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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 이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택시들이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평양 시내에 늘어난 택시들 고난의 행군 이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택시들이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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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저녁 서울시청 제2별관 강당에서 동학실천시민행동에서 주관하는 '평화, 통일 아카데미' 제3강이 열렸다. 연사는 김보근 전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김보근 소장은 고려대에서 북한 경제를 연구하여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이전에 북한을 십수 차례 다녀오기도 하고, 북한의 경제 관련 논문 등 다양한 연구를 한 학자이기도 하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평양은 지금 지식경제 혁명 중 - 경제교류의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50여 명의 수강자들과 함께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의 흐름과 동향에 대하여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남한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는 북한의 실정에 대하여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상은 너무 많이 모르거나 과거에 왜곡된 정보에 경도되어 있는 측면이 많다.

북한은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집권하던 시기인 1994년~1996년 사이에 한반도 주변에 닥친 냉해로 인해 곡물 생산량이 급감, 굶어죽는 주민들이 많이 발생하였다. 이 시기를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르는데, 어려움을 전체 주민들이 나서서 홤께 극복해 갔던 시기이다.

이후 북한은 당시까지의 경제 정책 노선을 대폭 수정하여 식량 문제의 해결 뿐만 아니라 식량이나 생필품 등의 배급 방식에서 전면적인 개편을 통하여 장마당이 들어서고, 부분적이지만 시장이 활성화되기도 했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자본주의적 요소들을 일부 수용을 하면서 경제 기조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북한은 배급 방식의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생산수단의 국유화'라는 흔림림 없이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산업 전 영역에서 자율과 인센티브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그 이후에 매년 평균 2~4%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어 지금은 거의 식량 자급은 걱정을 안 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북한의 경제 기조, 물질적 인센티브 도입하고 자율성 확대

'한겨레 서울과 편집장'으로 북한 경제 학자인 김보근 편집장이 북한 경제의 변화와 흐름에 대하여 강연하고 있다.
▲ 북한의 경제에 대하여 강연하는 김보근 편집장 '한겨레 서울과 편집장'으로 북한 경제 학자인 김보근 편집장이 북한 경제의 변화와 흐름에 대하여 강연하고 있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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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근 전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고난의 행군 이전 김일성 시대에는 '사회주의 사회에서의 생산력 발전을 힘있게 추동하는 결정적 요인은 사람들의 높은 혁명적 정의'라고 규정하였다.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외와 착취를 추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았으나,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은 '우리식 사회주의 경제관리방법'에서는 물질적 자극(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쪽으로 경제 기조가 바뀌고 있다. 물질적 인센티브가 더 생산성을 향상한다는 자본주의적 요소를 생산성 향상의 기제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북에서는 '7.1 경제관리개선조치'나 '우리식 사회주의 경제관리'에서 기업의 자율성을 크게 확대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북에서는 시장 요소가 확장되면서 '사회적 필요 노동'에 의해 가격이 걸정된다는 '가치 법칙'이 영향이 강해지고 있다. 북은 2009년 4월 제9차 개정 헌법에 의하면 '공산주의'라는 말이 빠지고, 2010년 당 대표자회, 당 규약상의 최종 목적에서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삭제하였다.

다만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16년 3월 6일 정론에서 '공산주의자로서 노동당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먼 미래인 공산주의를 지향한다고 함으로써 노동규율 약화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을 경계하기도 한다." 북에서는 고난의 행군 이전에는 임금 체계를 결정함에 있어서 '일한 것만큼 지급하다'라는 개념에서 지금은 수익성을 강조하여 '번 것만큼 지급한다'라는 쪽으로 임금 체계도 바뀌고 있다."

