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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6일 오후 9시 44분]

2018년 7월 23일 오전,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가짜뉴스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바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비극적인 사망 소식이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한 노 원내대표는 유머와 해학은 물론 정치 현안을 한 마디로 정리해 주는 능력이 탁월해 많은 국민에게 사랑을 받았다. 노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중 누군가의 말을 잘 들어줄 것 같은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장례가 치러진 5일 동안 7만2000명이 조문했다(정의당 발표 기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다음으로 많은 인파가 노 원내대표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것이다. 이 현상을 분석해 보고자 이승원 시사평론가를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봤다. 다음은 이 평론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늘 한결같았던 노회찬"

 이승원 시사평론가.
 이승원 시사평론가.
ⓒ 이승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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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3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돌아가셨잖아요. 9일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어떠세요?
"제가 좋아하는 정치인이 노무현 대통령과 노회찬 원내대표였어요. 물론 박주민 의원 등도 좋아하죠. 그러나 유독 좋아했던 두 명이었는데 극단적인 선택으로 가시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너무 슬펐어요. 지난주 내내 일할 수가 없더라고요. 전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송 여러 개가 있는데 말도 잘 안 나오고 뉴스 읽기도 싫더군요. 생방송 중에 노회찬 의원 관련 속보를 듣게 돼 뭔가 이야기를 한 거 같은데,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실감도 나지 않았습니다."

- 충격이 컸군요.
"저는 2000년대 초반 국회 출입을 했었거든요. 2003년엔 한나라당을 출입하고 2004년엔 열린우리당을 출입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을 출입하지는 않아서 오가다 인사 정도만 했지 개인적 인연이 있던 건 아니예요. 다만 워낙 그분의 방송이나 팟캐스트를 자주 접해서 늘 제 옆에 존재하는 정치인이었어요. 그러니 믿기 더 어려웠던 게 사실이죠. 그래서 지난주 내내 어떤 정신으로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지난 7월 25일 세브란스 장례식장에 갔는데 너무 슬프기도 하고 믿기도 어려워서 영정 사진을 차마 못 보겠더라고요. 결국 조문 내내 바닥만 보다가 돌아왔습니다."

- 자신 때문에 정의당이 외면받을 수도 있겠다는 부담감이 컸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컸던 거 같아요. 만약 지금처럼 유례없이 정의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다면 노 의원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지금처럼 두 자릿수 지지율로 오른 것이나, 자유한국당 지지율마저 위협하는 상황은 처음이잖아요."

- 우리나라는 진보에 도덕성을 강조하는데, 하지만 도덕성은 보수가 더 강조해야잖아요. 물론 도덕성에 진보·보수가 어딨는지 모르지만 굳지 따지자면 그런데 우리나라는 반대인 것 같습니다.
"최순실 사태 때 어떤 언론사 선배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어요. 우리나라의 갈등은 사실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라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홍준표 전 대표가 극우지 보수일 수는 없잖아요. 유럽식 기준으로 본다면,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정당이고 정의당 정도가 그나마 진보정당이죠.

말씀하신 것처럼 도덕성은 일반적으로 보수가 더 강조해야 할 덕목이라는 보지만, 우리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수·진보 정당의 목소리가 뒤엉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도덕성은 사실 보수 진보를 떠나서 말 그대로 모든 정치인이 지켜야 하는 핵심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묘하게 이중잣대가 작동하고 그걸 또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세력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의원 100명과도 못 바꿀 존재가 사라졌다"

노회찬 없는 국회...흐느끼는 이정미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 앞에서 열린 고 노회찬 의원 국회 영결식에서 조사를 한 후 돌아서며 흐느끼고 있다.
▲ 노회찬 없는 국회...흐느끼는 이정미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현관 앞에서 열린 고 노회찬 의원 국회 영결식에서 조사를 한 후 돌아서며 흐느끼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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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론가께서 기억하는 노회찬 원내대표는 어떤 분인가요?
"이 표현이 어떨지 모르지만, 거짓말 같은 사람이에요. 요즘 흔히 얘기하는 사기 캐릭터(?)죠. 왜 이런 말씀을 드리냐면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유서를 쓰기 전 썼던 마지막 글이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 규명을 위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모임인 '반올림'과 KTX 여승무원 복직을 축하하는 글이었어요. 어떤 사람이 자기 유서 쓰기 전에 그런 인사를 남기냐고요. 말이 되나요? 어쩌면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노회찬일 수 있냐는 생각이 드는 거죠.

