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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드루킹 불법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집무실과 관사를 압수수색하였습니다. 동시에, 국회 사무처와 의원회관을 압수수색하여 김 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사용한 업무용 PC를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PC는 국회 사무처가 개인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절차인 '로(low)포맷'이 적용된 상태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국회 사무처에서 관례대로 PC를 완전히 포맷한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관례조차 모른 채 요란한 압수수색 절차를 거쳐 업무용 PC를 '확보'한 특검이 문제일까요. 관례대로 포맷을 해버린 국회사무처가 문제일까요. 언론은 그 모든 것이 아니라 증거 인멸을 위해서 PC를 완전 삭제하여 핵심 증거를 없애버린 김경수 지사가 문제인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바로 중앙일보 등이 제목부터 "완전 삭제" "핵심 증거 '증발'" 등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해 보도한 것입니다.

'완전 삭제, 증거 증발'…왜곡보도의 시작은 중앙일보 '인터넷판'

김경수 지사 PC 논란의 시작은 중앙일보 인터넷판 보도였습니다. 2일 중앙일보는 지면보도가 아닌 온라인 보도로 <단독/김경수 PC '완전 삭제'…드루킹 연루 핵심 증거 '증발'>(8/2 정진우․박태인 기자 http://bitly.kr/5A6L,)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8월 2일 중앙일보 인터넷판 기사 제목
 8월 2일 중앙일보 인터넷판 기사 제목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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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사용하던 업무용 PC가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포맷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김동원씨와 김 지사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단서는 폐기됐다"는 매우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제목에서도 '완전 삭제' 및 '핵심 증거 증발'을 명시했고, 보도 리드문에서도 '김경수 지사 PC가 복구 불가능하다. 핵심 단서가 폐기됐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당연히 독자 입자에서는 김경수 지사가 증거인멸을 위해 PC를 포맷한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상당히 큽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중앙일보 역시 규정상 국회 PC는 모두 포맷 처리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중앙일보는 우선 'PC 완전 삭제, 증거 증발'을 강조한 뒤, "국회의원직을 그만 둘 때 국회에서 요구하는 절차에 따라 PC를 제출했을 뿐 PC저장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게 아니다"라는 김 지사 측 입장과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해 데이터를 완전 삭제하는 로(low) 포맷을 적용한다", "김 지사가 사용했던 컴퓨터도 같은 규정으로 처리됐다"는 국회 사무처 관계자 설명을 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국회 규정상 이뤄지는 통상적인 포맷 절차임을 알면서도 보도 제목을 '김경수 PC 완전 삭제, 드루킹 연루 핵심 증거 증발'로 뽑고 보도 도입에서도 같은 내용을 강조한 건데요. 이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악의적인 보도 구성입니다.

게다가 중앙일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에 적용된 '디가우징'(강력한 자성을 통한 파일 영구 삭제)과 마찬가지로 포렌식 기법을 적용해도 파일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첨언했습니다. 디가우징만 언급해도 될 것을 굳이 사법농단과 관련해 증거인멸 의혹을 받는 양 전 대법원장을 끌어들인 것도 얄궂습니다.

같은 기자가 쓴 비슷하 내용의 보도만 지면에 보도, 중앙일보는 왜?

중앙일보의 이 단독 보도에는 또 하나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김경수 지사의 증거인멸'을 암시한 '단독 보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면에 내지 않고 인터넷판으로만 출고했다는 점입니다. 해당 단독보도가 나간 바로 다음날인 3일 지면에 비슷한 보도가 등장하기는 합니다. 다만 제목과 일부 내용에서 '김경수 PC'와 관련된 일부 표현이 완화됐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인터넷판 기사와 취재기자가 똑같고 내용도 비슷한 보도는 중앙일보 <단독/김경수 쓰던 국회 PC 수색하니 이미 '깡통'>(8/3 정진우․박태인 기자 http://bitly.kr/RFYw)입니다. 이 보도는 제목에서 '핵심 증거 삭제'라는 용어는 제목에 쓰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목에서 '김경수 PC 이미 깡통'이라 명시하여 왜곡의 의도를 보인 점은 비슷합니다. 또한 김 지사의 집무실‧관사 및 국회의원 시절 PC 압수수색을 전하는 부분은 인터넷판 보도와 같은 내용입니다.

다만 지면에 게재된 3일 보도는 서두에서 "압수수색 영장에는 김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가 '공범' 관계로 적시됐다"는 점을 강조했고 "사건이 불거진 초기에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김 지사의 의원 시절 PC가 포맷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최진녕 변호사 주장으로 '경찰 부실 수사'를 지적했습니다. 전날 온라인 보도에서는 서두부터 '완전 삭제'와 '증거 증발'을 강조했던 것에 비해 사뭇 완화된 것입니다.

같은 기자가 쓴 비슷한 내용의 단독 보도를 인터넷판과 지면에 따로 내면서, 지면의 보도는 어느 정도 표현의 수위를 낮춘 것입니다. 이 역시 중앙일보가 2일 인터넷판 보도의 부적절함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가 이처럼 온라인 기사와 지면기사를 다르게 작성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들 스스로도 애초 온라인판 보도의 제목이 선정적이며 악의적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며, 그대로 지면에 게재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수를 유도하고 여론을 선동하기 쉬운 '인터넷 기사'를 악용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국회 절차'마저 누락한 '한국경제'…제목에 '삭제' '포맷' 표현 쓴 언론사는 어디?

2일 중앙일보가 단독으로 '완전삭제' 기사를 내자, 다른 언론사에서도 비슷한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네이버' 뉴스에 송고된 기사 중 제목에 '김경수 지사 PC'와 관련 '삭제' 또는 '포멧'을 사용한 보도 목록(8/2)
 '네이버' 뉴스에 송고된 기사 중 제목에 '김경수 지사 PC'와 관련 '삭제' 또는 '포멧'을 사용한 보도 목록(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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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경제는 2일 <김경수 관사 등 압수수색…의원 때 PC 데이터 삭제돼>(8/2 고윤상 기자 http://bitly.kr/ko3F)라는 제목으로 '데이터 삭제'를 강조했고 내용에서도 "김 지사의 의원 시절 컴퓨터(PC)는 이미 복구가 불가능한 기술로 모든 데이터가 삭제된 것으로 알려져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며 유독 '데이터 삭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보도가 특히 더 악의적인 부분은 중앙일보도 전했던 '국회 사무처 통상적 절차에 따른 포맷'이라는 사실을 누락했다는 겁니다. 한국경제 독자는 김 지사가 의도적으로 증거인멸을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중앙일보 인터넷판보다 더 악의적인 왜곡보도입니다.

이외에도 '네이버 포털'에 송고된 인터넷 기사 중 '삭제' '포맷'을 보도 제목에 사용한 언론사는 세계일보, 천지일보, 뉴시스, MBN, 채널A입니다. 이 5개 언론사는 비록 국회 사무처의 통상적인 처리 절차임을 소개했지만, 제목에 '삭제' 또는 '포맷'을 사용해 오해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네이버 포털 뉴스의 경우 '제목'만 읽는 독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목을 뽑는데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할 것입니다. 다만, 뉴시스의 경우 제목에서도 국회사무처의 절차임을 명시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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