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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지방선거가 끝났다. 정치의 지향성을 떠나서 이 나라를, 우리 미래 세대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투표를 했다. 이번 선거는 전체적으로 투표율이 높았다. 기울어진 운동장 경기라는 말이 돌 정도로 여당의 압승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투표권을 행사했다. 나는 그것이 촛불 혁명이라는 승리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승리의 경험이 없이 패배의 경험만 있다면 무언가를 바꾸고자 노력하는 의지는 생겨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없이 많이 도전하고 의견을 낸다. 그 도전이나 제기된 의견이 아주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가게에서 사고 싶은 것을 어렵게 부모에게 말할 수도 있고, 저녁에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을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소소한 도전이나 의견 개진이 받아들여지는 일을 경험하지 못하면 더 큰 도전, 더 중요한 도전에는 감히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일상에서 이런 도전이나 의견 개진이 받아들여지고 부당하다고 생각한 것이 바뀌는 경험들을 쌓아 갔으면 좋겠다. 그런 경험 없이 성인을 만들어 놓고는 도전 정신이 없다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생각이다.

하루는 아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학급 임원이 시험지를 나눠주는데 그 점수를 이야기했고, 그것이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건 개인정보이니까 그렇게 나눠주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며칠 후에 아들은 그것에 대해서 기분 좋은 말을 해줬다. 시험지를 나눠 줄 때 선생님께서 아이들 번호를 부르고 한 명 한 명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는 거다. 아마도 선생님은 왜 그래야 하는지 상황을 물어 보셨을 테고 아들은 서툴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선생님은 그다음 시험에서 아들의 의견대로 직접 시험지를 나눠주셨단다.

아들은 학급 임원이 시험지를 나눠 주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바꾸기를 원했으며 침묵하지 않았다. 난 그렇게 의견을 말한 아들이 대견했다. 물론 그 의견을 거부하지 않고 수용해 주신 선생님의 공감에도 감사한다. 뭘 그걸 심각하게 생각하느냐고 하지 않으시고, 알았다고 하면서 받아 주셨으니 말이다.

이런 수용의 경험, 소통의 경험이 쌓이면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그냥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건 아들에게 작은 승리의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이 쌓여 자존심 강한 아이가 아니라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광주교육뉴스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성장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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