보통 사람은 하다 지치거나 포기하기 마련이죠. 그러나 그 사람은 국회의원으로 첫 당선되기 전 2004년 이전의 삶은 말할 것도 없고 당선 후에도 포기하거나 쉰 적이 없던 거 같아요. 보통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열심히 뛰는 게 일반적인 데다가, 언론 스포트라이트 받지 않는 이슈에는 잘 나서지 않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은 금배지가 있든 없든 초지일관 약자들과 항상 같이 있었어요. 그 사람 발자취가 없는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오죠.

2008년 국회의원으로서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어요. 차별금지법 같은 경우도 너무 당연한 거잖아요. 학벌, 신체, 성별, 성 정체성 등 무관하게 모든 사람이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너무 당연한 법이 노회찬 의원이 들어와서야 가능했다는 거죠."

- 그런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가 있어야지만 공감하고 분노라는 게 생기잖아요. 거기서 나오는 사랑과 정의감 아닌가 싶어요. 왜냐면 누군가 고통받을 때 자기가 직접 겪지 않으면 싱크로율이 100%가 될 순 없잖아요. 그럼에도 사람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어요. 그러니 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분노했고,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진 거 같아요. 그래서 사랑과 정의감이라고 생각해요."

- 정의당의 발표에 따르면 노 원내대표 빈소에 7만2000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물론 스타 정치인이었지만 대통령을 한 것은 아니라서 7만 명이 넘을 거라곤 예상 못 했을 것 같은데, 노 원내대표 장례과정은 어떻게 보셨나요?
"전직 대통령과 노회찬 의원의 정치적 비중과 무게감을 일직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어렵지만 그럼에도 상당한 존재감을 가졌던 거 같아요. '노회찬' 이름 석 자 떠올리면 막연히 생각나는 게 '저 여의도에 있는 배지 300명 중에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한 명은 있다'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했던 거 같아요. 그 한 사람이 너무나 갑자기, 비극적으로 사라져버린 거예요. 누군가에게는 다른 의원 100명과도 못 바꾸는 존재가 사라진 거죠.

흔히 각계각층이란 단어 많이 쓰잖아요. 빈소에 갔을 때 느낀 게 바로 그거였어요. 정말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 애도하고 있었어요. 일반 정치인이 돌아가시면 그와 비슷한 종류의 사람들이 빈소를 찾기 마련인데 노 의원 빈소에 온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남녀노소, 계층, 계급 불문하고 정말 다양했어요."

- 장례 기간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뭐였어요?
"여야 의원 할 거 없이 진심으로 슬퍼하는 게 같았죠."

- 자유한국당은 좀 결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한국당 대부분 의원이 슬퍼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김성태 원내대표 같은 사람은 그래도 노동운동 했던 사람이고, 전날까지 출장 같이 다녀왔기 때문에 다를 거 같긴 해요. 대다수가 다 슬퍼한다기보다는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이 조금은 더 인간적으로 애도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거 같아요."

- 김성태 원내대표 얘기를 하셨잖아요. 하지만 노회찬 원내대표가 사망에 이르게 한 건 드루킹 특검이지 않겠습니까. 그 특검은 김 원내대표가 단식하며 관철시킨 거잖아요. 그럼 적어도 김 원내대표는 노 원내대표 사망에 대한 책임감이나 죄책감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론조작은 분명 범죄행위고 처벌을 받아야죠. 그럼에도 저는 특검까지 갈 일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이유가 뭐가 됐든 결과적으로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 사건 때문에 앞으로 큰 죄책감을 느끼고 살 거예요. 본인이 관철시킨 특검 때문에 한 사람이 결과적으로 사망하게 된 거잖아요."

노회찬, 드루킹 특검 그리고 정치자금법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브리핑룸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 투신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7.23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가 7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브리핑룸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 투신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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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원내대표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게 2016년 드루킹 일당에게 받은 4000만 원이잖아요. 유서에서도 이 돈을 받았지만 대가성은 없었고 신고를 못 한 거죠. 과연 이게 트루킹 특검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드루킹 특검은 2017년 대선 때 여론조작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거잖아요. 특검의 태도는 어떻게 보세요?
"사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의 의혹이잖아요. 저도 이해가 안 갔던 대목이, 어느 순간 허익범 특검이 브리핑한 내용을 보면 특검법을 만든 취지가 노 의원 때문이었나란 생각이 들 정도 김경수 지사는 안 보이고 노회찬이라는 이름만 나오더라고요. 특검 기간이 60일이기 때문에 뭐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테고, 김 도지사에 대해 혐의점을 찾지 못하다 보니까 다른 줄기를 찾아낸 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기간이 있었죠.

