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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호 의원) 계속 근거 박약한 논리로 반대할 경우, 철저한 무시 및 고립." -  '상고법원 입법추진환경 및 국회통과전략' (2015년 6월 21일)

법원행정처가 2015년 6월 21일에 작성한 '상고법원 입법추진환경 및 국회통과전략' 문건에는 한 국회의원을 "철저한 무시 및 고립"할 계획이 쓰여 있었다. 대상은 19대 국회 당시 정의당 소속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서기호 전 의원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사건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7월 31일,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사법부 당시 작성된 문건 196개를 추가 공개했다. 여기에는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인 계획들이 적혀 있었다. 각 의원들의 지역구 현안으로 '흥정'하거나,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등 맞춤형 카드들을 쓰도록 했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기호는 원래 판사였다. 그러나 판사 재직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며 논란이 벌어졌다. 이후 2012년 2월, 석연찮은 이유로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당시 법원은 그의 근무 평정이 하위 2%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압 의혹이 일었다. 소명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법복을 벗은 대신 '국민 판사'라는 호칭을 얻었다. 통합진보당에 입당했고,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정의당에서 활동하며 사법부 개혁을 위해 힘썼다.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 11번째 주자로 나선 직후,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최근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의 이름이 다시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1일, <오마이뉴스>는 다큐멘터리 촬영 때문에 잠시 일본으로 출국한 그와 전화로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서기호 "너무 충격적... 피해자들 다시 재판 받을 수 있게 특별법 제정해야"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서기호 전 의원.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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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행정처에서 추가 공개한 문건에 '서기호'가 등장한다. 처음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
"너무 충격적이었다. 특히 2015년 7월 2일에 제 재판(재임용탈락 취소 행정소송)의 변론이 종결됐는데, 그것을 그 이전에 재판과 아무 권한이 없는 법원행정처가 계획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또 한 가지는, 제가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이유가 마치 재임용탈락으로 인한 개인적 원한으로 인해 반대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를 고립화시키려고 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 법원행정처의 계획이 실제로 실행됐다고 보는가?
"그 문건을 보면 변론이 7월 2일에 종결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쓴 게 아니다. '변론 종결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 검토 필요'라고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다. 법원행정처가 재판부에게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변론 종결이라고 하는 것은 설령 재판장이 미리 변론을 종결할 계획을 세우고 들어가더라도, 그날 현장에서 바뀔 수도 있는 거다. 한마디로 말해서 변론 종결이 언제 될지는 그날 법정에서 재판장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걸 재판과 관계도 없는 법원행정처가 미리 날짜를 정하는 건 개입을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법원에 대한 개인적 악감정으로 점철되어, 상고법원에 대한 반대 입장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음. 민감한 법률안 지속적으로 발의하여, 법원과의 대립각을 첨예화시키고 있음." - 'VIP 거부권 정국 분석' (2015년 6월 30일)

- 당시 국회에서 '서기호 고립화 전략'을 체감했나?
"아마 당시 사법부가 '서기호는 재임용탈락 때문에 개인적 원한이 있어서 반대하는 거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다른 의원들한테 슬쩍 얘기했을 것이다. 정의당은 그 당시 법사위에 저 한 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찬성하면 그 법안을 막기가 어려웠다. 그런 측면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로비에 집중해서 저를 고립시키려는 계획을 세운 것 같다.

이미 저는 고립화된 상태에서 출발했다. 맨 처음에 상고법원 도입 관련 법안이 발의 됐을 때, 당시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도 상당수가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법사위 위원들 중에서도 전해철 위원을 제외하면 거의 참여했을 정도였다. 제가 그때 민주당 의원들에게 계속 상고법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상고법원 도입에 사법부의 숨은 의도가 있다고 논리적으로 설득했다. 민주당 의원들 중 상당수가 반대쪽으로 돌아서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들의 고립화 전략은 실패했다."

- 야당 의원들을 설득한 주요 논리가 뭐였나?
"가장 중요한 건, 상고법원이 법관들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판사들로 하여금 대법원장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하도록 통제하는 수단 말이다. 과거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통해서 판사들을 통제했는데, 그 위에 상고법관 심사제도가 한 단계 더 추가되는 거다. 이 점을 많이 강조했다. 그러다가 2015년 8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상고가 기각됐다. 그 판결이 선고되면서 민주당 의원들도 많이 반대로 바뀌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2월 26일 당시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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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해철 의원과 밀월관계에 빠져, 전 의원으로부터 의정 활동에 대한 코치를 받으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는 소문." -  'VIP 거부권 정국 분석' (2015년 6월 30일)

- 문건을 보면 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밀월관계'라는 표현이 나온다. 당시 사법부가 국회의원을 사찰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법원행정처가 굉장히 세부적인 것까지 파악하고 있더라. 어떻게 파악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둘이 대화를 나누는 걸 몰래 봤을까? 제가 그 당시에 목포 출마를 준비했었는데, 전해철 의원이 고향 선배이다. 그래서 정치를 함에 있어서 전해철 의원에게 여러 가지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사생활이라고 할 건 딱히 없었다. 법사위 위원들 전체가 모이는 공식적인 자리는 있었지만, 둘이 따로 술 먹은 적도 없다.

법원행정처에서 통과키고 싶어 했던 법안을 전해철 의원과 제가 비슷한 의견을 들어서 반대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비슷한 의견을 내니 그걸 '밀월 관계'라고 해석한 것 같다. 의원들끼리 서로서로 가치관이 비슷하면 가깝게 지낼 수도 있는 건데, 어이가 없다."

- 앞으로의 대응 계획이 궁금하다.
"특별법 제정을 요구할 생각이다. 저뿐만 아니라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피해자들이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 다시 재판 받을 길을 열 수 있도록, 그쪽에 집중하려고 한다. 현행법 상황에서는 재심 요건이 안 되기 때문에 재심이 불가능하다. 재판에 개입해서 헌법 103조를 위반한 사항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당 재판을 무효화하거나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현행법상 없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 피해자들이 다시 재판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된다."

정의당 "양승태 사법부, 스스로 양아치 집단으로 전락"

한편, 정의당도 이날 최석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의당은 "상고법원을 가장 앞장서서 막아냈던 우리 당 서기호 전 의원에 대해서는 치졸한 압박전략까지 세웠던 사실도 밝혀졌다"라며 "다른 의원을 상대로는 현직 대법관까지 동원해 지역구 현안으로 회유하고, 서기호 의원을 상대로는 고립 전략을 세웠던 것이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법원행정처가 서 의원의 '판사 재임용 탈락' 취소송 재판에 개입해 변론종결로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을 기획했고, 실제로도 그 날짜에 일방적으로 변론을 종결했다"라면서 "이처럼 양승태 사법부에게 재판은 협박의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치졸한 사법농단을 벌이며 스스로를 양아치 집단으로 전락시켰음에도, 양승태 사법부는 일말의 반성도 없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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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