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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해서 뭐 하려고?" 한국에서 철학과, 문학과, 사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철학과, 문학과, 사학과 등 인문학 학문의 미래에 안개가 낀 듯하다. 이들 학문의 미래는 한 치 앞조차도 볼 수가 없다. 물론 몇몇은 다른 학문도 앞이 그렇게 밝지는 않다고 얘기할지도 모른다. 맞다. 안개가 아예 드리우지 않은 학문은 없다. 이과에서 '핫한' 학과인 컴퓨터 공학과는 유명 기업에 취직하지 못하는 한 야근을 밥 먹듯 겪고 문과에서 가장 '핫한' 학과인 경영학과, 경제학과도 이과 계통 학문보다 취업이 어렵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러나 이들 학문이 한국 인문학의 현 상황보다 좋다는 것을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인문학이 도대체 무엇인가? 인문학은 인간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라 보면 될 것이다. '왜 사는가?' 등 인간 본질에 대한 문제를 다루며 '자신'을 만들어가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이다. 자연과학이든 공학이든 자기 자신, 즉, 인간도 모르는데 어떻게 인간 외의 다른 것을 다룰 수 있겠는가? 집도 짓지 못하는데 마천루를 지으려고 달려드는 꼴이고 고등 수학도 다 끝내지 못한 학생이 정수론에 달려드는 꼴이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 누구나 인문학을 깊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왜 인문학 전공 희망자가 줄어들고 이 학문에 안개가 드리운 것인가? 누구나 한 번쯤은 깊이 공부하고자 생각하는 것인데,누구나 답을 알고 있다. 인문학을 전공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

대한민국 인서울 대학 중에서도 내로라하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인문계통 학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다른 학문 전공생들보다 홀대받는 것은 한두 해 일이 아니다. 벌써 몇 년째 인문계통 학생들이 같은 학교의 다른 전공생들에 비해 홀대받는다는 기사, 통계들이 인터넷 사이트들에 나돌아다닌다. 이런 학교의 인문계통 학생들도 이런데 점점 밑으로 내려가면 더욱 참담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인문계통 학생의 취업률은 이미 바닥을 쳤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야를 잠시 돌려 세계 최고라 불리는 하버드 대학교의 졸업생 학과 통계 비율을 보자. 한국 대학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상위권 미국 대학은 전공별로 뽑지 않고 무학과제도처럼 운영하기 때문에 이를 알아보는 것은 어느 학문이 인기 있는가를 알아보기 좋다. NICHE에 따르면 하버드 학과 졸업 학생 수 1위는 경제학과이다. 2위는 사회과학이다. 여기까지는 한국인의 생각으로도 자연스러운 전공자 수이다. 그런데 3위는 모두의 예상을 깬다. '역사학'이다. 또한 Liberal arts and Humanities(인문학) 졸업생도 52명이나 된다.

하버드만 이러냐고? 하버드와 쌍벽을 이루는 예일대를 보자. 여기는 1위가 경제, 2위가 정치학이지만 3위는 하버드와 마찬가지로 역사학, 4위는 심지어 인문학이다. 하버드, 예일 학생이 바보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먹고살기 힘든 인문학을 전공하는가? 답은 쉽다. 인문학을 전공해도 먹고 살 수 있다. 'Washington Monthly'에 따르면 2010년 하버드 대학에서 심리학과 비교 문학을 공부한 학생이 탑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개인의 사례이며 일반화를 시켜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학생 말고도 많은 학생들이 인문학을 전공하고 유명 회사에 들어가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띈다. 즉, 일반화시킨 것이 아니라 이미 일반화가 돼버렸다.

미국과 한국을 비교해 인문학 홀대 현상을 보자. 미국의 경우에는 인문학을 전공해도 Wall Street의 회사들이나 탑 컨설팅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얼마 전, 인문학 전공 분야의 교수님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교수님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인문학으로는 교수 되기도 힘들고 취업이 힘드니 컴퓨터 공학 등 다른 전공과 복수전공을 해라". 왜 한국에서는 인문학을 전공하면 취업이 힘들고 미국에서는 비교적 쉬울까?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미국과 한국은 취업 시장 규모가 다르다.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과 대한민국의 취업 시장을 비교하는 것은 힘들다. 또한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도 한몫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인문학 교육이 강한 나라다. 인문학 중심 대학인 'Liberal arts college'라는 대학 그룹이 따로 있으니 말 다 했다. 그런 이유인지 미국 상위권 대학들은 보통 학부 수준에서 취업 중심의 학문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학부'에 경영학과를 설치한 대학은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코넬 대학, 단 두 대학이다. 한국 대학을 보자. 한국 최고 3개 대학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문과 계통에서 가장 입학하기 힘든 학과는 '경영학과'이다. 즉, 한국은 실용적 분야 학문이 강하고, 선호된다. 다시 말해, 미국은 취업 시장도 크고, 학부 수준에선 인문학 분야 전공자도 한국보다 '비교적' 우수한 학생이 전공하기 때문에 인문학 전공생들이 취업하기 한국보다 '비교적' 쉽다고 결론지을 수 있겠다.

인문학, 인간의 가장 심오한 문제를 다루는 학문으로 사회에 꼭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들이  어쩌겠는가? 그 '심오한 문제'를 다루기도 전에 굶어죽게 생겼지 않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의 인문계통 학생 장학금 지급과 더욱 많은 인문학 지원 사업 진행 등 정부 차원에서 인문학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경제가 살아나 기업들이 직원을 많이 뽑고 그러면서 인문학 전공생도 자연스럽게 같이 뽑아져 인문학 전공생의 가치가 올라가야 한다. 이들 해결책은 시행하기 어렵다. 특히나 "경제가 살아나 기업들이 직원들을 많이 뽑고..." 부분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얘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 정도의 지원이 없으면 한국 인문학은 분명히 뿌리까지 말라비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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