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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도 집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못합니다. 평생 집 한 채 갖지 못해 셋방살이만 하다 죽는 사람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가하면 살던 집을 팔아 새 집으로 옮기고, 옮겨 살던 집을 다시 팔아 이사를 하며 집주인으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아예 몇 채에서 수십 채쯤의 집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없지 않습니다.

어느 집이고 주인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집주인들 중 직접 지은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크고 작은 건설 회사나 개인 건축업자가 지은 집을 사 집주인이 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나이든 남자들이 갖는 꿈 중 하나가 '내 손으로 직접 지은 집에서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필자도 내손으로 지은 집에서 사는 걸 꿈으로 갖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몇 년 전부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해가 떨어지면 별빛만 오롯하게 밝은 산 중에 집터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 땅에 집을 짓는 게 가능하다는 것까지 확인하고부터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집 짓는 것과 관련한 책들을 보고 있습니다. 이미 집을 지어 살고 있는 사람들이 흘리는 경험담도 이삭을 줍듯 챙기고 있습니다.

<집, 사람의 무늬>
 <집, 사람의 무늬> / 지은이 이순호 / 펴낸곳 글상걸상 / 2018년 5월 28일 / 값 15,000원
 <집, 사람의 무늬> / 지은이 이순호 / 펴낸곳 글상걸상 / 2018년 5월 28일 / 값 15,000원
ⓒ 글상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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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람의 무늬>(지은이 이순호, 펴낸곳 글상걸상)는 내손으로 집짓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터 고르기에서부터 완공된 집에서의 삶까지를 슬라이드필름처럼 기록해 소개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아버지의 귤 과수원 한 귀퉁이에 터를 잡고, 할아버지 무덤 자리의 돌과 흙을 재료로 써가며 지을 수 있는 집은 내손으로 직접 짓는 집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집일 것입니다.

설계를 하고, 터를 다듬고, 치목을 하고, 흙과 돌을 쌓아가며 집은 지어가는 과정은 내손으로 집을 짓는 이들이 감당해야 할 각양각색의 시행착오이자 우여곡절의 여정입니다. 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안 되는 것도 없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되니 내손으로 집짓기 또한 일체심조(一切心造)입니다.

집은 현조물이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현실입니다. 책에서는 계절과 절기를 두 번씩 보내고 나서야 완공된 집짓는 과정을 과정별로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지은이가 경험한 시행착오는 집짓기를 꿈꾸는 이들이 챙길 수 있는 노하우입니다.
우리집은 바람이 깃든 나무와 산의 정기를 품은 돌과 땅의 정령이 숨쉬는 흙집으로 지었다. 80% 이상이 그렇다. 말하자면 친환경 생태주택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허상일 뿐이다. 집을 그릴 당시는 친환경 생태주택을 지향하는 것만이 옳은 일인 줄 알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애썼다. 그만큼 몸과 맘은 고달팠다. 그러다 깨달았다. 생태주택을 짓는 것보다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사람이 얼마나 생태적 삶을 영위하는가, 그것이 더 중요하다. - <집, 사람의 무늬>, 151쪽

내 집을 지을 때 요긴한 요령으로 삼을 경험담이 앞서 걸은 사람이 눈 위에 남긴 발자국처럼 또렷합니다. 애초의 계획을 바꾸게 된 이유와 까닭을 설명한 글들은 간접경험을 실감나게 하는 또 하나의 시행착오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자가 지은 것은 한 채의 집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자가 아버지의 귤 과수원 한 귀퉁이에 지은 집이야 30년, 50년으로 그 세월이 유한할 것입니다. 하지만 집을 지으며 귀틀을 맞추듯 함께한 경험, 우여곡절로 터득한 시행착오, 고비를 극복한 지혜 등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내손으로 지은 집'을 꿈꾸는 이들이 있는 한 무한한 집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꼭 같은 집을 지을 이유도 없고, 똑 같은 집을 지을 수도 없겠지만 집을 지으며 새겨야 할 무늬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나가 꿈꾸는 살기 좋고 행복한 집일 것입니다.

앞서 지은 집에 사람의 무늬를 새긴 저자가 흔적으로 남긴 <집, 사람의 무늬>에서 어느 누구나가 꿈꾸는 살기 좋고 행복한 집을 지을 수 있는 요긴한 힌트, 허세는 버리고 실리를 챙길 수 있는 현실적인 지혜를 찾을 수도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집, 사람의 무늬> / 지은이 이순호 / 펴낸곳 글상걸상 / 2018년 5월 28일 / 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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