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 중에서 올 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선수들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 등이다. 이들 3명의 소속 팀은 각각 지구 선두 또는 리그의 와일드 카드 자리를 놓고 가을야구를 향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추신수가 소속된 텍사스 레인저스는 이미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어서 추신수의 고군분투와는 별개로 포스트 시즌은 사실상 돌아오지 않는 버스가 됐다. 최지만의 소속 팀 탬파베이 레이스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에 있지만, 지구 선두권 및 와일드 카드 경쟁권과 너무 멀어지면서 에이스였던 크리스 아처(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음으로 가을 야구 도전을 사실상 포기했다.

그런데 강정호, 류현진, 오승환 중 현재 실전에 나서고 있는 선수는 오승환 뿐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트레이드 되기 전부터 이어진 오승환의 연속 무실점 기록은 8월 4일(이하 한국 시각)까지 12경기가 되고 있을 만큼 오승환의 페이스는 좋은 편이다. 다만 오승환의 합류 이후 로키스는 마무리투수 웨이드 데이비스가 이틀 연속 패전을 당하는 등 영 좋지 않은 상황이다.

재활 등판 시작한 류현진, 몸 상태는 좋은 편

5월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하 디백스)와의 경기에서 공을 던지던 류현진은 왼쪽 사타구니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으로 인해 올 시즌 6경기 3승 무패 평균 자책점 2.12를 기록한 이후 한 번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당초 7월 초 복귀가 예상되었으나 공을 던지기 시작했을 때 통증이 재발하여 재활에 정체를 빚었고, 결국 8월이 되어서야 재활 등판을 치르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마운드에 오르기를 기대했던 류현진은 3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란초 쿠카몽가 퀘이크스(다저스 산하 상위 싱글A 팀)의 홈 경기장인 론 마트 필드에서 재활 경기를 치렀다. 선발로 등판한 류현진은 4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투구를 마쳤다. 빠른 공의 속도도 시속 145km까지 올라오면서 언제든지 실전에 투입될 수 있음을 드러냈다.

류현진은 당초 3~4차례의 재활 등판이 예상되고 있었다. 선발 로테이션에 공백은 커녕 자원이 남아돌고 있는 다저스로서는 부상 선수들의 복귀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고, 가을야구를 대비하여 보다 건강한 자원들을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 알렉스 우드, 마에다 겐타, 워커 뷸러, 리치 힐까지 5명의 로테이션은 채워져 있고 로스 스트리플링은 발가락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고 있다. 8월 말에 류현진, 9월에 훌리오 유리아스(어깨)까지 합류하면 선발 자원만 8명이 된다. 포스트 시즌에서 매 경기 선발투수 2명 씩을 활용하는 1+1 작전을 활용하여 불펜의 과부하를 덜어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지키는 것이 다소 불안한 상황이다. 4일 경기에서 저스틴 벌랜더가 등판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패하는 바람에, 같은 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5경기 차)에게 승리한 디백스에게 다시 공동선두를 허용한 것이다. 그나마 로키스가 최근 3연패를 당하면서 다저스와 2경기 승차를 유지한 것이 다행일 정도다.

치열한 선두 경쟁에서 간발의 차로 밀릴 경우 와일드 카드를 노릴 수도 있겠지만,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치르게 되면 디비전 시리즈에서 에이스 커쇼를 1경기 밖에 쓸 수 없는 만큼 다저스에게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순위에서는 밀워키 브루어스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나머지 한 자리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팀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까지 4팀 중에 한 팀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순위 경쟁 상황 때문에 류현진의 다음 재활 등판은 더욱 큰 주목을 받게 됐다. 보통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재활 경기를 치르면 점차 리그 단계를 올려가며 트리플A 경기로 가는 것이 맞지만, 다저스 산하 트리플A 팀인 오클라호마시티 다저스가 로스앤젤레스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때문에 로스앤젤레스와 다소 가까운 란초 쿠카몽가에서 재활 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많으며, 류현진의 다음 재활 등판도 란초 쿠카몽가에서 치를 예정이다.

류현진이 다음 등판에서도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예정된 재활 등판 횟수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순위 경쟁에서 불안한 다저스가 류현진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상황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서 류현진이 포스트 시즌에서 다른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류현진이 이러한 언론 플레이에 흔들리지 않고 복귀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에 이어 부상 암초 만난 강정호, 손목 수술 받아

음주운전 3회 누적과 관련되어 형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던 강정호는 이 때문에 취업 비자 재발급에 실패하여 2017년 시즌을 뛰지 못했다. 2018년 시즌이 개막하고 나서야 취업 비자 재발급을 받은 강정호는 경기 감각을 회복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번에는 손목 부상이 갈 길 바쁜 강정호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강정호는 6월 20일 트리플A 경기에서 도루를 시도하다가 왼쪽 손목을 다쳤고, 이 때문에 타격에 계속해서 지장을 받고 있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경기에 나섰지만 손목 통증이 다시 도졌고, 끝내 재활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강정호는 손목 수술을 받았다.

