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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결식 당일 노회찬 의원을 떠나 보내고 있는 국회 청소 노동자들.
 영결식 당일 노회찬 의원을 떠나 보내고 있는 국회 청소 노동자들.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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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씨가 어떻게 우리네 사정을 알아서 저기(연설)를 했다고. 마음이 찡하지 그런 사람이 오래 해야 하는데, 아이고. 어찌 됐든 진짜로 고맙고 좋은 분이 돌아가셨어."

지난 3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 '고 노회찬을 추모하다'편 제작진은 어느 이른 새벽 6411번 버스를 기다리는 노년의 (청소)노동자들을 만났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안타까운 죽음 직후 화제가 됐던 '6411번 버스' 동영상에서 언급된 바로 그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은 입을 모아 수 년 전 '투명인간' 취급을 받던 자신들의 '사정'을 알아봤던 정치인 노회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이렇게 <궁금한 이야기 Y>가 만난 '노회찬의 친구들' 중 유독 눈길이 가는 사연은 노동자들의 것이었다. 지난달 27일 고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 당일 국회 앞에 도열했던 한 국회 청소노동자는 노회찬 의원이 평소 입던 양복 중 동복이 단 한 벌이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미칠 것 같더라고요. 진작 내가 선물 좀 해 드릴 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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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에서 최초로 노조를 결성하려다 해고됐던 김성환씨. 노회찬 의원은 지난 2007년 '엠네스티 양심수 김성환을 석방하라'는 피켓을 들고 국회 앞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김성환씨는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 "저 분은 삼성으로부터의 불이익이 두렵지 않았을까?" 궁금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대기업에 맞서 노동자의 편에 섰던 정치인 노회찬의 단면이었다. 그런 예는 또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4대 사회악 근절에 나섰던 지난 2013년, 전국 문구점 업주들은 정부와 식약처가 불량 식품 근절 차원에서 이른바 '뽀글이' 등 문방구의 식품판매를 제한하면서 업주들이 생계에 곤란을 겪는 등 위기에 몰리게 됐다고 한다.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는 국회를 찾아 이 사실을 알렸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고, 이때 유일하게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준 것이 바로 노회찬 의원이었다.

"저는 식약청 관계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쓸데없는 거 자꾸 단속하지 말고, 진짜 몸에 유해한 담배는 왜 파냐 이거예요. 그 독한 술들 왜 팔고 있냐 이거예요. 저는 담배 안 피웁니다. 그러나 저는 뽀글이는 먹습니다(중략). 영세 자영업자들이 함께 살려면 대형 유통 마트에 대해서 사나운 개한테 하는 것처럼 규제를 해야 합니다, 여러분."

지난 2013년 4월 열린 전국문구생산유통도소매 소상공인 생존권 호소대회에 참석한 노회찬 의원의 연설 중 일부다. 이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는 노회찬 의원의 장례식에 화환을 보냈다. 노 의원이 '불량식품'과 문구점의 실태까지 챙겼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노 의원의 빈소에는 그런 크고 작은 시민단체가 보낸 온 화환이 한 가득이었다. 이 모두 서민과 민중의 친구였던 정치인 노회찬의 일면을 엿보게 하는 일화라 할 수 있다.

노회찬 추모 열기와 자유한국당 제친 정의당

 지난 3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한 장면. 고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 당일 국회에 차려진 빈소에 헌화하고 있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한 장면. 고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 당일 국회에 차려진 빈소에 헌화하고 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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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정치인 노회찬에 대한 추모 열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아직 보내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으리라. <궁금한 이야기 Y>에 앞서 지난 2일 방송된 <KBS 스페셜> '노회찬이 남긴 질문'편처럼 각자의 시점에 맞춰 추모 방송 역시 계속되고 있다. 정치인 노회찬의 약사부터 과거 인터뷰나 주변인들의 가슴 아픈 회고도 이어지는 중이다. 그리고, <시사인> 568호에서 천관율 기자는 <우리 옆의 노회찬은 이런 정치인이었습니다>란 기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그의 마지막 고민은 선거제도 개혁이었다. 20대 국회는 선거제도를 좀 더 비례적으로(득표율과 의석 배분이 비례하도록) 바꿀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정의당은 보고 있다. 선거제도 개정의 조건이 이 정도나마 우호적이었던 적도 거의 없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진보 정치의 공간을 확장하고, 그를 발판 삼아 자유주의 정당 민주당 대 사민주의 진보 정당의 진보/보수 구도를 정립하는 것.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꿈꾼 진보의 미래였다."

자유주의 정당 민주당 대 사민주의 진보 정당의 진보/보수 구도. 이것이야말로 노회찬을 지지하고 응원했던 이들이 꿈꿨던 '오래된 미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운동가 노회찬가 국회에 입성, 정치인 노회찬의 발판을 만들어줬던 2004년 총선, 그러니까 민주노동당이 원내 10석을 달성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그때부터 머지않아 가시화될 거라 여기는 이가 적지 않았던 그 미래 말이다.

