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KBO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의 투혼에 힘입어 2연승을 달렸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1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8-1로 승리했다. 롯데와의 홈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확보한 KIA는 이날 SK 와이번스에게 8-14로 패한 6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차를 반경기로 좁혔다(46승 53패).

5번 1루수로 출전한 김주찬이 1회 결승 적시타를 포함해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고 로저 버나디나와 류승현, 김민식, 이명기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KIA는 전날 임기영(6.1이닝 1실점)에 이어 또 한번 잠수함 선발 투수의 호투에 힘입어 승리를 챙겼다. 2007년 이후 햇수로 11년, 날짜로는 무려 3998일 만에 선발승을 따낸 43세의 현역 최고령 투수 임창용이 그 주인공이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거친 역대 5번째 선수

역투하는 임창용 지난 5월 2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9회초 마운드에 오른 KIA 투수 임창용이 역투하고 있다. 2018.5.20

▲ 역투하는 임창용 지난 5월 2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9회초 마운드에 오른 KIA 투수 임창용이 역투하고 있다. 2018.5.20 ⓒ 연합뉴스


1995년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임창용은 루키 시절까지만 해도 유망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6년 7승 7패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하며 해태의 8번째 우승에 크게 기여했고 1997년에는 14승 8패 26세이브 ERA 2.33으로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임창용은 1998년 생애 처음으로 30세이브를 돌파하며 거물급 투수로 성장했지만 그런 임창용을 데리고 있기에 해태 구단의 사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결국 임창용은 1998 시즌이 끝나고 양준혁이 포함된 1: 3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임창용은 삼성 이적 첫 시즌이었던 1999년, 극단적인 타고투저 시즌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13승 4패 38세이브 ERA 2.14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최고의 불펜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까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임창용은 2001년부터 선발로 변신해 3년 동안 44승을 따냈는데 임창용이 17승을 올린 2002년 삼성은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마무리 투수로 돌아온 2004년 36세이브를 올리며 건재를 과시한 임창용은 FA 자격을 얻은 후 해외 진출 문제로 구단과 진통을 벌였다. 2005년에는 다시 선발로 변신했지만 5승 8패 ERA 6.50으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임창용은 2007년까지 단 6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결국 2007 시즌 종료 후 삼성의 잉여자원이 된 임창용은 5000만 엔(한화 약 5억 원)의 연봉을 받고 일본 프로야구의 야쿠르트 스왈로즈에 입단했다.

KBO리그에서 부진했던 임창용은 일본 야쿠르트의 마무리 자리를 차지하며 멋지게 재기에 성공했다. 임창용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무려 128세이브를 기록하며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다. 2012년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야쿠르트에서 퇴단한 임창용은 2013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해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2014년 9년 동안 활약한 삼성으로 복귀한 임창용은 2년 동안 64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을 떠난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의 공백을 잘 메웠다. 하지만 11년 만에 세이브왕에 오른 2015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팀 동료 윤성환, 안지만과 함께 원정 도박 논란에 휘말리면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삼성은 시즌이 끝난 후 도박 스캔들을 일으킨 40세의 노장 투수 임창용을 미련 없이 방출했다.

선발 변신 3경기 만에 승리, 11년 만에 따낸 선발승

은퇴 위기에 몰린 임창용을 받아준 팀은 KIA였다. KIA는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임창용을 연봉 3억 원에 영입했다. 2016 시즌 중반부터 1군 경기에 등판한 임창용은 34경기에서 3승 3패 15세이브 ERA 4.37을 기록했다. 전성기에 비해 구위는 다소 떨어졌지만 마땅한 마무리 투수가 없어 고전하던 KIA에서 임창용은 여전히 든든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임창용은 작년 시즌에도 51경기에 등판해 8승 6패 7세이브 9홀드 ERA 3.7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던 KIA는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으로부터 새 마무리 김세현을 영입했고 임창용은 자신의 8번째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에 등판해 2이닝도 채 던지지 못했다. 임창용은 올 시즌에도 KIA와 5억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지만 KIA의 불펜에서 43세 투수 임창용의 입지는 그렇게 크지 않아 보였다.

임창용은 전반기 24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4세이브 4홀드 ERA 2.81을 기록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처럼 매 경기 불펜에서 대기할 수 없었고 KIA의 선발진은 양현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투수가 흔들리며 고전했다. 결국 임창용은 7월 20일 kt위즈전부터 선발로 변신했지만 2경기에서 8.1이닝 8실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00년대 초반 선발 투수로도 매우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임창용이지만 40대 중반을 향해가는 노장 투수에게 많은 이닝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임창용은 어쩌면 마지막 선발 기회였을 지도 모를 1일 롯데전에서 '반전 드라마'를 쓰는 데 성공했다. 임창용은 이날 5이닝 동안 82개의 공을 던지며 롯데 타선을 2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막으며 무려 3398일 만에 선발승을 따냈다. 신중한 투구를 하다 보니 사사구(5개)가 다소 많았지만 시속 145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5이닝 동안 6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을 만큼 여전히 뛰어난 구위를 선보였다.

2000년대 중반 해외 진출 과정에서 구단과 마찰을 일으키고 2015년 해외 원정도박스캔들에 연루된 임창용은 야구장 안팎에서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생활을 하진 못했다. 하지만 KBO리그 역사에서 유일하게 통산120승 250세이브를 기록한 임창용의 자기관리 만큼은 단연 돋보인다(심지어 임창용의 기록은 6년의 해외 활동기간을 제외한 것이다). 현역생활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임창용은 여전히 타이거즈 마운드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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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임창용 399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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