그리고 드루킹이 노회찬 의원 등에 대해서 협박성 글(트윗)을 올리기도 했잖아요. 경공모 회원의 진술을 받았기 때문에 정의당과 민주당이 다른 당이긴 하지만 진보 정치란 한 바구니에 몰아넣고 쉬운 거부터 치고 들어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검 시작은 어쨌든 김 도지사였는데 노 의원에 대해 더 파는 분위기 때문에 좀 황당했어요.

노 의원도 댓가성 없었다고 유서에 썼죠. 생각해보면 (그때) 노 의원이 댓가를 주고받을 위치도 아니었잖아요. 이때가 2016년 총선 앞두고 받았던 돈인데 후원금 처리 못한 게 문제였죠. 법 위반이긴 하지만, 어쨌든 돈 없이 정치하는 사람들에 대해 동정하는 여론이 많아요."

- 정치자금법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외 인사나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아시겠지만 2002년 차떼기 사건 때문에 정치자금에 대한 문제 의식이 많았잖아요. 정치인에게 기부하는 게 안 좋은 일처럼 인식되고 2004년 일명 '오세훈 법'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법인이나 단체가 기부할 수 없도록 하고 개인도 한도는 500만 원으로 한정했습니다.

정치는 돈이 필요합니다. 움직이면 당장 차비부터 돈이죠. 안철수 전 의원이나 정몽준 전 의원처럼 돈 있는 사람만 정치하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원외 인사든 정치 신인이든 노회찬 의원처럼 의지나 열정은 있지만 돈 없는 사람에게든 돈이 전달될 수 있도록 풀어줘야죠. 과거 정치자금법은 중앙당에도 후원을 못 하도록 규제했다가 2017년에 와서 중앙당 후원 제도가 부활했죠. 군소정당은 돈이 더 필요한데 당이 후원금을 못 받게 만드니까 악순환이었던 거죠.

물론 과거처럼 악용될까 봐 문제고, 또 힘있는 양당에 몰리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소정당 씨를 마르게 할 거냐는 딜레마가 있는 거죠. 정치자금법은 현실적으로 맞게 해야죠."

- 정치하는 데 돈 안 드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과거에 비하면 지금도 최대한 돈 안 쓰는 구조로 가고 있긴 하죠. 제가 2000년 초반 정치부 출입할 때 돈이 왜 그렇게 많이 드냐고 물어봤어요. 지역구가 서울이면 그나마 나은 편인데 지방이면 일단 차비부터 많이 들어가요. 요즘 물가 감안하면 지역사무실 운영할 때 사무실 유지비, 인력 등 최소 매달 1000만 원은 넘게 들어간다고 합니다. 저는, 정치인들의 지지자로부터 후원받을 만큼 받고, 대신 이걸 투명하게 쓰게 하자는 주의입니다."

- 노 원내대표의 사망으로 정의당에 큰 타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지율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노 원내대표는 정의당의 얼굴 같은 존재였잖아요. 얼굴이 사라진 상황에서 정의당의 앞날 어떻게 예상하세요?
"노회찬 의원의 부재와 별개로 정의당엔 새로운 인물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못하는 일을 정의당은 할 수 있습니다. 정의당이기 때문에 가능한 목소리와 정책이 있다는 얘기죠. 그걸 전달하고 추동할 인물들이 정의당에 더 많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 소수자,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요.

백화점으로 따지면 좋은 상품이 있어야 하는 건데 아직 좋은 백화점에 좋은 상품이 충분치 않은 느낌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존 당 사람들이 내부 기득권 때문에 새싹들을 누르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하죠.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져야 할 시기인 듯합니다."

- 정의당 스탠스가 딜레마 아닌가요? 무조건 정부를 옹호하기도 그렇고 무조건 반대하기도 그런 거 같은데.
"전략적으로 지금 집권 여당은 과반이 안 되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의 도움을 받아야 하잖아요. 스탠스를 정해야죠. 전략적인 선택도 좋지만, 아니다 싶은 법은 도와주면 안 되죠. 지금은 적폐 세력 때문에 웬만하면 돕자는 게 있는 거 같아요. 어쨌든 정의당은 전략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고, 민주당을 도우면서 본인들이 원하는 개혁법안은 민주당 도움받아서 해야죠. 일방적인 도움은 안 된다고 봅니다."

- 마지막 한마디 부탁드려요.
"노회찬의 유머를 빼앗긴 세상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저 개인적으로는 너무 안타깝고 허전합니다. 그 사람의 촌철살인과 유머를 즐겼던 국민으로서 상처가 오래갈 거 같아요.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노회찬이라는 너무 아까운 정치인의 빈 자리가 큽니다. 상당히 오래갈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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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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