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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중국 군부의 지원을 받아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국정원의 전신) 특수공작원으로 활동했던 박채서씨(암호명 '흑금성')는 최근 김당 현 < UPI뉴스 > 정치부 선임기자가 출간한 <공작1·2>(이룸나무)에서 당시 북한의 실세였던 장성택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이 자신에게 "중국 군부로부터 위성정보를 제공받아 천안함을 공격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천안함 사건'이란 이명박 정부 시기인 지난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께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1200톤급 천안함이 침몰한 사건을 가리킨다. 당시 천안함에 탑승했던 승조원 104명 중 총 46명이 사망(40명)하거나 실종(6명)됐다.

당시 민군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나선 이명박 정부는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에 의해 침몰했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타국 잠수함과의 충돌설, 선체결함에 의한 사고설 등 많은 의혹들이 제기됐다.

"중국 심양군구 지원없이 절대 불가능"

김당 <UPI뉴스> 정치부 선임기자가 최근 펴낸 <공작 1.2>
 김당 <UPI뉴스> 정치부 선임기자가 최근 펴낸 <공작 1.2>
ⓒ 이룸나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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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 2010년 5월 저녁. 흑금성은 리호남 북한 내각 참사의 연락을 받고 북경의 '중국대반점'에서 장성택 부장을 만났다. 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여 지난 시기였다. 흑금성은 특수공작원을 그만둔 뒤에도 장성택 부장과의 비밀채널을 유지하고 있었다.

흑금성을 만난 장성택 부장은 천안함 피격사건과 관련해 중요한 사실 '두 가지'를 언급했다. 하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전에 천안함 사건을 몰랐다는 사실이다. 북한 군부 강경파가 자신의 입지를 공고하게 만들고, 최고 권력자의 후계구도에도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의 생일, 4월 15일)을 앞두고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북한 군부 강경파의 도발에 중국 군부의 지원이 있었다고 주장한 점이다. 장성택 부장은 흑금성에게 "박 선생,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 잠수함이 천안함이 어디 있는지 어케 알고 어뢰 한 방으로 폭침시킨단 말이오?"라며 "중국 심양군구의 정보지원 없이 우리 해군의 전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동북 3성을 관할하는 선양군구는 실제적으로는 북한과 무역투자나 군사적으로 밀접할 수밖에 없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에는 '병아리 작전'에 따라 선양군구 산하 부대들이 북한에 무력 진압하도록 되어 있어, 북한 내부 사정과 군부 동향은 이들의 최우선 관심사이다. 따라서 선양군구와 북한군 지도부와는 밀접한 협력관계가 자연스럽게 장기간 형성되어 왔다." (<공작2>, 456쪽~457쪽)

"우리가 정보수집기가 있습니까? 첩보위성이 있습니까?"

장성택 부장은 지도까지 그려가며 천안함 사건을 설명해 나갔다. 그는 "박 선생, 천안함이 피격을 받은 시각이 밤 9시 22분경이에요"라며 "천안함은 그때 칠흑 같이 어두운 시각에 백령도 부근 1.8km 지점에 정박중이었어요, 그런데 우리 해군의 능력으로는 백령도 뒤편에 바짝 붙어서 은폐하고 있는 선박을 야간에 공격할 방법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내래 물어보니 잠수함도 지휘본부의 유도없이 야간에 물체를 식별해 공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잠수함 작전을 하려면 군사첩보위성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박 선생도 알다시피 우리가 남조선처럼 정보수집기가 있습니까, 첩보위성이 있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오래 전부터 중국 군부로부터 위성정보를 제공받아 군사작전계획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작2>, 457쪽)

결국 북한 군부 강경파가 중국 군부로부터 위성정보를 제공받아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공작>은 "장성택은 천안함 사태를 처음 보고받은 뒤에 전문가들을 동원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박채서에게 말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장성택 부장은 흑금성에게 "내가 한 말의 출처를 밝혀도 좋으니 이명박 대통령과 핵심 측근인사들에게 이런 급박한 상황을 전달해주고 북남관계 개선에 힘써 달라"라고 부탁하면서 "현재의 대결국면이 지속된다면 북한 내부가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북한은 지난 2013년 12월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장성택에게 '국가전복음모의 극악한 범죄'로 사형을 선고하고 이를 바로 집행했다. 양 손을 포승줄에 묶인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원들에게 잡힌 채 법정에 서 있다.
 북한은 지난 2013년 12월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장성택에게 '국가전복음모의 극악한 범죄'로 사형을 선고하고 이를 바로 집행했다. 양 손을 포승줄에 묶인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원들에게 잡힌 채 법정에 서 있다.
ⓒ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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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흑금성은 장성택 부장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같은 해 6월 1일 새벽 국정원 대공수사국 수사관들에게 긴급체포됐기 때문이다. 장성택 부장은 흑금성이 대전교도소에 수감중이던 지난 2013년 12월 처형됐다.

<공작1·2>의 저자인 김당 기자는 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흑금성이 장성택 부장 형의 아들과 가까웠고, 장성택 부장의 비자금이나 중국내 부동산을 관리했을 정도로 장성택 부장과의 관계가 특별했다"라며 "특히 천안함 관련 이야기는 장성택 부장이 죽기 전인 2010년에 (흑금성이) 나에게 직접 증언한 것이어서 흑금성이 지어낼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김당 기자는 "이것의 사실여부를 검증할 수는 없겠지만 장성택 부장이 흑금성에게 이런 내용을 이야기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위기·분단 관리의 무능력을 합리화한 이명박 정부

한편 <공작>은 천안함 사건이 '북한에 의한 도발'이라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북한 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어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김당 기자는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이후로 수차례나 물밑 접촉이 이뤄졌는데 물밑 접촉이 이뤄질 때마다, 오히려 남측이 회담 중간에 기존 채널을 바꾸거나 합의를 번복함으로써 북측의 온건파는 입지가 좁아져 급기야는 무더기 숙청되었다"라고 전했다.

천안함 사건은 남북관계의 후퇴와 북한 온건파의 입지 축소 등의 '환경과 정세' 속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당 기자는 "박채서는 당시만 해도 북한 정권 2인자였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당으로부터 강온파의 균형이 무너진 북한 내부 사정과 남북관계의 위기 징후를 전달받았다"라며 "그것은 개인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장성택의 이명박 정부를 향한 'SOS'이기도 했다"라고 썼다.

김당 기자는 "그는 북한 군부 강경파의 득세와 모험주의로 인한 도발가능성을 여러 경로를 통해 이명박 정부에 수차례 전했다"라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그런 위기상황을 애써 외면하거나 무시했다"라고 지적했다.

김당 기자는 "이명박 정부는 분단 관리의 책무를 저버린 채 안일함과 부작위로 일관했다"라며 "천안함 사건이 터진 뒤에는 북한 정권의 악마성만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위기·분단 관리의 무능력을 합리화했다"라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 군부의 무력도발 위험성에 대한 그의 경고를 무시하고 대북 경계태세를 소홀히 함으로써 꽃다운 청춘 46명이 서해바다로 수장되는 참극을 방관했다. 천암함 사태로 희생된 46용사에 대한 직접적 책임은 무력으로 도발한 북한 군부에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작2>, 474쪽)

국군정보사령부 대북공작관이던 박채서 소령이 안기부의 정보서기관으로 특채돼 암호명 '흑금성'을 부여받고 특수공작원으로 활동한 내용은 <공작> 1권에, 특수공작원에서 해고되어 노무현·이명박 정부시기 '대북 비선'으로 활동한 내용은 2권에 담았다.


태그:#천안함 사건, #장성택, #흑금성, #공작, #박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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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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