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까지 올 시즌 전 구단이 100경기 이상을 치렀다. 홈 구장의 특성상 우천취소 경기가 비교적 적은 넥센 히어로즈가 가장 많은 107경기를 소화했고,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이상 105경기)가 그 뒤를 잇는다. 선두 경쟁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독주 체제를 유지 중인 두산 베어스가 2위권 팀들과 10경기 차로 간격을 벌리면서 정규시즌 우승 확률이 높아졌다. 그런 가운데서 치열한 2위 경쟁과 물고 물리는 중위권 팀들의 경쟁이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순위 경쟁에 뛰어든 팀들의 희비를 가르는 데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안방의 무게감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순위만 놓고 보더라도 안방 걱정이 없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차이가 현격하게 드러난다.

'1위 독주' 두산과 '상승세' 삼성의 공통점

지금처럼 던지자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경기. 삼성 선발투수 백정현이 2회말을 마무리한 뒤 강민호와 대화하고 있다. 2018.4.5

▲ 지금처럼 던지자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경기. 삼성 선발투수 백정현이 2회말을 마무리한 뒤 강민호와 대화하고 있다. 2018.4.5 ⓒ 연합뉴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포수 포지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위 팀은 단연 두산(6.45)이다. 2위 삼성(2.94)과 눈에 띄게 차이가 벌어진 상태로, 역시 그 중심에는 주전 포수 양의지의 활약이 있다. WAR 5.59로 포수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 타자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박세혁도 빠질 수 없다. 양의지의 백업 포수이기는 하지만, 활약상만 본다면 주전이나 다름이 없다. WAR도 0.82로 리그 전체 포수 중에서 6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웬만한 타 팀 주전 포수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활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WAR만으로 선수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백업 포수가 존재함으로써 양의지가 쉴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 다는 것은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다.

여기에 최용제(상무), 이흥련(경찰청)도 제대 후 포수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양의지의 존재감을 대체할 포수는 없지만 자원이 많다는 것은 경쟁을 통해 긴장감을 유지하고, 개인의 능력과 함께 팀의 포수 전력 상승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올 시즌 이후에도 당분간 두산의 벽을 넘을 팀을 찾기 어려운 것도 포수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5위까지 껑충 뛰어오른 삼성도 포수의 몫이 컸다.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삼성의 부름을 받은 강민호는 올 시즌 타율 0.266 17홈런 52타점으로 전성기 시절만큼의 타격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지영이 홀로 버틸 때와 느낌이 다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시즌 이지영의 백업 포수였던 권정웅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강민호의 안정감 있는 리드는 삼성 마운드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외국인 원투펀치 아델만과 보니야의 반등에 있어서 강민호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최충연 등 젊은 투수들에게도 베테랑 포수의 리드는 심적으로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종종 강민호가 지치거나 휴식을 취할 땐 이지영이 나와서 타격 쪽에서 힘을 보탠다. 규정 타석을 채우진 못했으나 6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8(125타수 46안타)로 활약했고, 후반기 10경기에서만 0.400(30타수 12안타)의 타율을 기록하는 중이다. 이대로 삼성이 순항해서 극적으로 가을야구에 간다면 강민호를 영입한 것은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화-LG-SK, 주전 포수가 제 역할만 해줘도...

적시타 쳐내는 유강남 1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kt 위즈와 LG 트윈스 경기. 1회말 2사 3루 LG 유강남이 1타점 적시 2루타를 쳐내고 있다. 2018.4.15

▲ 적시타 쳐내는 유강남 1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kt 위즈와 LG 트윈스 경기. 1회말 2사 3루 LG 유강남이 1타점 적시 2루타를 쳐내고 있다. 2018.4.15 ⓒ 연합뉴스


두산과 삼성만큼은 아니더라도 한화 이글스 또한 포수의 힘으로 2위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주전 포수 최재훈과 함께 지성준이 백업 포수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포수 WAR 순위에서 한화(0.50)는 7위에 머물러 있지만 지난 3년간 기록(2015년 -1.39 최하위, 2016년 -1.96 최하위, 2017년 -0.36 9위)과 비교했을 땐 양호한 편이 아닐 수 없다. 베테랑 포수들이 즐비했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LG 트윈스(2.71, 3위), SK 와이번스(2.53, 4위)도 포수 자원으로 인해 고민하진 않는 팀이다. LG는 정상호에 비해 노련하지 못한 유강남의 리드가 문제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두 명의 포수를 가동할 수 있고, SK는 군입대한 이홍구가 가끔 그립기는 해도 이재원-이성우가 잘 버텨내는 중이다.

문제는 나머지 팀들이다. 특히 강민호 없이 시즌을 맞이한 롯데(-.2.31, 최하위), 부랴부랴 정범모를 영입한 NC(-1.57, 9위) 등은 시즌 내내 경기를 통해서 안방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장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확실한 롯데로선 마음이 급하다. 최근 전력에 가세한 안중열의 선전에도 10년 넘게 안방을 책임진 강민호의 그림자를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불미스러운 일로 주전 포수 박동원이 이탈한 넥센 히어로즈나 믿었던 김민식의 부진으로 시름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도 마찬가지이다. 양의지같은 주전 포수 한 명만 있어도 고민이 없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9위 kt 위즈는 시즌 초반 이해창이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다가 5월 들어 페이스가 떨어진 게 뼈아팠다. 7월 들어 장성우의 타격감이 올라왔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각 팀별로 남은 경기 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연패에 빠진다면 순위 경쟁에서 이탈하는 것은 한 순간의 일이 된다. 이럴 때일수록 안방의 무게감 차이가 순위 경쟁을 판가름할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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