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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시험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서 역사를 공부한다면, 최대한 암기에 치중하는 것이 흔한 공부방법일 것이다. 공무원 시험 등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강사들도 축약된 형태의 다양한 두문자어를 만들어서 역사적 사건을 암기하도록 가르친다. 개인적으로 학창시절에 조선시대에 발생한 사화의 순서를 외우기 위해 무갑기을, 무갑기을(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을사사화)이라고 중얼거린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반드시 이런 방식으로 역사를 공부할 필요는 없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그들의 주거지와 생활을 이해하는 것도 방법이다. 반드시 전쟁이나 정치적 계승 등의 거시적인 사건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당시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도 역사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간여행자를위한고대로마안내서
 시간여행자를위한고대로마안내서
ⓒ 필립마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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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자를 위한 고대 로마 안내서>는 역사적 사건을 암기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역사를 배우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은 고대 로마 시민들이 살아갔던 모습을 묘사한다. 이 책에는 로마가 어떻게 다른 민족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영토를 확장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별로 없다. 기나긴 역사에 대해 묘사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이 책은 고대 로마 시민들이 친구들과 만나서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먹고, 어디서 무엇을 사곤 했는지 그 풍속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때문에 긴 연표나 복잡한 전쟁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어도 어려움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책의 서두는 시간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이름에 걸맞게 간단한 라틴어 회화부터 시작한다. 첫 문구는 '퀴드퀴드 라티네 딕툼 싯, 알툼 비데투르(Quidquid latine dictum sit, altum videtur)' 라는 말인데, '라틴어는 늘 심오하게 들린다'는 말이다. 우리가 느끼는 바를 잘 표현한, 정말로 인상깊은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책은 사회생활, 쇼핑, 법과 질서, 오락시설 등을 소개하면서 로마의 풍경을 묘사한다. 로마는 고대 도시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발달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은 바로 수로와 목욕탕이었다. 고대 로마는 뛰어난 건축술을 활용해서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할 수로를 갈고 닦았다. 도시 지하에 수로와 하수로가 정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로마에는 온탕과 냉탕, 열탕이 존재해서 시민들은 가고 싶은 온도의 탕에 들어가서 목욕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목욕탕과 다른 점이라면, 당시 로마의 목욕탕 안에서는 소시지를 파는 상인들이 돌아다녔다는 점이다.

로마하면 가장 떠오르는 오락은 익히 알려진 검투사 경기다. 사람들은 정해진 좌석에 앉아서 검투사가 다음 싸움에서 승리할지 죽음을 맞이할지 흥미롭게 구경했다고 한다. 더 이상 싸울 수 없게 된 패배자를 어떻게 할지는 관중들에게 처분을 맡겼다. 로마 황제는 오락을 통해서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원형경기장은 로마 황제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기회다. 이곳에서 황제는 시민들과 교류하는데, 이 교류를 통해 로마의 형국이 밝혀진다. 인기는 황제가 안전을 보장하는 최고의 수단이므로 모든 황제는 더욱 이국적이고 엄청난 짐승을 구해 관중을 매료시키려 한다. 타조, 악어, 표범, 심지어 하마까지도 등장하는데, 상당수가 곧 있을 경기, 베나티오(사냥)에서 죽게 된다. -171P

그렇지만 검투사 경기는 피가 튀기는 잔인한 경기였다. 때문에 당시에도 모든 사람들이 검투사 경기를 즐기지는 않았다. 유명한 문인 세네카와 같은 사람들은 그 잔인성에 치를 떨었다고 한다. 검투사 경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전차 경주를 구경하면서 열광할 수 있었다.

당신이 새롭게 로마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로마인이 당신을 저녁식사에 초대할지도 모른다. 로마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자신과 상호 이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인지), 혹은 이방인이 이국적이라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있기 때문에 방문자를 저녁식사에 초대하곤 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는 철학자들의 낭독, 악기 연주, 주인의 시 낭독 등을 즐겼다곤 한다. 로마인들은 교양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주요리가 끝나면 설탕 절임, 케이크, 신선한 과일과 같은 후식을 즐겼다. 후식이 나온 뒤에는 철학적 토론이나 사회적 의견을 나눴다. 4명 이상, 9명 이하의 초대된 손님들이 자정이 넘어서까지 모임을 즐겼다.

물론 로마도 고대 국가였던 만큼, 위생과 보건은 주의해야 한다. 농사에 이용하기 위해 오물을 모아두는 곳도 있었지만 그냥 거리에 오수를 버리는 곳도 있었고, 이 때문에 일부 도로에는 사람들이 발을 더럽히지 않고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두었다고 한다. 보건 문제는 더욱 위험해서, 되도록이면 병이나 감염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항생제가 없기 때문에 살짝 긁히기만 해도 패혈증에 걸리고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급성 맹장염에 걸리면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보아하건대 로마인들이 어떻게 오래 살 수 있는지 의아해할지 모른다. 이에 대한 답은 로마인들은 대부분 오래 살지 못한다는 거다. 하지만 성인이 된 로마인은 온갖 질병을 다 극복한 상태라 면역 체계가 아주 튼튼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93P 

이 책은 로마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지만, 동시에 관광 안내서의 모습을 빌린 책이기 때문에 환전하는 법, 쇼핑 방법과 식사 문화에 대한 설명 등 다양한 내용이 책에 엮어져 있다. 때문에 고대 역사를 다루는 책인데도 전혀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다.

독자는 저자가 농담섞인 분위기로 세심하게 알려주는 로마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좋아하는 별미를 살펴 보면서 쉽게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전쟁이나 정치사, 황제들의 계승에 대한 이야기에는 싫증이 났지만, 옛 이야기 자체는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호감이 생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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