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펄펄 끓는 한반도만큼이나 K리그의 순위 경쟁도 뜨겁다. 과연 어떤 팀이 2018년 K리그의 챔피언이 될지, 어떤 팀이 강등의 눈물을 흘릴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역사는 말한다. K리그 정복 혹은 생존을 위해서는 무더운 '여름'과 대결에서 이겨야 한다고.   

반환점을 돈 K리그의 최대 이슈는 선두 전북 현대의 조기 우승 가능성이다. 1위 전북은 리그 일정의 절반을 소화한 현재 2위 경남FC에 승점 14점 차이로 앞서 있다. 경남을 비롯한 2위권 그룹이 전북을 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남아 있는 경기에서 전북이 5패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앞선 20경기에서 단 2패만을 허용한 전북이 앞으로 치러낼 18경기에서 5번 이상 넘어진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사상 최초로 스플릿 라운드 돌입 이전에 우승이 가능하다. 역대급 시즌을 준비한 전북이 역대급 성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동국 '골' 29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2018.4.29

▲ 이동국 '골' 지난 4월 29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북이 일찌감치 앞서 나간 우승 경쟁과 달리 잔류 전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전남 드래곤즈, 대구FC 총 세 팀이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우승 레이스만큼 재미있는 요소가 잔류 경쟁이다. 올 시즌은 과거처럼 확실한 최하위 팀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 형국이라 더욱 흥미롭다.

'여름' 챔피언은 K리그의 챔피언

K리그1에서 12개 클럽이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 2014년부터 작년 2017년까지 총 4시즌 동안 전북이 3번, FC서울이 1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전북의 압도적인 리그 성적의 원동력에는 바로 '여름' 정복이 있다.

최근 4시즌 동안 전북은 6~8월의 챔피언이었다. 다른 클럽들이 무더위 속에 지쳐갈 때, 전북은 승점을 쓸어 담으며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6월에는 경기가 없었던 2014년 전북은 7월과 8월에 가진 11경기에서 승점 23점을 벌었다. 같은 기간 나머지 클럽들도 똑같이 11경기를 치렀지만 전북 수준의 승점을 챙기는 데 실패했다. 2위로 7월을 시작한 전북은 1위 포항 스틸러스가 여름에 승점 19점을 획득한 틈을 타 선두를 탈환했고 종국에는 리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6년과 2017년도 전북은 여름의 황제였다. 2016년에는 여름에만 승점 37점을, 2017년에는 승점 29점을 가져왔다. 여름 레이스 돌입 이전부터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었던 전북은 여름에도 가장 많은 승점을 수확하며 위치를 확고히 했다. 우승은 당연히 전북의 몫이었다(다만 2016년의 경우 '심판매수' 사건 징계로 승점 9점을 삭감당해 우승은 서울이 차지했다).

2015년은 전북이 여름의 최강자가 되지 못한 유일한 해다. 당시 여름의 왕은 수원 삼성이었다. 수원은 여름에만 승점 29점을 챙겼다. 물론 전북은 이에 못지 않았다. 수원에 단 1점 밀린 승점 28점을 가져왔다. 단, 같은 기간에 수원이 전북보다 한 경기를 더 소화했음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전북과 수원은 2015년 여름의 공동 챔피언이라 봐도 무방하다.

올 시즌도 여름은 전북의 것이다. 전북은 지난 7월에 가진 6경기에서 5승 1무를 기록하며 승점 16점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단연 여름 승점 벌이 1위다. 이번 주말에 열리는 2위 경남과 경기만 넘기면 남은 8월 경기는 중하위권 팀과의 수월한 승부만 남는다. 모든 지표가 전북의 우승을 가리키고 있다.

'여름'을 버티지 못하면 K리그2로...

'여름'을 지배하면 K리그를 정복할 수 있다는 말은 여름에 버티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 '여름'을 이겨내지 못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강등 뿐이다.

최근 4년 간 여름 시기에 가장 승점을 적게 획득한 팀은 십중팔구 쓸쓸히 강등의 아픔을 맛봤다. 먼저 2015년 꼴찌 팀 대전시티즌은 여름 3달 동안 가진 16경기에서 승점 7점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여름 이전에도 최하위였던 대전이 강등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한편 같은해 11위 부산 아이파크도 동일 기간 승점 11점을 챙기는 부진 끝에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수원FC에게 패하며 강등을 당했다.

부산을 꺾고 2016년에 K리그1에 합류한 수원FC도 여름을 버티지 못하고 한 시즌 만에 퇴장했다. 10위로 여름을 시작한 수원FC는 무더위 속에 치른 16경기에서 승점 15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 사이 11위 전남은 승점을 27점이나 챙기며 수원FC를 뒤로 밀어냈다. 최하위였던 인천도 승점 17점을 획득하며 수원FC를 강하게 압박했고 시즌 최종전에서 잔류를 확정지었다.

지난해에는 광주FC가 여름을 극복하지 못했다. 11위로 여름 전쟁에 합류한 광주는 14경기에서 고작 승점 8점을 만드는 데 그쳤다.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여름에만 10패를 당했다. 반면 최하위였던 인천은 승점 18점을 가져오며 또 한 번 부활에 성공했다. 여름에 최하위로 밀려난 광주는 2018년의 여름은 K리그2에서 보내게 됐다.