과학기술에 의한 지식 노동 확대로 가고 있는 북한 경제

계절에 따른 여가를 즐기면서 살아가는 북한 중산층 주민들
▲ 피서를 즐기는 북한 주민들 계절에 따른 여가를 즐기면서 살아가는 북한 중산층 주민들
ⓒ 김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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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의 경제관리방법'에서는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적 소유를 확고히 고수해 나가면서도 김정은 시대에는 북한 경제 시스템이 빠르게 시장기제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근래에는 북에서도 '소비자'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질이 낮은 상품은 해당 공장, 기업소에 보내어 다시 만들어 오도록하여 제품의 질을 높이고 제품의 가격도 소비자들의 이해 관계를 반영하여 결정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북한의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에서는 모든 기업들에게 대외무역권을 주었고, 일반 기업소들이 생산한 것을 자신들이 직접 내다팔고 자신들이 번 외화의 일정한 몫을 챙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북한은 근래에 세계적 경제 시대 유형을 '농업 경제 시대, 공업 경제 시대, 지식 경제 시대'로 구분을 하면서 '지식경제가 새 세기를 이끌어갈 경제 체제라고 설명하면서, 과학기술 성과들을 대대적으로 수집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임금 격차도 지식노동을 통하여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진정한 '통일 대박'은..."

김보근 전 소장의 말을 더 들어보자.

"휴전선을 그대로 두고, 북한 노동력을 남쪽의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이용하려는 박근혜식 통일 대박이 아닌 진정한 '통일 대박'은 경협 프로세스를 강력하게 추진하되, 북한의 정치 주체는 남한에서 파견한 총독이 아닌 북한 스스로 결정하는 데 있고, 남북의 경제적 격차를 줄여 새로운 통일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북에서 바라볼 때 남한의 자본을 '동포적 성격'과 '적대적 성격'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동포적 성격을 강화하고 적대성을 약화시키는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도보다리 USB의 내용에는 한반도에서의 신경제 구상이 들어 있는데, 3대 벨트를 구축해서 한반도 신성장 동력 확보 및 북방 경제 연계를 추진하는 것이다. 1) 동해권 에너지 자원벨트, 2) 서해안 산업 물류, 교통 벨트, 3) DMZ 환경, 관광 벨트화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서울과 평양, 백두산과 한라산을 연계하는 관광 프로그램의 개발, 북의 부족한 에너지 확보를 위하여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보 지원, 북한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과학기술개발에도 협력하여 '사물인터넷을 이용하여 북한의 한 지역에 스마트시티 모델을 적용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남한의 70, 80년대와 같이 유원지에 음식물 쓰레기가 널려있을 정도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 북한도 유원지에는 쓰레기 몸살을 앓는다 남한의 70, 80년대와 같이 유원지에 음식물 쓰레기가 널려있을 정도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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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소장은 "북한 경제는 5M(모바일, 시장, 돈, 자동차, 중산층)으로 정리하여 이야기 할 수 있다. 우리가 북한의 물가를 이야기할 때, '노동자들의 몇 달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다'는 식으로 보도를 많이 하는데, 그것은 북한 경제를 잘 몰라서 하는 보도다"라면서 "북한은 제품에 대한 가격 구조가 이중적이다. 생필품 값은 엄청나게 저렴하지만 사치품은 아주 가격이 높다. 북한은 요즘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하여 중국 관광객들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고, 중국 자본들이 골목 상권까지 많이 진출해 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경제력에 따라서 휴가나 피서도 즐기고 있고, 중산층을 중심으로 고급 가전제품이나 고급 의류 소비 등 소비 생활도 즐기고 있다. 이미 북한 주민들은 마인드 셋이 '시장 중시'로 기울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제3강 강의를 듣고 나서 수강자들 중에는 남북 주민간, 상호 관심 있는 분야의 사람들끼지 서로 네트워크를 결성해서 왕래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들이 높았다. 특히 북한 민간 여행 기업이 나서서 남한 사람들에게 '개성, 평양, 묘향산, 개마고원, 백두산'에 이르는 10박 정도의 여행 코스를 개발하여 관광 희망자들을 모아서 운영한다면 그야말로 여행 대박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태그:#김보근, #지식 경제 혁명 중, #북한 경제, #번 것만틈 가져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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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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