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지훈.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주지훈이 맡은 차사 해원맥은 천년 간 귀인의 저승재판을 수호하는 캐릭터다. 인간에게 냉소적이지만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2018년은 주지훈에게 말 그대로 달리는 해다. 그가 참여한 두 작품이 연달아 여름 시장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맞붙게 됐다. 개봉 시기야 배우 의지가 아닌 배급사의 의지라지만 배우 입장에선 멋쩍은 일일 수도 있다.

동시에 관객과 팬이라면 좋은 기회다. 장르와 분위기가 다른 <신과 함께: 인과 연>(아래 <신과 함께2>와 <공작>을 통해 주지훈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기회니까 말이다. <공작>보다 일주일 앞서 지난 1일 개봉한 <신과 함께2>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시너지 효과

지난해 연말 개봉해 1400만 관객을 동원한 덕에 속편 개봉에선 한 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산 등의 문제로 1편과 2편을 한꺼번에 촬영해야 했기에 배우 입장에선 그만큼 답답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었지만 그는 담담했다. 그가 맡은 저승 차사 해원맥은 인간을 완전히 믿진 못하면서 특유의 무술실력으로 귀인들을 보호하고 변호하는 캐릭터. 2편에선 동료 차사 강림(하정우), 덕춘(김향기)과 천 년 전 인연이 공개되며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게 됐다.

"우선 특수효과와 CG 팀에 찬사를 보낸다. 나름 우린 상상력을 발휘해서 임했는데 결과물이 이렇게 잘 나오다니. 기술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할리우드 판타지보다 크게는 70배 정도 적은 예산이다. <어벤져스>가 1조 몇 천억 원이라잖나. 적은 예산에도 이렇게 해낸 건 대단한 거다. 기획 자체야 대중적 이야기라 설득이 됐는데 한국의 기술력이 어디까지 왔는지는 가늠이 안 됐었다.

원작 웹툰은 캐스팅이 이뤄지자마자 봤다. 이후 대본을 받았는데 좀 다르더라. 이미 하정우 형과 태현 형이 캐스팅 돼 있었고 두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 많은 분들과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다. 이미 시나리오를 봤기에 1편에선 차사들이 기능적으로 나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물론 사람인지라 욕심도 났고, 저도 모르게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2편에서 전체 맥락이 나오니까 믿고 맡길 수 있었지."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에 등장하는 해원맥(주지훈)의 모습.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에 등장하는 해원맥(주지훈)의 모습. ⓒ 롯데엔터테인먼트


오히려 주지훈은 두 편을 한 번에 찍어서 다행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체적으로 다른 작품 때문에 변해 있거나 정서적으로 끊어질 수 있는데 함께 찍어서 정서가 잘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초반엔 막연하게 불안했다. 여건상 세트를 만들고 다시 부술 수 없으니 지옥 하나를 두고 1편과 2편을 며칠에 걸쳐 찍어야 했다. 사실 그것만으로 머리가 아픈데 천 년 전 이야기까지 들어가니까(웃음). 2편이라지만 사실상 3편까지 찍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된 작업이었는데 힘들진 않았다. 마치 즐겁게 놀다 온 기분이다. 감독님이 건어물을 좋아하셔서 현장에서 오징어도 많이 구워주시고(웃음)."

3편과 4편의 가능성

설정상 여러 지옥을 다니는 캐릭터다. 불신지옥, 나태지옥 등 영화엔 주제마다 서로 다른 형벌이 내려진다. 가장 무서운 지옥이 어딘지 묻자 그는 "거짓지옥"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다만 나중에 변론을 받을 때 업경 등으로 맥락을 보여주니까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며 재치 있게 응수했다.

2편의 마지막 설정상 3편과 4편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주지훈은 "구체적 계획이 없어서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이미 하정우 형과 이정재 형이 흔쾌히 한다고 인터뷰 중 말했더라"며 "그 질문의 시작은 (제작자인) 원동연 대표였다. 관객들이 궁금해하시고 원한다면 우리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이 지점에서 그는 자신이 맡은 해원맥 캐릭터의 비밀을 공개했다. 연출자인 김용화 감독의 평소 모습이 가장 잘 담긴 캐릭터라는 사실. 주지훈은 "해원맥에는 일종의 비애감이 있는데 감독님의 성향이 담긴 인물이었다"며 말을 이었다.

"촬영 중 드론이 파괴되는 일이 있었다. 8천만 원짜리였다. 거기에 카메라도 달려있어서 아마 억대였을 건데 사실 그런 일이 생기면 연출자 입장에선 진이 빠지고 우울해질 수 있잖나. 감독님은 '아... (한숨) 부서졌네? 촬영하자' 이러셨다. 어려운 상황을 처절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적절한 비애감을 섞어 표현하시더라.

그 모습이 해원맥에 담겨 있다. 극단적 상황에서 해원맥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걸 알기에 온몸으로 뿌리치진 않고 '아... 큰일 났네. 해야지 뭐' 이러잖나. 직장 생활 10년도 힘든데 그는 천년을 차사로 일했다. 얼마나 마음이 힘들까. 하지만 그걸 비애감으로 녹여서 승화시킨다. 사실 이런 지점에 <신과 함께>의 리얼리티가 담겼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우리가 노트북에 뭘 쏟았다고 그걸 부수진 않잖나. 한숨 쉬면서 닦아내듯 해원맥 역시 그런 차원으로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다."


 배우 주지훈.

배우 주지훈.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벗어나다

경력이 쌓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주지훈은 어깨 힘을 빼고 편하게 연기와 인터뷰에 임하고 있었다. 모델 출신이라는 수식어 역시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과거 기자와 인터뷰에서 모델과 연기의 경계에 살짝 발을 걸친 느낌이라 말한 바 있기에 다시 물었다.

"<신과 함께>로 제가 친근한 이미지가 생겼다고 하시더라. 사실 10년 넘게 고민한 부분이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코미디 영화를 했고, <좋은 친구들>처럼 극단의 감정을 표현한 영화도 있었다. 둘 다 관객들의 큰 지지를 얻진 못했다. 이건 무슨 뜻이냐면 제게 그 두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다. 나름 이미지 변주를 했고, 그걸 관객분들이 받아주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색함이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이미지를 제한하거나 또는 나름 억울할 때도 있었다.

아마 <신과 함께>에서 보이는 재기발랄함과 저의 예전 이미지 사이에 간극이 있을 것이다. (다행인 건)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제한이 풀린 느낌이다. 참 다행인 건 제가 일을 좋아하게 됐다. 20대 땐 현장이 낯설고 어색한 게 있었는데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 현장 스태프들도 신뢰해주시는 것 같다. 소위 배우들이 만들어 놓은 어떤 이미지에 동료들이 허덕이는 걸 많이 봤다. 저도 오디션에서 많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걸 두고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며 다들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젠 사람들이 제가 모델 일을 한 걸 모르시기도 하더라. 아 이제는 배우로 보시는구나 싶다. 처음 연기한다고 했을 땐 키가 너무 크다, 피부가 검다며 여러 말을 듣기도 했다.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다음 작품 준비하면 되지 이러고 지나갔다. 나름 긍정적으로 살았다. 그런 게 저의 힘이 된 것 같다."


즐겁게 버티는 사람은 이기기 힘든 법이다. 그렇게 주지훈은 스스로 한계를 넘는 방법을 터득해 온 게 아닐까. 

 배우 주지훈.

"참 다행인 건 제가 일을 좋아하게 됐다. 20대 땐 현장이 낯설고 어색한 게 있었는데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과함께 주지훈 하정우 이정재 김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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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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