여름 꼴찌가 최총 꼴찌를 피한 유일한 경우는 2014년의 부산이다. 부산은 7위라는 여유로운 순위로 여름을 시작했지만 여름에 가진 총 11경기에서 챙긴 승점은 단 6점. 8월의 마지막날 부산의 순위는 최하위까지 급하강했다. 여름에 최하위까지 떨어진 부산은 다행히도 가을에 대반전을 일궈내며 잔류에 성공했지만 되돌아보면 2014년 여름은 공포스러웠던 시기였다.  

올 시즌 여름의 최약체는 현재 상주다. 상주는 7월 6경기에서 승점 3점을 얻는 데 만족했다. 순위는 4위에서 8위로 급락했다. 강등권과는 아직 승점 차이가 있지만, 남은 여름 기간에 떨어진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강등이란 악몽은 성큼 상주 앞에 와 있을 공산이 크다.

조현우 분투 지난 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대구FC와 FC서울 경기에서 대구FC 조현우가 몸을 던져 수비하고 있다.

▲ 조현우 분투 지난 7월 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대구FC와 FC서울 경기에서 대구FC 조현우가 몸을 던져 수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남도 적신호가 켜졌다. 7월에 치른 6경기에서 승점 4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이제 순위도 10위에서 한 계단 하락한 11위다. 당장 최하위 대구FC가 승점 2점 차이로 전남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 시즌 색깔 없는 플레이로 혹평을 받고 있는 전남 입장에서는 이번 달(8월) 반등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강등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

여름에 강한 '수도권' 팀, 이번에도 반등할까

K리그 팀들의 여름나기에서 흥미로운 요소는 수도권 클럽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클럽은 대체로 여름에 강한 힘을 보여주면서 순위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대표적인 클럽이 인천이다. 여름 전까지 하위권을 전전하던 인천은 무더운 열기를 발판으로 오히려 살아났다. 2014년과 2016년, 2017년 모두 인천은 여름 직전에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강등 위기에 놓였던 인천은 여름에만 각각 16점, 17점, 18점을 엮어내며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인천 문선민, 골 넣었어 22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FC 서울의 경기. 후반전 골을 넣은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팔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 인천 문선민, 골 넣었어 지난 7월 22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FC 서울의 경기. 후반전 골을 넣은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이 팔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천의 여름이 가장 강렬했던 시즌은 2015년이다. 당시 김도훈 감독이 이끌던 인천은 여름에 있었던 15경기에서 승점 26점을 끌어모았다. 2015년 리그 1위 팀 전북이 같은 기간에 승점 28점을 벌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수치다. 여름에 역량을 집중한 인천은 10위였던 순위를 8월 말에 6위까지 끌어올렸고, 마지막까지 상위 스플릿 티켓 경쟁을 했다.

올 시즌도 여름은 인천의 편이다. 6경기에서 승점 8점을 챙겼다.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10위까지 올라서며 잔류의 발판을 마련했다. 본격적인 여름 경기 이전까지 단 승점 8점(1승 5무 8패)에 머무르며 위기설에 시달렸던 흐름과는 사뭇 다르다.

수도권을 대표하는 수원과 서울도 여름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먼저 수원은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2016년을 제외한 나머지 시즌에서 기본적으로 승점 20점 이상을 확보했다. 2015년에는 무더위의 챔피언으로 등극했고, 2014년과 2017년에는 여름 승점 획득 2위로 선두 전북 견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슬로우 스타터' 서울도 여름에 강했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여름을 통해 단번에 이겨냈다. 최근 4년 간 서울이 여름에 벌어들인 승점만 102점이다. 전북의 117점에는 못 미치지만 여름에 총합 100점이 넘는 승점을 따낸 클럽은 서울이 전북과 함께 유이하다.

전북 수비에 막히는 안델손 FC서울 안델손(가운데)이 20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018 13라운드 경기에서 전북 현대모터스 최보경의 수비에 막히고 있다.

▲ 전북 수비에 막히는 안델손 FC서울 안델손(가운데)이 지난 5월 20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018 13라운드 경기에서 전북 현대모터스 최보경의 수비에 막히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올 시즌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지난 7월 서울은 6경기에서 승점 8점을 수확하는데 만족했다. 여름 승점 순위는 5위로 나쁘지 않은 기록이지만, 시즌 초반에 워낙 부진한 탓에 순위 상승에 애를 먹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남은 8월에는 전북, 수원, 제주, 울산 등 상위권 클럽과 경기가 이어진다. 자존심의 마지노선인 상위 스플릿 진입을 위해서라면 8월의 대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일 역대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2018년 한반도의 여름은 무덥다. 역대급 더위지만 월드컵 휴식기로 인해 K리그 선수들은 쉴 틈이 없다. 휴식이 절실한 선수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빡빡한 일정이다.

허나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여름은 1년 농사의 수확물을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다. 쉬어가는 일은 사치다. 9월부터 불어올 가을 바람이 시원할지 차가울지가 여름 성적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명의 8월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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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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