"저희들이 정당 지지율을 높여서, 광역비례 등의 의석을 창출하는 게 주요한 목표 중의 하나고요. 그렇게 하면서 내후년 총선의 디딤돌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저희들이 지금 조금 더 노력해야 하고. 저희들보다 앞서있는 위치에는 제1야당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죠. 그래서, 자유한국당을 따라잡는 것이 이번 선거의 목표입니다. 정당 득표율 제고라는 점에서. 저희들이 5번이기 때문에 5번이 날면 2번이 떨어진다. 그래서 오비이락이라 이렇게 부르기도 합니다."

6.14 지방선거의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6월 5일, YTN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출연했던 노회찬 의원의 목표는 변함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에 이은 제1야당의 자리, 중도보수 정부를 견제하는 진보정당의 약진이란 그의 신념은 그렇게 향후 21대 총선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할 것이란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같은 방송에서 노 의원은 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전직 대통령을 2명이나 감옥에 보내고도 반성 안 하고 있습니다(중략). 또 지금 제반정책에서 저희들하고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 민생 문제라거나 또는 한반도 평화 문제와 관련해서 자유한국당이기 때문에 저희들로서는 자유한국당과의 대비를 강조하곤 하는 편입니다."

그런 노 원내대표의 신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례 정당 지지도 조사(조사기간 : 7월 31일~8월 2일)에서 정의당이 1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제친 것이다. 11%를 기록한 3위 자유한국당을 4%포인트나 뛰어 넘은 수치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의당의 약진, 노회찬의 기원

정의당이 정당지지율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2위'를 기록한 것은 한국 정치사의 일대 사건이라 기억될 만하다. 6.14 지방선거 꾸준하게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정의당의 약진이 가시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갤럽 조사에서 1위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41%)이었고, 정의당과 자유한국당에 이은 4위는 바른미래당(5%), 5위 민주평화당은 1%이었다. 이들 중 정의당의 의석수는 (노회찬 의원을 제외하고) 단 5석 뿐이다. 5개 정당 가운데 가장 적다.

특히나 5석 대 113석인 자유한국당과는 수적 열세가 아니라 비교 불가에 가까운 수치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10명 중 1명이 넘는 국민들이 지금 정의당을 지지한다 말하고 있다. 놀라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 국면에서 "자유한국당 113석 중 100석만 정의당을 달라. 지지율 30%를 만들어 주겠다"던 노회찬 의원의 일성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정의당은 원내정당 중에서 유일한 진보 정당입니다. 야당이면서도 진보적인 야당인데요. 이런 정의당과 같은 노동자·서민들을 위한 정당에 힘을 몰아주심으로써 한편으로는 여당을 견제하고, 한편으로는 개혁과제에 있어서 여러 정당과 협력할 수 있는 그런 정치적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그리고 또 우리 시급한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정의당에게 많은 힘을 몰아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노 의원은 이렇게 호소한 바 있다. 정의당의 지지율 2위 입성은 그러한 호소가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뜻한다. 여당을 견제하는 동시에 개혁과제를 완수할 강력한 야당, 힘 있는 진보정당의 약진을 바라는 국민이 지금 정의당 지지로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민생 현안과 기무사 문건 대응 논란으로 인한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이 정의당의 약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틀리지 않다. 다만,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이 반짝 지지세라는 폄훼는 불필요해 보인다. 이미 지난 7월부터 정의당의 지지율 상승은 꾸준히 이어져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생과 개혁의 기치를 드높였던 평소 진보정당의 노선에 대한 긍정과 신뢰가 바탕이 된 결과라는 얘기다.

"자유한국당이 무조건 반대하고 있는 다음 법안들을 8월 임시회에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먼저 중소상인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갱신 요구권을 10년간 보장하고 모든 상가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하고 환산보증금제를 폐지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최저임금 인상분을 대리점·가맹점주와 본사·가맹본부가 일정하게 분담하도록 하는 등 가맹점사업자단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단체 구성 및 집단교섭을 허용하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도시지역 대규모 점포 설치 제한으로 중소상인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유통산업발전법', 청년고용 할당을 3%에서 5%로 높이는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이다."


노 의원의 서거 이후인 지난달 30일 정의당은 '국민을 위한 민생경제 법안 TF가 되어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과의 각을 세우며 8월 국회의 민생법안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정의당이, 진보정당이, 그리고 노회찬 의원이 평소 주력했던 바로 그 현안들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정의당의 지속적인 지지율 상승은 이러한 개혁과 민생 행보에 얼마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정의당은 멈추지 말고 가라"는 노 의원의 유언 역시 그러한 당의 강력한 민생과 개혁 행보를 당부하는 것 아니었을까.

그래야만 차기 총선에서 국민들이 등을 돌린 자유한국당을 넘어 문재인 정부의 개혁 노선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유의미한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대표되는 선거제도 개혁이란 또 다른 '노회찬의 꿈' 역시 이뤄낼 수 있지 않겠는가.


태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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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교육,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