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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롤러코스터 같다고 한다. 높낮이만 다를 뿐 누구나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다. 다만 그 트랙의 길이가 어디가 더 긴지는 타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다.

<비밀은 없다>, <미쓰 홍당무>로 유명한 이경미 감독의 첫 에세이 작품인 <잘돼가? 무엇이든>은 염치 불구하고 '조금' 행복한 편인 그녀가 미래에 대한 기대도, 설레는 희망 한 조각도 없이 그저 살아야만 되니까 살던 그 시절 '자신에게 보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잘돼가? 무엇이든> 표지
 <잘돼가? 무엇이든> 표지
ⓒ 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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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삶이란 농담 같다. 아주 쓰디쓴 농담. 글로 보면 웃기고 발랄해 보이지만 당시 상황을 겪었을 이에게는 끔찍했을 웃픈 느낌을 준다. IMF 당시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 성추행을 하던 상사를 영화 촬영 중에 다시 만나 굴욕적으로 그에게 부탁을 하질 않나, 지겨운 직장생활에 작은 이벤트로 지원한 영화학교에 덜컥 합격해 감독이 되질 않나, 오랜 시나리오 작업 끝에 8년 만에 연출한 영화 <비밀은 없다>가 흥행에 실패하질 않나, 헌데 신기하게도 <씨네21> 평론가들의 끈질긴 홍보 끝에 작품이 다시 주목받질 않나. 돌이켜 보면 웃음이 가득한 이야기지만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기 싫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작가는 8년 전부터 '혼잣말도 책이 될 수 있다'는 편집장의 믿음에 힘입어 이 책을 완성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불평이 있을 때 투덜거리는 말소리를 의미하는 넋두리 같다. 대신 이 불만이 기분 나쁜 불만은 아니다. 인생이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서 힘들지만 농담으로 넘기지 못하면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아 유머러스하게 전달한다.

약간은 강압적인 집안 환경 속에서 살아왔고 힘들게 중소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감독으로 성공을 거두지만(그녀에게 명성을 안겨둔 단편영화의 제목은 이 책과 제목이 같은 <잘돼가? 무엇이든>이다) 이후 기나긴 창작의 고통에 빠진다.

우연히 응모한 영화감독에 합격하고 직장생활 때 민폐 끼친 일을 생각하며 만든 캐릭터를 내세운 <잘돼가? 무엇이든>이 영화제들에서 상을 받고, 첫 장편 <미쓰 홍당무>로 공효진에게 여우주연상을 선물한다.

<잘돼가? 무엇이든>은 뼈아픈 직장의 경험을, <미쓰 홍당무>는 역시나 아픈 연애담을 바탕으로 만들었건만 이 아픈 기억들이 웃을 수 있는 기억으로 승화된다. 그래서 쭉 웃을 줄 알았건만 <비밀은 없다>까지 8년의 시간이 걸렸고 흥행에도 실패했다.

항상 그랬던 거처럼 또 농담처럼 웃고 털어버릴 것이라 여겼는데 주변의 고마운 분들 덕분에 영화는 재조명 받는데 성공한다. 작가가 바라보는 삶이란, 희망과 기대가 없더라도 어떻게든 살아가다 보면 웃는 날도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글 속의 작가는 피해의식 한 스푼, 열등감 한 스푼, 편견과 공포 한 스푼 가지고 있는 솔직한 자신을 드러낸다. 그래서 사랑에 있어서도 솔직하다. 13세 연하 영화평론가 콘란과 처음 만났을 때 작가는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윤금이 피살 사건'과 '이태원 살인 사건'으로 백인에 대한 공포증이 있었던 것. 그래서 설마 이 사람과 인연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 이름 필수(콘란)씨와의 결혼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 인생에서 처음 경험한 흥행작'이라고 말이다.

이 책의 특징은 중간 중간 다이어리에 적어둔 짧은 글귀들이 인상적이라는 점이다. 에세이는 일정한 주제 혹은 특별한 체험을 다루기도 하지만 자신이 일상에서 경험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하나로 뭉쳐 만든 거다. 그래서 단편적인 생각이나 짧은 글귀도 책이 될 수 있다.

작가가 그때 가졌던 생각을 통해 독자들은 조금 더 그녀가 삶에 있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자세히 받아들일 수 있다. 꼭 거창한 일을 하거나 꿈을 이루는 것만이 잘 산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조금 힘들고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무엇이든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혹은 농담처럼 내뱉을 수 있는 기억이 있다면 힘들지만 웃고 갈 수 있는 게 인생이라 말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본 글은 루나글로벌스타와 개인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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