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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거리에 좌판을 벌여놓고 물건을 파는 떠돌이 장사꾼들이 모여 흥정으로 깎는 야박함과 덤으로 퍼주는 인정까지 오가는 전통시장이 5일장으로 서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대전 유성에 서는 5일장은 4일과 9일 날짜에 섭니다. 유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신탄진에서는 3일과 8일, 금산에서는 2일과 7일, 공주에서는 1일과 6일, 옥천에서는 5일과 10일이 장날입니다. 한 지역을 중심으로 볼 때, 주변에 서는 5일장들은 대개 이렇습니다.

다들 차로 1시간 이내면 갈 수 있는 거리에서 서로 겹치지 않게 서는 5일장이니 언뜻 생각하기엔 곳곳을 찾아다니며 좌판을 벌여야하는 장사꾼들에게 딱 맞춰놓은 듯합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5일장이 서는 날짜는 동네 주산이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정해진 것이라고 합니다.

거리는 물론 날짜까지 짜 맞춘 듯 고른 5일장 서는 날이 이렇듯 산형에 따라 정해진 것이라면 우리나라는 산들조차 우뚝 솟거나 뾰족한 산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형태의 산들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어림할 수 있습니다.

상수학(象數學. 구조와 형상, 상징, 숫자 등으로 자연의 변화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동양학)에서 수水는 숫자로 1과 6이다. 화火는 2와 7, 목木은 3과 8, 금金은 4와 9, 토土는 5와 10이다. 만약 그 동네의 주산主山 모습이 목형이라면 그 동네 장날도 3일과 8일로 정했다. 4일과 9일이 장날이라면 주산 형태가 금체형이라고 멀리서도 추론할 수 있다. - <조용헌의 인생독법>, 101쪽-

<조용헌의 인생독법>
 <조용헌의 인생독법> / 지은이 조용헌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8월 2일 / 값 19,800원
 <조용헌의 인생독법> / 지은이 조용헌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8월 2일 / 값 19,800원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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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인생독법>(지은이 조용헌,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700여 개의 사찰과 고택을 답사하였다는 저자가 <농민신문>에 1년 반 연재하였던 내용을 모은 것입니다.

68꼭지로 이뤄진 글들은 언뜻 여기저기를 들러보고 쓴 기행문으로 읽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700여 개의 사찰과 고택을 답사한 학자의 안목으로 살펴 엮은 답사의 글입니다.

절경을 눈으로 보고 있는 듯 묘사하고, 감탄으로 느낀 감상을 미사여구로 정리하는 게 기행문이라면 '실제로 어떤 일이나 사건이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곳에 가서 보고 조사하는 걸' 답사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산수의 아름다움이 수묵화처럼 음영의 두께를 달리하며 묘사되고 있습니다. 흔적조차도 남아있지 않은 전설 같은 역사, 골바람에나 깃들어 있을 것 같은 숨은 이야기들조차 보물찾기를 해 찾아내 두루마리 더미를 정리하듯 정리 해 담아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산을 오르고 들길을 걸을 때도 산만 보고 들만 살핀 게 아닙니다. 산수의 아름다운은 산세의 아름다움으로 새기되 자연이 이루고 있는 조화는 동양철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음양오행으로 살피며 사람이 사는 지혜를 비겼습니다.
타이밍을 모르는 중생을 가리켜 '철부지'라고 부른다. 여기서 철은 사시사철을 말한다. 지금이 여름인지 겨울인지를 모르면 철부지다. 철을 모르는 게 철부지라는 뜻이다. 겨울에 삼베 팬티 입고, 삼복더위에 오리털 패딩을 입으면 철부지에 해당한다. 가을에 씨 뿌리고 봄이 오면 추수하려고 하는 이가 철부지다. 그만큼 타이밍을 아는 게 중요하다. -<조용헌의 인생독법>, 54쪽-

흐르는 세월에만 봄·여름·가을·겨울로 구분하는 철, 계절이 있는 게 아닐 겁니다. 인생으로 꾸리는 삶에도 철이 있고, 경제의 흐름에도 철이 있고, 정치에도 철이 있을 겁니다.

지금은 모두 역사적 인물이 된 3김마저 10·26으로 맞은 1970연대 말 우리나라의 상황을 민주주의를 싹틔울 한국 정치의 봄날로 읽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0·26 이후, 우리가 겪어야 했던 현실정치는 북풍한설보다도 더 차갑고 꽁꽁 언 얼음보다 더 심하게 옥죄는 군부독재의 탄압을 견뎌야 했던 정치적 겨울이었습니다.

정치적 관상감이었던 3김은 물론 우리 모두가 정치적 철을 제대로 읽지 못한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도와 방법, 시대적 양상과 가치는 달라졌지만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와 함께하는 작금의 정치에도 정치적 계절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철부지 정치인이 없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수구냉전의 가치를 구스패딩보다 더 두껍게 있고 있는 정치관, 씨를 뿌리고 싹이 트자 벌써부터 결실의 몫을 나눠받으려 하는 성급함이야말로 정치·사회는 물론 인생의 철마저도 알지 못하는 철부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책, <조용헌의 인생독법>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고 있는 방랑객이 된 것 같은 편승감에 마음이 여유로워 집니다. 처처 골골을 답사하며 엮어낸 이야기 속에 스며있는 지혜를 이삭줍기를 하듯 주워 담다 보면 '사는 게 뭔지', '운명이 뭔지'가 얼핏얼핏 그려집니다.

저자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 발품으로 달이고 학자의 식견으로 졸여 부록으로 실은 '운명을 바꾸는 여섯 가지 방법'까지를 읽고 나면 시나브로 '내 운명 사용법'을 가슴에 쥐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조용헌의 인생독법> / 지은이 조용헌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8년 8월 2일 / 값 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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