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광화문 인사이드'는 청와대,통일부,외교부,국방부,총리실 등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정보'가 있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김의겸 대변안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13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5.13
▲ 김의겸 대변인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6일 오전 10시 40분, 청와대 춘추관 1층 로비. 휴가에서 돌아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일주일 만에 정례 브리핑에 나섰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20일 개소 예정 보도 등에 관한 해명이 끝난 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 진행됐다.

출입기자들이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의 갈등설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김 대변인은 "김동연 부총리가 삼성을 방문한다고 할 때 그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시기나 방식에 대해서 청와대와 (김동연) 부총리 간의 '의견 조율'이 있었다"라고 답변했다.

출입기자들은 "방금 '의견 조율'이라고 했는데 (삼성의 투자와 고용계획) 발표 시기와 방식을 두고 청와대와 경제부처 간에 '이견'이 있었나?"라고 추가 질문을 던졌고, 김 대변인은 "'이견'이라고 하지 않았고, '의견'이 있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김 대변인은 구두 브리핑에서든 서면 브리핑에서든 '단어 선택'을 깊이 고민하고, 거기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 출신이어서 더욱 언어(말과 글)에 민감하다. 하지만 그가 이날 브리핑에서도 '의견'과 '이견'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을 그러한 개인의 특징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 뒤에 청와대와 경제관료의 갈등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왜 '삼성 방문'에만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문제의 시작은 지난 3일 <한겨레>보도였다. 당시 <한겨레>는 "청와대는 최근 김동연 부총리가 6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을 때 삼성의 투자·고용 확대 계획을 기재부가 직접 발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전달했다"라고 보도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을 시작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1월), 최태원 SK그룹 회장(3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6월)을 만났고, 만남 직후 이들도 수조 원대의 투자 계획과 1만 명 이상의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그룹의 경우에도 김동연 부총리가 6일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간담회가 끝난 직후 기획재정부에서 삼성의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동안 해온 것처럼 '경제부총리의 대기업 방문→대기업 투자·고용 계획 발표'의 순서로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갑자기 이러한 계획을 취소했다. <한겨레> 보도에서 기획재정부의 고위관계자는 "투자는 기업이 결정하는 것인데 마치 정부가 요청해서 한다는 오해가 있어 방문 당일 삼성 투자·고용 발표는 안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러한 계획을 취소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의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가 기획재정부에 '삼성에 투자를 구걸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설명이다. <한겨레>가 전한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이렇다.

"정부 관계자가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하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김 부총리가 방문하는 당일 삼성의 투자·고용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 마치 정부가 재벌의 팔을 비틀거나 구걸하는 것처럼 국민이 오해할 수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6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캠퍼스에서 현장 소통 간담회를 마친 뒤,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6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캠퍼스에서 현장 소통 간담회를 마친 뒤,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기획재정부

관련사진보기


실제 청와대 안에서는 정부가 대기업의 투자·고용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여론이 있었다. 김동연 부총리의 대기업 방문 행보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청와대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여론의 중심에 장하성 정책실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시기 비서관으로 근무한 인사는 "장하성 실장이나 김동연 부총리가 '시장론자'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라면서도 "다만 장하성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더 방점을 두고 있고, 김동연 부총리는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재계에 신경 쓰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청와대가 현대자동차그룹와 SK그룹, 신세계그룹을 방문했을 때와는 다르게 유독 삼성그룹 방문에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노무현 정부 시기 정부와 삼성그룹의 유착관계를 비판하는 여론이 강하게 제기됐다는 사실을 의식해 삼성그룹의 경우에만 '투자·고용 계획 당일 발표 취소'라는 '최소한의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 갈등설은 사실?

다시 6일 김의겸 대변인 정례 브리핑 시간으로 돌아가자. 김 대변인은 "청와대가 '구걸하지 말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것은 사실무근이다"라고 <한겨레> 보도를 일축했다. 다만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청와대와 경제부총리 간의 의견 조율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 부처 간에 이견이 있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대변인은 "이견이라 하지 않았고, 의견이 있었다"라고 답변했다. 김 대변인은 유독 '이견'이 아니라 '의견'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보기에 따라서는 '눈 가리고 아웅하기'에 불과하다.

'이견 조율'이든 '의견 조율'이든 결과적으로 청와대에서 김동연 부총리에게 '당일 삼성의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김동연 부총리가 이를 받아들여 원래의 계획을 취소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청와대가 진짜 '구걸'이라는 아주 자극적인 단어를 썼는지는 알 수 없다.

김 대변인은 의견 조율이 "청와대와 경제부총리 간"에 있었다고 했다. 경제부총리와 '의견 조율'을 할 수 있는 청와대 인사는 업무 편제상 장하성 정책실장이 유일하다. 그런 점에서 김동연 부총리의 삼성그룹 방문을 둘러싸고 벌어진 '구걸 논란'은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의 갈등설을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라는 게 세간의 시각이다.

따라서 김 대변인이 '의견과 '이견'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러한 갈등설을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의 갈등설을 확인시켜주는 역설을 낳았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선대부속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한국의 보수와 대화하다><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