붉은 벽돌을 쌓아 문과 이름표를 달고 꽃을 그려넣은 승강장 하나가 그림처럼 서 있을 뿐.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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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강호와 내가 한 달간 살 집이다. 이곳은 다섯 귀촌인들의 집이자 그들이 '미세마을 달학교'란 이름으로 운영하는 농촌학교이기도. 마침 달학교의 시작과 우리의 여행 일정이 딱 맞아 오기를 결심했다. 참가비 15만 원이면 한 달을 먹고 잘 수 있는데다 농사 일과 자연 공부까지 할 수 있다니 쾌재였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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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붙인 고양이 밥과 모래 등을 담은 짐이 도착해 있어 곧바로 강호 화장실부터 만들어주고 간식과 물을 챙겨주었다. 강호는 출발 전 아침 식사와 배변 이후 이곳까지 오는 반나절 동안 계속 이동가방 안에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바람을 쑀지만 분명 힘든 여정이었을 거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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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게도 이곳엔 동물가족도 여럿 살고 있는데 처음 만난 녀석의 이름은 '코미테'. 예상대로 코 밑에 점이 있다. 강호와 내가 올 줄 모르고 여느 때처럼 방에서 놀고 있었을 녀석이 우리의 방문에 놀라 침대 아래서 사납게 울어댄 것. 큰 짐승인가 싶어 놀랐는데 알고보니 깜찍하고 애교 많은 삼색냥이었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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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고양이를 찾으러 온 이곳 사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2년 전 미세마을 달학교에 왔다가 귀촌을 결심했고 곧 인근 마을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실명 대신 '냐옹'이란 별칭으로 자신을 소개한 그녀 역시 미국에서 구조돼 무려 한국 해남 만안리까지 온 사연 많은 고양이 '아찌'의 가족이었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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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본 지 두 번 만에 발라당 누워선 온몸으로 친밀감을 표시하는 이 녀석은 '복돌'. 갖가지 식물들이 심겨진 넓은 마당은 물론 동네 어디든 제 맘껏 돌아다닌다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개의 삶이 아닐런지. 하지만 복돌이도 제 발로 이 집을 찾아오기 전까진 어디서 왔는 지 모를 유기견이었다고.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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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돌이와 달리 줄에 묶여 있는 이 녀석은 '별이'. 다가가도 전혀 반기는 기색 없이 쌓인 볏짚 위에 심드렁하게 누워 있었다. 녀석이 이리 지내는 까닭은 사냥 본능을 주체 못 하고 몇 해 전 함께 살던 아기 고양이를 물어 죽였기 때문이라고. 그 아기 고양이가 바로 앞서 만난 코미테의 자식이었다는……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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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덩치 큰 녀석은 '곰순'. 이름 그대로 곰처럼 체격이 크고 성격은 더없이 온순하다. 곰순은 이곳에 잠시 머물렀던 사람이 자신이 사는 도시의 집에선 더이상 곰순을 키울 수 없다며 부디 맡아달라 하며 떠났다고. 그래서인지 곰순의 표정은 체념과 슬픔이 뒤섞여 보였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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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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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다시 만난 코미테가 슬금슬금 다가와 몸을 부빈다. 주변의 순하고 아름다운 자연 만큼이나 이 안에 사는 사람과 동물들 모두 편안하고 정답다. 앞으로 한 달간 함께 지낼 사람들과 같이 밥을 지어먹고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무척 재밌을 것 같은 두 번째 여행 첫날이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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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만안리의 까만 밤
만안리에서 맞이한 첫 밤. 이런 까만 밤을, 내 발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하지만 주변에 가득한 자연의 소리를 듣는 밤을 너무도 오랜만에 경험했다. 감격스럽고 겸손해지는 기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우리의 실시간 여행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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