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인과 연>(2018) 한 장면

영화 <신과함께: 인과 연>(2018)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지금까지 '셜록 홈즈'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50편이 넘는다. 그중에는 수작이라 부를 수 없는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셜록 홈즈의 매력이 줄어들었던 것은 아니다. 원전으로써 존재하는 훌륭한 콘텐츠를 각색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는 늘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를 높게 평가한다. 누군가 15년 전 <해리포터>가 나왔을 때, 아시아에도 몽환적인 신화가 차고 넘치게 많은데 왜 이런 세계관을 만들어내지 못했냐는 글을 쓴 걸 본적이 있다. 내가 보았을 때 <신과 함께>는 그 자체로 즐길 거리가 넘치는 세계관을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수작이다. 좀 과장을 더한다면 주호민 작가가 일생을 이 세계관을 더 확립하고 그에 파생되는 연대기적 스토리를 끊임없이 생산해낸다면 그는 아시아의 톨킨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꼭 세계관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전통 설화를 배경으로 장르적 재미와 시대 의식이 섞여 있는 이 작품은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

특히나 관객이 1200만(1편과 2편을 합친 수치)이 넘어야 손익분기점이 넘는 영화라는 것은 제작자로서도 분명 어떤 모험을 한 것이다. 그래서 짤막하게 결론을 말하면, 나는 '첫 번째 영상화'로서 영화 <신과 함께>를 응원하는 입장이다.

개그와 액션의 적절한 조화

장대한 배경에서 비롯되는 시각적인 재미는 2편에서도 여전하다. 최근 여행을 갔다가 한국 관광객과 전혀 관계없는 비행 편에서, 탑승객들이 기내식 이후 관람 영화로 대부분 <신과 함께> 1편을 선택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여하간 이 영화 시리즈의 액션신은 혹평할 수준이 아니라는 두 눈으로 직접 본 증거 쯤 되려나.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볼거리가 있다. 지난 편에 등장한 지옥이 다시 등장해서 반갑기도 하지만, 지난 편에는 그냥 지나갔던 지옥이 좀 더 보강돼 나오기도 한다. 지나치게 괴기스럽지도 않고 대부분 연령이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게 지옥을 잘 묘사해 놨다. 그런 점에서 대중적이다. '대중적'이다라는 것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있어 나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호불호가 갈리는 장면이지만, 배신지옥에서 강림(하정우)이 김수홍(김동욱)에게 무엇이 가장 무서운지를 묻고 그것이 등장하는 장면은 영상의 시각적 즐거움과 개그 측면에서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판단한다. 한국의 지옥에 갑자기 그런 물체들이 등장했다면 아무리 CG가 그럴듯했다고 해도 한숨이 나왔을지 모르지만, 이 장면을 등장시키기 위해 미리 깔아놓은 떡밥이 있었으니 말이다. 개그와 액션의 훌륭한 조합이었다고 본다. 김용화 감독이 직접 밝힌, 한국 영화에도 이런 물체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그 자신감이 영화의 영상 속에 생생히 드러났다. 나쁘지 않았다. 나는 호평한다.

개그 장면도 나쁘지 않았다. 염라대왕을 '걔'라고 부르는 카리스마 넘치는 성주신(마동석 분)이 펀드 투자로 큰 손해를 봤다는 설정은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긴 유머 코드다.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다는 깨알 같은 말을 덤이다. 그 외에도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위해 공무원을 속이려다가 실패하는 등 2편의 웃음 포인트는 많다. 1편의 신파를 좀 덜어내고 여기 유머가 들어가서 훨씬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2018) 한 장면

영화 <신과함께: 인과 연>(2018)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실 연기라기보다는 분장을 칭찬하고 싶다. 1998년 몽골과 중국이 합작으로 만든 <징기스칸>과 2011년 러시아가 제작한 영화 <몽골> 등 북쪽 유목민 스타일의 털모자를 쓴 여배우는 상당히 많이 본 것 같지만 <신과 함께>의 김향기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실제 몽골이나 티벳 소녀들처럼, 얼굴의 홍조와 기미를 잘 살린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김향기와 호흡을 맞춘 주지훈 역시, 액션과 분장 모두 괜찮았다.

광활한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에는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어느 나라 신화에든 한번쯤은 등장할만한 얼핏 흔하지만 또 아름다운 로맨스적 서사(둘 사이의 직접적인 로맨스는 나오지 않아서 '로맨스적'이라고 썼다)도 결코 유치하다고 폄하하고 싶지 않다. 가문의 다툼이라는 배경에서 두 연인의 죽음으로 끝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극으로 분류하지 않는 것처럼, 불행한 사건에서 시작해 불행하게 끝나는 해원맥과 덕춘의 이야기는 슬프기도 하지만 그보다 우선 아름답다. 

사족이지만 우리도 과감하게 인종적 위화감 없는 몽골이나 만주의 역사들을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미국은 성서 속 이스라엘 왕국이든, 로마 제국이든, 프랑스나 러시아의 황실이든 간에 비 백인이 등장해야 하는 영화가 아니라면 그냥 배우들이 영어를 쓰며 연기를 하지 않는가? 한국도 그것을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한 번 징기스칸 일대기나 누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 둘 이외에, 관심사병 역할을 한 도경수의 연기와 사주신 마동석의 연기도 좋았다.

다만 모든 배우들의 연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진 않다. 일단 김수홍의 캐릭터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혈질에다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당돌한 성격을 살리려는 감독의 의도는 알겠지만 이 캐릭터는 처음 죽어서 간 지옥에서 상식을 완전히 초월할 정도로 당차다.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산 망자가 자기가 사시 공부를 했다며 뜬금없이 자국의 국회법 제 93조를 외칠 수 있을까. 자신을 영겁의 지옥으로 보낼 수 있는 그 심판관 앞에서? 쿨하게 보이는 그 캐릭터는 환생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그 대사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진하게 캐릭터를 드러낼 필요가 있었나 싶다.

이정재의 염라대왕에도 마냥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이정재가 대배우이며 한국 영화계에 그가 많은 공헌을 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의 발성과 마스크는 신파에는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2018) 한 장면

영화 <신과함께: 인과 연>(2018)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로 이어지는 저승 삼 차사는 비교적 무난하게 잘 어울리지만 자신들의  과거를 받아들이는 현재의 주지훈과 김향기의 이야기는 다소 길고 지루하다. 각 이야기 별로 반전이 있기에 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과거 이야기의 휴식점을 그렇게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었는가는 의문이 있다.

영화 <신과 함께>를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제작 당시 기술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후대에도 명작으로 남을 수준으로 보진 않는다. 다만 현재진행형으로서 주호민 작가의 세계관을 영상화 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신과 함께> 1편에 50년 같은 5년이라는 언어유희가 등장하는데, 이와 비슷하게 별 다섯 개 같은 네 개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신과함께 신과 함께 주지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변호사, 투자자, 소설가, 아마추어 기자. "삶은 지식과 경험의 보고(寶庫)이자 향연이다. 그러므로 나 풍류판관 페트로니우스가 다음처럼 말하노라." - 사티리콘 中 blog.naver.com/admljy19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