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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형제도에 반하여>는 프랑스의 변호사이자 법학교수인 로베르 바댕테르가 사형제도 폐지에 관하여 쓴 글을 모은 책이다. 그는 평생을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싸웠고, 프랑스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던 1981년 결국 사형제가 폐지되었다. 그 후 프랑스 헌법재판소장(1986-1995)와 상원의원 (1995-2011)을 거쳐 구 유고슬라비아 평화를 위한 유럽경제공동체 조정위원회 의장, 유럽안보협력기구의 조정 및 중재재판소 재판장을 지냈고, 지금도 중국과 미국에서의 사형제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형제도에 반하여> 책표지
 <사형제도에 반하여> 책표지
ⓒ 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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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십년간 조국인 프랑스 그리고 유럽과 세계의 인권‧평화를 위해 싸워왔지만, 그 중에서도 사형제도 폐지의 의미는 특별했다. 그는 사형제도의 존폐 여부가 한 사회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였다고 확신했다. 그에게서 사형제도는 "전체주의적 야만성의 상징"(12쪽)이며, 거꾸로 "사형제도 존치는 사회가 완숙함에 이르지 못한 징후일 뿐"(39쪽)이라고 보았다.

사실 사형제를 폐지해야 할 논거들은 이미 정리가 끝났다. 가장 중요한 논거는 두 가지다. 먼저 오심의 문제다. 인간이 재판을 하는 한 오심은 피할 수 없고, 사형제도는 오심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형벌 집행 이후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다. 그 다음은 범죄예방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사형제도의 유무가 범죄예방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입증되었다. 사형을 통해 흉악범죄를 막겠다는 것은 무용한 일이다. 바댕테르 역시 프랑스에서의 사형폐지 역사를 다루면서 이러한 논점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론'적으로 사형제를 정당화시킬 근거는 더 이상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국가에서는 사형이 집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사형 폐지가 전면화된 것은 불과 수십 년 전이다. 바댕테르는 일단 시민들이 흉악범죄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갖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피해자 가족들이 복수 실현의 욕구를 느끼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이나 복수심리를 국가가 실현해주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본다.

무능하고 정당성이 없는 국가일수록 사형 집행으로 국가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범죄예방효과도 없고 정당성도 없는 사형집행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과 민주주의가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형제도의 폐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당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사형제가 무용함을 인정해야 하고, 인간에 대한 절대존중을 사형제 폐지를 통해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서의 사형제 폐지는 간단하지 않았다. 170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는 1764년 체사레 벡카리아의 명저 <범죄와 형벌>(한인섭 역, 박영사, 2010)의 영향을 받아 사형제 폐지 논의가 뜨겁게 벌어졌지만 결국 폐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1800년대 후반에도 수차례 사형제도 폐지법안이 제출되었지만 결국 통과되진 못했다. 그리고 1981년 대선에서 정치 쟁점화되면서 사형제 폐지로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었으며, 결국 1981년 9월 17일 프랑스 하원에서는 찬성 363표, 반대 117표로 사형제도 폐지가 가결되었고, 상원에서도 1981년 9월 30일 찬성 160표, 반대 115표로 가결되었다.

바댕테르는 이 책에서 프랑스의 사형폐지 논쟁과 입법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왜 민주주의국가에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사형을 폐지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흔히 사형제 폐지를 흉악범죄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몰아붙이지만, 실은 그 정반대다. 실효성 없는 사형제 대신에 다른 수단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그 가족과 관계인들의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 사형폐지의 진정한 목적이다.

그렇게 국가와 공동체가 책임을 다하자는 것이다. 오히려 사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야말로 편의적이고 무책임인 것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사형폐지는 인간 존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의 문제다. 민주주의에서는 주권자인 국민들의 진정한 이익에 따른 통치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댕테르는 민주주의와 국민의 이름으로 사형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바댕테르가 힘주어 이야기하는 부분은 인간과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 문제다. 그는 생명을 빼앗은 흉악범이라고 해도, 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주장한다. 그는 "인간의 정의는 사람을 죽일 권한이 없다"(15쪽)고 하면서, "생명은 그 자체로 신성하며, 지상 최고의 가치"(74쪽), "생명을 존중받을 권리는 모든 인간 존재의 가장 첫째가는 권리"(330쪽)라고 말한다. 따라서, "생명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라면 절대 어길 수 없고 국가의 권리도 침범할 수 없는 영역"(16쪽)에 해당한다.

바댕테르는 종교적 논거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이러한 주장은 현대의 대다수 종교의 태도와도 일치한다. 특히 절대자인 신을 믿는 종교에서 인간이 신의 영역인 생명을 빼앗는 일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래서 고 김수환 추기경은 사형제도를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반생명의 문화"이며, "사형은 용서가 없는 것이죠. 용서는 바로 사랑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살인자의 생명조차 함부로 빼앗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요 용서라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사형제만이 불의한 공격으로부터 사람들의 안전한 삶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과 선의의 사람들에게 사형폐지를 위한 투쟁을 호소했다.

사형제는 현재 한국 사회에 던져진 문제기도 하다. 사형제도가 완전히 폐지된 국가가 106개국에 달한다. 2017년에도 기니와 몽골리아가 사형 폐지국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도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이 되었지만, 이제 완전한 사형 폐지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바댕테르가 지적하듯이 민주주의 국가와 사형폐지국은 사실상 일치한다. 사형 폐지는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다행히 전망은 어둡지 않다. 2000년대 들어 국회에도 사형폐지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었다. 2004년 18대 국회에서는 175명이, 19대 국회에서도 102명이, 20개 국회에서도 172명의 국회의원이 사형폐지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사형제 폐지에 대한 분명한 소신을 밝힌 바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사형 폐지를 중요 사업으로 선정했다. 그 어느 때보다 사형폐지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여전히 여론은 사형 찬성 의견이 다소 높다. 2017년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사형 찬성 의견이 52.8%, 반대/폐지 의견이 42.2%였다. 사실 프랑스에서도 사형제 폐지 당시 국민의 63%가 사형제도 폐지에 반대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프랑스의 정치인들은 결단을 내려 사형을 폐지했고, 사형 폐지는 지금 민주주의 국가의 보편적 상식이 되었다. 우리도 늦었지만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이 왔다. 1970년대, 1980년대 프랑스에서의 사형 폐지 논의를 담고 있는 이 책이 사형 폐지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사회와 정치에도 훌륭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홍성수 기자는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위원입니다. 이 글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 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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