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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중진 연석회의 주재한 김병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 중진의원과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맨 왼쪽에 정진석 의원이 보인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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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국가주의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가 말하는 국가주의는 언뜻 자율주의의 반대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초중고교 자판기 설치나 TV 먹방 등에 대한 정부 규제를 비판하는 걸 보면, 국민 개개인의 자유나 인권 신장을 위해 국가주의를 비판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국가주의는 크게 보면 자율주의의 반대말이 될 수 있지만, 김병준 위원장은 시장 자율주의 즉 시장주의의 반대말로 국가주의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주의 옹호, 즉 기업의 자율성 옹호에 초점을 두고 국가주의 논쟁에 군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되고 이틀 뒤인 7월 19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정부의 재벌정책과 관련해 "경제력 집중과 지배구조 등은 결국 그 회사의 투자자나 채권자가 결정할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배구조에도 심하게 칼을 대는 건 물론, '삼성이 20조 원을 나누면'과 같은 말이 서슴없이 나온다. 국가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오판이자 착각이다."

자판기나 먹방 문제 등은 곁가지로 지적하는 것이고, 김 위원장이 중점을 두는 쪽은 경제 활동에 대한 국가 개입의 문제다. 국가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기업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줄이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에 칼을 댄다'는 말 뒤에 '삼성이 20조 원을 나누면과 같은 말이 나온다'는 말을 배치하다 보니, 삼성 재산에 손을 대려는 정권 차원의 시도가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할 여지가 생기가 됐다.

하지만, '삼성 20조 원 발언'의 당사자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을 확인해보면, 김 위원장이 국가주의 논쟁에 불을 붙이고자 홍 원내대표의 말을 부적절하게 인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발언은 7월 13일 한국여성경제포럼에서 기업과 가계의 양극화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1996~2016년 사이에 삼성 같은 대기업의 소득은 8.4% 증가한 데 반해 가계 소득은 오히려 8.7% 감소한 사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기업의 소득이 증가하면 그에 비례해 노동자 임금도 많아지고 연쇄적으로 가계 소득도 많아져야 한다. 그런데도 가계 소득이 줄어든 것은 기업의 소득 증가분이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의 수입이 느는 만큼 임금 지출도 많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삼성의 지난해 순이익이 60조 원인데, 이 중 20조 원만 풀면 200만 명한테 1000만 원을 더 줄 수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런 발언을 김병준 위원장은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에 칼을 댄다'라는 말 뒤에 배치함으로써 삼성 재산에 손대려는 모종의 시도가 있었던 것 같은 뉘앙스를 조성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발언 취지를 왜곡시켜 전달했던 것이다.

김 위원장은 1995년부터 2002년까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지방자치특별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방자치특별위원장이기는 하지만, 7년간이나 경실련과 함께했으므로 홍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너무도 분명히 드러나는 경제정의나 경제민주화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런데도 위와 같이 왜곡해서 전달한 것은, 국가주의 논쟁에 불을 붙여 당내 주도권이나 정계 주도권에 접근하려는 욕심이 과했기 때문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국가주의 반대의 기치를 내걺으로써 기업의 보호자란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넓히려는 의도가 없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출발부터 국가주의의 덕을 본 재벌들

 이명박 전 대통령. 충북 청주시 문의면의 청남대(대통령 별장)에서 찍은 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 충북 청주시 문의면의 청남대(대통령 별장)에서 찍은 사진.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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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위원장이 국가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지지하는 시장주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후보가 되기 전부터 열의를 보였던 것이다. 이창희 안동대 교수의 '이명박 정권의 보수주의: 시장주의와 국가주의를 중심으로'는 이렇게 말한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전에 노무현 정권이 경제적으로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그 원인으로 좌파 포퓰리즘을 들며 시장 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담론 수준에서 이 정부는 시장 원리를 강하게 신봉·공언했고, 이 정부 지지세력의 보수주의에서 시장주의가 중심축이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취임사에서부터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작은 정부, 큰 시장, 정부 기능 민간 이양, 공공부문에 경쟁 도입, 국가관료제 축소, 감세와 규제 개혁, 대외개방 확대가 필요'함을 역설하였다."-2012년 <대한정치학회보> 제20집 제1호에 실린 논문

이명박은 직전 정부를 비판할 목적으로 시장주의를 강조했다. 그런 시장주의 개념을, 김병준 위원장이 국가주의의 반대 개념으로 재정립하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과 김병준처럼, 국가주의를 시장주의의 반대말로 사용하면서 국가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드러내는 결정적 모순이 있다. 그것은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 중 어떤 것은 국가주의로 인정하고 어떤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국가가 서민층을 위해 복지 지출을 늘리거나 기업의 부조리를 개혁하려고 하면 이를 국가주의적 조치라며 비판한다. 하지만 국가가 재벌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만큼은 국가주의 조치로 비판하지 않는다.

역대 정권들이 국민 세금을 갖고 재벌들한테 부당한 특혜를 제공하고 이로 인해 빈부격차 혹은 양극화가 격심해졌는데도, 이런 것은 국가주의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이런 것은 '시장과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일'로만 평가할 뿐이다. 국가의 개입이 재벌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때는 국가주의를 운운하지 않는 것이다. 국가의 개입이 재벌한테 불리하거나 서민층에 유리할 때만 국가주의를 운운하며 저지하려 하는 것이다.

