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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 80년대의 거진 절반을 생명체로든 세포로든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보냈습니다만 어쩐지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군요. 세상에 출고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어딘가 희망과 낭만이 가득했던 모습으로 모든 게 기억되는군요. 지금 기준으로는 촌스러운 청바지와 장발을 하고, 르망과 엑센트를 뽐내며 타고 다녔을 순수했던 청춘들이 머리에 아른거립니다.

시작부터 이게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간만에 아껴둔 맛집을 하나 올려볼까 합니다.

​오늘 소개할 공간은 월미도의 예전입니다. 조승우와 손예진이 주연한 영화 <클래식>만큼이나 매우 클래식(classic)합니다.
월미도 예전 입구사진
 월미도 예전 입구사진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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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귀여운 조각들이 절 반겨줍니다.

이 사진은 참 여러 번 찍었습니다만 하나도 이쁘게 나오지 않았군요. 딱 보아도 아마추어의 솜씨입니다. 친구가 사진을 찍을 때는 한 면은 일직선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는데, 위를 일직선으로 맞추어 찍었고 좀 후회가 되는군요. 직접 가셔서 보면 훨씬 더 정감 있고 예쁩니다.

저는 카메라 잼병입니다.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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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부는 아저씨도 있고요.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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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입니다. 전반적으로 붉은 색과 마호가니 나무가 올드하면서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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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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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의 전경입니다. 창가가 보이는 테이블도 좋습니다만 저는 안에 숨겨진 방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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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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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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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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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하죠?

저 책은 실제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무려 미국 건축 공학에 대한 원서더군요... 하하 어쩐지 어울려.

​메뉴판 사진을 찍는 걸 깜박했네요. 타임 워프를 한 것 같은 메뉴판이었습니다. 메뉴도 그렇고 종이 재질도 그렇고...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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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서 보는 밖입니다.

한참 술을 마시다가 심심해져 다시 밖으로 나가 보았네요.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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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바깥이 참 운치있더군요. 삐뚤빼둘하게 나온 건 아마 찍사에게 예술적 감성이 전무해서일 겁니다.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찍었는데 뭐가 정석인지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 드립니다.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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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로 다가가 밖을 찍어보았고요.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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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카페에 피어 있는 한 떨기 꽃을 보았답니다. 처음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들어오더군요.

오래전 이 카페, 이 자리에서 어떤 여자 아이와 소개팅을 했었지요. 그 세 시간 동안 그 아이는 제 눈을 거의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망한 소개팅이라고 생각했죠.

비가 추적추적 왔는데, 어쩐 일인지 그 날은 사람 많은 월미도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한적한 거리에,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커플이 두 손을 잡고 비닐 우산을 쓰고 걸어가더군요. 걸어가시던 두 분은 잠깐 멈추시더니 창가에 있는 저와 그 여자 아이를 쳐다보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참 묘했답니다. 어쩐지 힘을 내라는 그런 느낌.

나중에 이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의 기억에 대한 강렬함 때문인지, 인연이라고 생각했죠. 

결혼하신 분들은 종종 그런 말을 하죠, 정말 함께 할 사람은 보면 안다고. 아마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냥 홀랑 헤어져버렸네요. 이후에도 몇 번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지만, 결국 지금은 다 남남이기 때문에, 나는 별로 감이라는 건 신뢰를 안 해요. 원래 인생은 각자 장르가 있는 법이니까 암 그렇고 말고.

아 다시 보니까 꽃인줄 알고 찍었던 것도 그냥 빛바랜 잎이군요. 와장창.
​​
아마 수많은 연인들이 저 자리에 앉았겠죠. 그 중 태반 이상은 분명(?) 이별했겠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많을 거예요. 워낙 오래 된 카페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그 공간에서, 나는 달라, 우리는 달라, 언제나 함께 할 거야, 그런 밀어(密語)들이 오갔을 겁니다.

제가 사진을 찍던 그 순간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앉아 계신 커플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별 없이 아름다운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무수한 그 말들과 함께 한 시간이 지나간 기억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태그:#예전, #월미도 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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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투자자, 소설가, 아마추어 기자. "삶은 지식과 경험의 보고(寶庫)이자 향연이다. 그러므로 나 풍류판관 페트로니우스가 다음처럼 말하노라." - 사티리콘 中 blog.naver.com/admljy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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