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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삼양동 동네주민들이 A(41)씨의 죽음을 알게 된 것은 냄새였다. A씨의 집은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야 다다를 수 있지만 썩은내가 언덕 초입부터 코를 찔렀다. 공교롭게도 그가 죽은 곳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달 강북살이'를 하고 있는 옥탑방과 담을 맞대고 있는 단독주택이었다.

8일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0분쯤 서울 강북구 삼양동 주민이 "골목에서 냄새가 난다"라고 119에 신고를 했다. 소식을 접하고 출동한 경찰은 해당 골목 중간쯤 위치한 1층짜리 단독주택 안방에 A씨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발견 당시 부패가 심했다"라며 "사망한 지 3~4일쯤 지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는 "타살 정황은 없다"라면서 "평소 A씨가 간질환과 알코올 중독 증세를 앓고 있었다는 유족들의 말에 따라 지병이 있는 상태에서 과음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7일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했다.

낮 12시 40분쯤 강북구청 관계자가 소독을 했지만, 냄새는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소독을 위해 문을 열자 안에서 파리들이 튀어나왔다. 현관문 건너로 넘어다 본 집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거실과 방 안에는 수십 개의 플라스틱 소주병이 이불과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컵라면과 이미 뜯은 컵라면이 여기저기 바닥에 놓여있었다. 무엇인가를 먹은 흔적이 있는 냄비 3개가 거실과 방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A씨는 차상위계층으로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등을 인하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집 앞에는 '전기공급 제한 알림' 고지서가 바닥에 붙어있었다. 4월부터 전기요금이 미납돼 6일 오전 10시부터 순간 전력량이 660W로 제한된다는 내용이었다. 660W는 TV와 선풍기 등 최소한의 생활만 가능한 전력이다. 그 옆에는 카드대금이 미납됐음을 알리는 고지서 여러 장이 떨어져있었다.

강북구 삼양동 '혼자 살던 40대 남성의 죽음'

 방문 앞에 벗어 놓은 슬리퍼를 보면 최씨가 방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최씨는 가지런히 신발을 벗고 문소리가 날까 조심하며 방문을 닫았다.
 동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A씨는 '은둔형 외톨이'였다. A씨가 삼양동 골목으로 이사 온 이후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봤다는 사람이 드물었다. A씨를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였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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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A씨는 '은둔형 외톨이'였다. A씨가 삼양동 골목으로 이사 온 이후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봤다는 사람이 드물었다. A씨를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였다.

A씨의 집 바로 옆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B씨는 "가끔 집 앞에서 마주칠 때 보면 수염도 깎지 않은 채였다"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B씨는 "배달시켜 먹고 내놓은 빈 그릇과 소주병 여러 개가 집 앞에 자주 나와 있었다"라며 "전등이 켜졌다 꺼지고 TV소리가 나는 걸로 '살아있구나' 했다"라고 했다. 그는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지 않으니 악취가 자주 담을 넘어왔다"라며 "항의를 하려고 문을 흔들거나 두드려도 나와보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아주 가끔 어머니가 찾아오는 것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이 세 들어 살고 있는 집 바로 옆에 사는 문아무개(68)씨는 "박 시장이 이사 오기 전에도 냄새가 하도 나서 동네 주민들이 신고했었다"라며 "당시 경찰과 구청 직원들이 왔었는데, 사람이 나와서 '괜찮다' 싶었다"라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 복지·건강 상담을 하는 '찾아가는동주민센터(찾동)'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A씨는 이를 거부해,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못 했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전했다.

시 관계자는 "중장년층 1인가구인데다가 시각장애 6급, 차상위계층이라 '찾동 서비스'로 관리해왔다"라며 "7월에도 두 번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거부했다"라고 했다. 그는 "최근 방문이 7월 18일인데 당시에도 본인이 방문을 원치 않는다고 해서 참치캔을 드리고 왔다"라며 "그 날 A씨의 어머니께도 연락해서 주거상태에 대해 말씀드렸다"라고 했다.

동네 주민의 비보를 접한 박 시장은 이날 오후에 잡혀있던 강북구 북부시장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5시쯤 빈소를 찾았다.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박 시장은 "너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했다. 박 시장은 "찾동 사업으로 예전에는 방치됐던 사각지대가 확인되기 시작했지만 이처럼 본인이 서비스를 거절하는 경우에는 (적용이)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박 시장은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단절이 생겼다"라며 "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고 큰 숙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간 1인 가구의 고립·단절에 대한 해법으로 공동체 간 연대와 협력인 '사회적 우정'을 강조해 온 박 시장이 '한 달 강북살이' 이후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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