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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하와이에 살면서 경험했던 내용을 재미있게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아름다웠던 일몰의 바닷가부터 각종 수상 액티비티까지. 20대에 하와이에 살면서 경험한 잊지 못할 추억,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한국과의 미묘한 차이점에 대해 기사를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 기자 말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 두 단어가 합쳐진 '스몸비'는 보행 중 스마트폰을 보느라고 정신이 분산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 2014~2016년 보행 중 주의분산 보행사고로 접수된 사건이 6340건이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사상자가 6470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렇게 접수된 사건의 62%에 해당하는 비율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걷다가 차량 혹은 자전거 등과 충돌한 사건이었다.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톡홀름과 홍콩에서는 보행 중 스마트폰을 보지 말라는 경고문이나 지시문을 직접 설치한 상황이고, 심지어 중국 충칭에서는 스마트폰 보행자 전용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보행자가 우선 조심해야 할 스마트폰 보행을 위해 나라에서 전용 보도를 설치해준다는 건 얼마나 큰 사회 문제인지 실감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한국에서 지하철 계단을 이용할 때나 환승 통로를 걸어갈 때 스몸비로 인한 불편함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급한 약속으로 인해 발걸음을 서두를 때 간혹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로막혀 열심히 비켜 지나가야 한다.

 평화롭던 하와이의 도로
 평화롭던 하와이의 도로
ⓒ 신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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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반성하게 만드는 하와이 도로

내가 처음 스마트폰을 사용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도 10년이 넘은 상황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도로 위 스몸비 중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걸 하와이에서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길을 찾아보려다가 '어이쿠', 메시지를 보내려다가 '어이쿠', 사진을 찍으려다가 '어이쿠'...

항상 기숙사를 나올 때 "스마트폰 사용 조심하자"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었지만, 어느덧 길을 찾으려고 스마트폰을 보는 나는 횡단보도 위에 있었다.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경에 현혹되어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켜던 나는 횡단보도 위에 있었다. 조심하면 될 거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한국에서 건너온 스마트폰 좀비 그 자체였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친구들로부터 주의를 받는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10년 넘게 사용한 스마트폰 습관은 몇 번 주의를 받아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안 좋은 습관으로 인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왔는지 한 달 내내 반성했다.

하와이는 횡단보도에서의 모바일 기기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2017년 10월부터 적용된 이 법은 최초 적발 시 15~35달러, 적발 횟수에 따라 최대 99달러(한화 약 11만 5천 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처음에 이 법을 들었을 때는 다소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 법률이라니. 게다가 걸어가면서 내 의지로 핸드폰을 보겠다는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어디 있는지 의문이었다. 분명 필요한 법률이라는 점은 동의하지만 실질적으로 전부 잡아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딘가 빈틈이 많아 보이는 법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와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내 의식은 많이 바뀌었다. 하와이 사람들은 실효성을 떠나 사람을 보호한다는 인본주의적 마음에서 진심으로 그 법을 사랑했다. 미국 또한 보행자 사고의 10%가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가는 사람들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 신호등이 없는 보행자 우선 도로가 많기 때문에 정신을 팔면 안 된다는 점 고려했을 때 정말 필요한 법이었고, 내 또래 하와이 친구들은 그 법을 극찬했다.

극찬에서 그치지 않았다. 놀라웠던 점은 횡단보도뿐만 아니라 인도 위에서도 스마트폰 절제 습관 역시 하와이의 사람들 몸에 배어 있는 듯했다.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사람은 많았지만 화면에 빨려 들어갈 듯이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고, 누군가의 보행에 조금이라도 불편을 줄 경우 빠르게 미안하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마치 유치원 때 기본적인 예절을 배우듯이 좋은 습관을 배울 수 있었다.

 벽화 거리의 하와이 도로
 벽화 거리의 하와이 도로
ⓒ 신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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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보다는 사람이 먼저인 문화가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에는 신호등이 없는 보행자 우선 도로가 많다.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차들이 지나다니는데 언제 지나가야 하지", "차들이 안 멈춰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걱정은 며칠 만에 사라졌다. 그리고 하와이 사람들의 사람 우선 교통 문화에 굉장히 감동 받았다. 내가 길을 건너려고 발을 내딛는 순간 자동차들은 빠르게 멈춰 섰고, 멈춰서는 모습에서 먼저 지나가고 싶다는 조급함이나 아쉬움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건널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한참 서 있을 때는 자동차들이 먼저 서서 손으로 지나가라는 제스처를 보여주었다.

항상 사람이 우선이었고, 그런 사소한 배려만으로 안전한 도로와 사고 없는 도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3월 한국에서도 보행자 우선 도로를 만들어달라는 국민 청원에 경찰청장이 고려해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나는 의경으로 군 복무를 했다. 그중에서 상당 기간을 동대문 사거리, 미아 사거리 등에서 교통경찰로 근무하면서 분명하게 보았다. 대한민국의 도로는 사람이 아닌 차 중심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초록 불에서 주황색 불로 바뀌는 순간에 지나가려고 속도를 높이는 자동차들로 인해 위험했던 순간이 너무나도 많았다. 결국 지나가지 못하고 횡단보도 가운데 멈춰 보행자를 불편하게 만들고... 운전자 스스로 민망해지는 경우가 무수히 많았다.

의식 변화 없이 생겨난 보행자 우선 도로와 스몸비족의 결합은 무수히 많은 사고를 낳을 수도 있다. 보행자 우선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 중심의 도로 의식을 향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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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