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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4일 오후 3시 11분]

[장면1] 노인복지센터에 가봤더니

 서울노인복지센터 2층 쉼터 풍경
 서울노인복지센터 2층 쉼터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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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최고야, 최고! 시원하게 쉴 수 있지, 맛있는 밥도 값싸게 먹을 수 있지."
"여긴 아마 매일 밥 먹으러 오는 노인들만 해도 2천~3천 명은 될 거야, 엄청 복잡하지."
"어느 날은 자리 못 잡는 다른 사람들이 미안해서 일찍 일어날 때도 있다니까."


올해 75세라는 노인 한 분이 '요즘 같은 더위에는 이곳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슬쩍 치켜들자 옆 자리 다른 노인 두 분이 말을 거들고 나선다. 이분들은 매일 이곳으로 출근을 하다시피 한다고 한다.

낮 12시가 조금 지난 점심시간이다. 이미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노인들은 느긋하게 앉아서 쉬고 있다(이곳은 센터 회원이면 1000원을 내고 식사를 할 수 있다). 옆에 앉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복도에는 식사를 기다리는 긴 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매일 3천명 이상의 노인들이 이용한다는 이곳, 서울종로구에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 2층 쉼터와 복도는 그야말로 노인들로 넘쳐 났다.

대부분 올여름 유별난 무더위를 피해 찾아온 노인들이다. 점심 식사 후 식곤증으로 졸고 있는 노인들도 있고, 정치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열변을 토하는 노인도 있지만 반응은 시큰둥해 보인다.

쉼터가 있는 복도 옆에는 무용교실이 있고 3층에는 게이트볼장도 마련되어 있어서 노인들의 다양한 취미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2층에 있는 70여 석 규모의 탑골독립영화관에서는 매일 영화도 무료로 상영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월요일 오후 1시에는 서울 노인영화제에서 본선에 올랐던 독립영화들을 해설을 곁들여 상영하고 있었다.

[장면2] 지하철 플랫폼

 지하철 승강장에서 쉬고 있는 노인들
 지하철 승강장에서 쉬고 있는 노인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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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위에 어디 마땅히 갈 곳이 있나? 그냥 이렇게 쉬는 거지."

열차 몇 대가 지나갔지만 노인들은 움직일 줄을 몰랐다. "왜 안 가시고 그냥 앉아 계시냐"고 물으니 한 노인이 조금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5호선 종로3가역 승강장은 널찍하고 냉방도 잘 되어 다른 여느 지하철 승강장보다 쾌적하고 시원했다.

"피서는 무슨, 이게 바로 피서지."
"인천공항이 좋다고 해서 찾아가 한나절 쉬고 왔지, 남들은 해외여행 다니는데 머쓱하게 앉아 있자니 너무나 처량하더구먼. 거긴 이제 다신 안 가."

어디 좋은 곳으로 피서는 다녀오셨느냐고 묻자 무슨 생뚱맞은 말이냐는 듯 곱지 않은 눈으로 쳐다본다. 노인들은 그렇게 잠깐씩 이야기도 나누다가 또 오가는 사람들을 멀뚱히 바라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날도 바깥기온은 섭씨 34도를 웃돌고 있었다.

[장면3]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이용하는 카페

친구들과 함께 덕수궁 옆 고종의 아관파천길을 둘러보고 오는 길이었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금방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흘렀다. 종로에서 점심을 먹고 인근 카페를 찾았다. 카페치고는 가격대가 대체로 저렴한 곳이었다. 그래도 냉방이 잘 되어 서늘한 카페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카페 손님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그래도 군데군데 탁자에 둘러 앉아 있는 노인들도 몇 그룹 보인다. 30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는 네 명의 젊은이들이 앉아 있는 곳에 다가가 슬쩍 의견을 물었다.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카페 공간에 노인들이 같이 앉아 있는 것이 낯설지 않느냐고 물었다. 젊은이들은 노인이 별 걸 다 묻는다는 듯이 멀뚱하게 쳐다보다가 신분을 밝히고 진지하게 묻자 한 젊은이가 말문을 연다.

"사실 조금 불편하긴 하죠? 그런데 뭘 어쩌겠어요? 조금 낯설 뿐이지요."
"대화요? 아버지 하고도 별론 걸요."
"조금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되도록 옆자리나 대화는 피하게 되죠."


낯선 노인에 대한 경계심 때문인지 되도록 대화를 짧게 끊는다. 슬그머니 빈 의자에 앉았다.

"저희 부모님이나 처가의 장인장모님들도 노인들이지만 묻는 말이나 대답하지 대화는 별로 안 합니다. 생각이 다르고~ 괜히 서로 기분만 상하니까요."
"저런 노인들 보면 촛불혁명 때 태극기 들고 나섰던 노인들이 생각나 되도록 피합니다."
"제 친구들 얘길 들어도 그렇고~ 태극기 시위대와 잘못된 의식 때문에 노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나빠진 것 같아요."
"저분들은 그래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노인들이겠지만 진짜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은 이 더위를 어떻게 견뎌내는지 모르겠네요."


주변을 의식해서인지 목소리는 작았지만 한 번 말문이 열린 젊은이들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계층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세대 간의 갈등도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시종 말이 없던 한 젊은이가 소외계층 노인들에 대한 염려의 말을 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장면5] 청량리역 대합실

 코레일 청량리역 대합실 풍경
 코레일 청량리역 대합실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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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청량리역 대합실의 수많은 의자들도 노인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무더위가 심하지 않을 때는 듬성듬성 의자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뿐이었는데, 폭염이 계속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대합실과 연결된 옆 백화점 통로의 장의자들도 노인들이 모두 점령하고 있었다.

에어컨도 없는 쪽방촌의 노인들이나,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도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운 가난한 노인들에게 피서 여행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금수저와 흙수저의 경계가 요지부동인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젊음을 바쳐 경제 건설을 하고 자식들을 키워낸 노인들에게 이번 여름의 무더위는 너무나 가혹하기만 하다. 그나마 복지센터와 전철 그리고 대합실의 무료(?) 피서지가 폭염을 만난 노인들에게는 어설프나마 피난처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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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