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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시끄럽다. 과거 정권의 과오를 바로 잡고, 현재 필요한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그만큼 정부가 할 일이 많다는 방증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진통으로 생각한다. 정책을 '가치의 권위 있는 배분'이라고 정의한 어느 학자의 의견을 곱씹어 보면, 가치를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지, 그 배분 방식부터가 사회 갈등의 근원이 된다. 그래서 그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다.

정부가 결정한 정책에 대해서 우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구나 의견을 제시하고, 비판도 할 수 있다. 2018년의 대한민국은 그 정도 성숙은 이룬 나라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정책을 비판하는 태도와 방식을 보면 아쉬울 때가 많다. 비판이 비판에서 끝나버리고, 좀 더 나은 정책 대안을 발굴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는 소모전을 벌이는 경우가 자주 발견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취지와 본질은 왜곡되고, 정책을 흠집 내기 위한 근거 없는 의혹이 난무하기도 한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얼마나 괴로울까?'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 관료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최근, 정부 정책을 두고 발생한 갈등과 논란을 보고 있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간적인 고뇌를 생각한 측면도 있겠지만, 정책 결정자로서 정책이 의도대로 추진되지 않고, 하나의 정책 수단이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정책의 태생적 속성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고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하게 권력을 사용하고자 하는 자들의 숙명이긴 하다.

이런 불편한(?) 공감을 하게 된 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된 논란을 보면서다. 논의되어야 할 주제들은 멀리 내팽개쳐지고, 요란한 대립만 드러났기 때문이다. 갈등은 민주주의 사회의 발전을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큰 상처와 아쉬움을 남겼다.

정책 결정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 한번 상상해보자.

'우리나라 수준에서 도달해야 할 최저임금 수준이 있다. 최저임금은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다. 현재 임금 수준으로 기본적 생계가 어려운 집단에서는 찬성한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정책 결정을 미룰 수는 없다.'

거칠게 나열했지만, 최저임금을 둘러싼 환경이 최소한 이 정도라고 보고, 우리가 정책결정자라면 어떤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언제까지, 얼마를 올려야 할지 고민이 된다. 어떻게 결정하더라도 노동계, 자영업자, 기업에서는 불만을 표현하고, 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어쨌든 작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시행됐고, 내년 인상분도 결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최저임금 인상 시기와 수준은 지키기 어렵게 되었지만, 매년 일정한 상승은 이뤄질 것이고, 그에 따른 갈등은 예상되는 바다. 그러면 그때마다 우리는 올해와 같은 사회적 갈등을 겪을 것인가. 자영업자가 몰락하여 실업자가 발생하고, 경제가 어렵다는 보수 언론의 레토릭과 '을들의 전쟁'이 반복되는 현상을 또 마주해야 하는가. 생각하니 답답하다.

정책 비판을 위한 우리의 자세

서두에 언급했듯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비판을 넘어서 사회의 발전을 이루는 대안 제시가 될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보자. 그 첫 번째로, 내가 아닌 사회 전체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시도는 어떨까. 우리는 일면 이기적인 인간이라 정책으로 인해 나에게 올 이익과 손해를 먼저 계산하게 된다. 하지만, 특정 정책을 비판할 때 정부 정책이 가진 복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끼칠 수도 있지만, 이익을 보는 집단의 여건과 우리 사회의 성장 전략도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다음으로,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합리적 주장이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 또는 찬성을 외치고 끝낼 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작용이 예상되는 영역을 보완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시간당 최저 시급을 조정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갈등의 크기만큼 연관되는 범주가 넓다. 정부의 수많은 정책 중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큰 정책 수단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을 전제로, 피해가 예상되는 영세 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주장해야 한다. 상가임대차법 개정으로 임대료를 규제하는 등 임차인 보호, 카드수수료 대폭 인하, 편의점의 수익 비율 인상, 하청단가 조정, 본사의 갑질 방지 등 공정 질서 확립을 강하게 제시했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정책수단들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기도 하다.

이렇게 상위목표 달성을 위해 개별 정책 수단을 패키지로 추진하는 방식을 '정책 혼합(policy mix)'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범주와 수준의 정책 수단을 한 가지 수단이 가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함께 운용하는 것이다. 관계 부처의 유연한 협력과 지원, 청와대의 정책 조정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방식에 기초한 정책 비판으로 정부와 정책집단의 건강한 관계 형성을 이뤄야 한다.

앞으로도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시민사회와 정책 이해 관계자들이 각자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고, 정부는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정책의 찬반에만 집중하다 보면 갈등 비용은 늘어나고, 사회 진보를 위한 기회는 소진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숙한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위한 게 아니더라도, 정책을 둘러싼 건강한 논쟁, 가치 있는 대화가 정착되도록 관심을 가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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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