이제껏 재벌 기업들이 국가 개입 덕분에, 다시 말해 국가주의 덕분에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지는 자세히 언급할 필요도 없다. 재벌은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힘에 의존해 성장했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 시기에는 일본인들의 재산이 적산 불하(귀속재산 불하)라는 명목하에 사실상 공짜에 가까운 금액으로 친미·친이승만 기업들에 배분됐다. 이것이 한국 재벌의 사업 밑천이 됐다.
"귀속재산은 시중가의 10분의 1에 불과한 가격에 특혜 불하되었으며, 15년 이상 할부 조건의 구입대금마저도 저리의 은행이자로 조달되었다."- 전 카이스트 대우교수 안치용의 <한국 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중에서.

시중 가격의 10분의 1에 불하되는데도 15년 이상 장기 할부가 되고 그것도 낮은 이자만 부과됐다. 사실상 공짜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귀속재산이 불하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산업자본이 과도한 국가 개입에 의해 소수 재벌들에게 이전됐다. 그렇게 이전된 재산이 어느 정도였는지 살펴보면, 국가 개입의 정도가 얼마나 광범위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언론의 사표로 불리는 송건호의 <송건호 전집> 7권은 이렇게 말한다.
"미군정 3년간에 특이한 사항은, 식민통치시대 전(全)한국 산업자본의 98%, 전 자산의 약 80%에 달하는 일본 재산이 적산으로 귀속되었다는 사실이다."

해방 당시 산업자본의 98%가 귀속재산으로 처리되고 그중 대부분이 국가 개입에 의해 재벌들한테 배분됐다는 것은, 재벌들이 국가주의의 덕을 톡톡히 봤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출발부터 국가주의의 덕을 본 재벌들은 그 후로도 계속 국가권력에 의존했다.
"1960년대 이후 개발 연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재벌 대기업은 금융 및 세제상의 특혜를 받아 성장하였지만, 성장의 결실은 사회구성원에게 공정하게 배분되지 못하였다. 더욱이 선진국의 문턱에 다가선 오늘날에도 여전히 재벌 대기업은 막대한 세제 혜택과 변칙적인 증여 및 상속을 통해 부를 증식하고 있다. 그 결과 재벌 그룹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고 이명박 정부에서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났다."-2014년 <사회경제평론>에 실린 강병구 인하대 교수의 '재벌의 세제 혜택과 개혁 과제' 중에서.

재벌에 탈출구 제공하는 불순한 국가주의 논쟁

지금까지 재벌이 국가로부터 받은 특혜는 서민들이 받은 복지 혜택과 비할 바가 아니다. 서민들이 복지혜택을 받는다 해서, 그걸 기반으로 서민 전체의 역량이 강해지지는 않는다. 반면에 재벌들이 받은 특혜는 재벌을 한국 사회의 지배층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한 사회의 지배권에 영향을 줄 정도의 강력한 국가 개입이 재벌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강력한 국가주의가 오늘의 재벌을 만든 셈이다.

이처럼 대한민국 경제에서는 거의 전적으로 재벌을 위해 국가주의가 작동했다. 국가주의는 경제 살리기와 기업 지원이란 명목하에 국민 세금을 재벌 통장으로 옮겨놓는 기능을 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런 류의 국가주의는 국가주의에 포함시키지 않고, 재벌을 규제하는 시도들만 국가주의에 포함시켜 비판하고 있다.

사실, 그가 지피고 있는 국가주의 논쟁은 최순실 게이트나 한진·아시아나 문제 등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 재벌들한테 유리한 것이다. 논쟁이 확산돼서 재벌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결국 이익을 보는 쪽은 재벌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가 말하는 국가주의의 반대말은 시장주의, 적나라하게 말하면 재벌주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병준 위원장은 경실련 분과위원장에 이어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또 대학에서 행정대학원장을 지냈다. 이 정도 지식인이 한국 재벌이 과도한 국가 개입 즉 국가주의 덕분에 성장했다는 사실을 모를 리는 없다. 또 촛불혁명 이후의 우리 국민들이 재벌 개혁을 열렬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당연히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재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국가주의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제1차 촛불집회 3일 뒤인 2016년 11월 2일, 김병준은 무너져가는 박근혜 정권의 총리직 제안을 선뜻 수락했다. 그 뒤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삼청동의 총리 내정자 사무실에 열심히 출근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참패로 한국당의 존립이 위태해진 상황에서 그는 선뜻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그러더니 재벌 해체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불붙는 시점에서, 선뜻 국가주의 논쟁을 벌임으로써 재벌을 살리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망해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의 정이 보통이 아니라고 해야 할까. 어떤 동기에서 시작했든 간에, 그의 국가주의 논쟁은 타당하지 않다. 그가 말하는 국가주의는 재벌이 받은 특혜를 국가 개입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며, 위기에 처한 재벌들한테 탈출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순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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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역사 추리 조선사, 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 못하나,발해고(4권본,역서),패권 쟁탈의 한국사,신라 왕실의 비밀,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상고사(역서),조선 노비들,왕의 여자,철의 제국 가야,최숙빈,한국사 인물통찰,동아시아 패권전쟁 등. www.kimjong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