파이어리츠 구단은 공식 발표를 통해 앨리게니 헬스 네트워크의 에드 버드송 박사가 강정호의 손목 수술을 집도했음을 밝혔다. 회복에 4~6주 정도가 소요되며, 빠르면 9월 중순에 복귀할 수 있으나 재활이 늦어지면 정규 시즌에는 복귀할 수 없게 된다. 9월 초에 마이너리그 정규 시즌이 끝나기 때문에 9월에는 별도의 재활 경기 없이 메이저리그 경기에 복귀해야 한다.

강정호는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파이어리츠가 만일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게 된다면 어떻게든 팀 타선에 힘들 보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이어리츠는 아직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고,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장 큰 매물 중 하나였던 크리스 아처를 영입하여 선발진을 보강했다.

하지만 강정호가 앞으로 메이저리그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 시즌이 끝나면 강정호와 파이어리츠가 맺었던 4+1년 계약 중 기본 4년이 만료된다. 파이어리츠가 2019년에 550만 달러 팀 옵션을 행사하게 된다면 강정호는 파이어리츠에서 1년 더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바이아웃만 받고 FA 시장에 나와야 한다.

강정호가 4년 중에서 파이어리츠에 보탬이 되었던 시간은 1년 반에 불과했다. 첫 시즌 말미에 불의의 부상을 당하며 재활에 반 년을 날렸고, 음주운전 사고로 비자를 못 받으면서 1년을 또 날렸다. 올해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데에만 반 년을 보냈고, 나머지 시간을 또 부상으로 날리게 된 것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 계약을 했던 강정호가 팀에 보탬이 되었다기보다는 활용 불가 상태일 때가 더 많았다. 비즈니스 논리적으로 강정호의 옵션이 실행될 가능성은 적으며, 강정호는 최악의 경우 다른 경우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 비자는 해결되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다른 팀을 알아볼 수도 있겜지만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이상 그를 찾을 팀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른 리그를 생각할 경우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인해 한신 타이거즈에서 쫓겨나듯이 이적 시장에 나오게 된 오승환의 전례가 있는 이상, 음주운전 3회 이력이 있는 강정호가 일본 팀과 계약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팅 시스템 이전 팀이었던 넥센 히어로즈로 돌아간다고 해도 형사처벌을 받았던 강정호에게 KBO리그가 추가로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 오승환의 경우도 KBO리그 팀과 계약하는 시점부터 72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발효될 예정이다.

새로운 진로 모색할 시기 다가온 류현진과 강정호

류현진의 경우도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저스와 맺었던 6년 계약이 만료된다. 강정호에게는 팀 옵션이 있지만, 류현진의 경우는 별도의 옵션 실행 여부는 계약에 없었다. 다만 류현진에게는 5년 동안 750이닝을 넘길 경우 옵트 아웃 행사가 가능했지만, 어깨 부상으로 인해 그 기회를 날렸을 뿐이다.

류현진도 그렇고 강정호도 그렇고 올해 건강하게 복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향후 선수 자신들의 진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건강 문제에 물음표가 붙으면서 건강하게 복귀하더라도 현실적으로 3~4년 이상의 다년 계약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강정호는 류현진보다도 최근에 보여준 내용이 더 없기 때문에 진로가 더 불투명하다.

일단 두 선수 모두 8월이나 9월에 최대한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하여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 드러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FA를 앞두고 뜻밖의 부상을 당한 선수들의 상당수가 제대로 기회도 얻지 못하고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복귀에 신중해야 한다.

박찬호의 경우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계약을 맺었을 때 허리 부상 때문에 전체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던 점이 크게 작용했지만, 이후 FA 시장에서 팀을 찾기 더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FA 시즌을 앞두고 맞이했던 장 출혈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2006년은 박찬호의 마지막 메이저리그 풀 타임 선발 시즌이 됐다.

이후 박찬호는 2007년 메이저리그에서 단 1경기 등판에 그쳤고, 이외의 시간에는 뉴욕 메츠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산하 트리플A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08년 다저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돌아오긴 했으나 2010년까지 주로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이후 박찬호는 풀 타임 선발을 위해 오릭스 버팔로스와 한화 이글스에서 1년 씩을 더 뛰었다.

그나마 류현진은 몸에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재활 등판을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증명할 마지막 기회를 얻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강정호는 재활 속도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마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즌 막판 자신의 가치를 보여줘야 하는 1987년생 두 동갑내기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올 시즌의 마지막 2달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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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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