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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순서 기다리는 예멘 난민신청자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지난 6월 29일 오후 제주시 일도1동 제주이주민센터에서 국가인권위 순회 인권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상담 순서 기다리는 예멘 난민신청자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지난 6월 29일 오후 제주시 일도1동 제주이주민센터에서 국가인권위 순회 인권상담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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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위험을 피해 제주로 온 예멘 난민들은, 위험을 이유로 혐오가 정당화되는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이미 많은 난민들이 함께 살고 있었음에도 인식하지 못했던 한국 사회이기에, 난민들을 접했을 때 '낯섦'과 더불어 '두려움'이 터져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가? '두려움'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혐오가 아닌 더 많은 평등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난민혐오에 대한 세 차례의 기획연재를 통해 두려움의 선동에 맞서는 평등과 인권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 기자 말

올해 2월 말, 인천 연수구에 '와하'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와하'는 아랍 여성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쉬고, 함께 어려움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아랍 여성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언제든 편하게 올 수 있는 곳, 그곳에서 비슷한 '나'와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꿈꾸며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2~3년 전부터 인천지역에 아랍 거주민들의 숫자가 늘기 시작하면서, 인천에 근거지가 있던 센터에서 자연스럽게 아랍 가정들에 대한 만남과 상담이 늘기 시작했다. 주로 고용허가제를 통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상담을 해왔던 활동가에게 아랍 가정들의 상담은 그 내용이 달랐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의 상담이 주로 사업주들의 갑질, 체불임금, 산재 등 노무 관련 상담이 주였다면, 아랍 이주민들의 상담은 한국 사회에서 사회복지체제 및 사회적 시스템에서 배제된 한 사람과 한 가족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에 대한 상담이었다.

이들은 전쟁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피해서 가족 단위의 이주를 한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당연하고 편안하게 생각했던 문화적 익숙함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특히 여성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국에서 난민 인정률은 4% 정도로, 대부분의 난민 신청자들은 난민이 불인정 된다. 시리아 또는 예멘같이 국가적 위기상황이 인정될 경우 (이마저도 선별하여) G-1-6라는 인도적 체류 비자를 주고 있다. 와하에 모이는 대부분의 여성도 인도적체류비자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숨만 쉬고' 살아가는 한국 내 아랍 난민들

인도적체류비자는 말 그대로 난민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인도적인 이유 때문에 체류를 가능하게 해주는 비자이다. 하지만 한국 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인도적체류비자는 의료보험, 양육지원, 취업알선, 직업능력개발, 저소득가정지원 등 모든 복지에서 배제되어 있다. 센터에서 아랍어 통역을 했던 자원활동가는 이들의 상황을 경험하며 이렇게까지 말했다.

"한국에서 숨만 쉴 수 있도록 허가한 거 같아요"

이들은 의료보험이 없어서 일반 국민이 내는 금액의 3배가량의 의료비를 내야 한다. 아이 출산에 400만 원이 들었다는 여성들도 있다. 아이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서 교육을 받게 하고 싶지만 정부의 양육지원이 없으면 거의 월 45만 원 가량의 교육비를 지불해야 한다. 특히 예멘 여성들의 경우 본국에서 직업 경험이 있는 여성들도 많고, 사회 활동에 대한 욕구들이 있다. 하지만 양육을 도와줄 친족들이 주변에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두고 사회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도 직업 훈련을 받을 수도, 직업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아이를 유치원 또는 학교에 보낸 후에도 문제가 생긴다. 유치원과 학교에서 보내는 수많은 가정통신문들과 정보들을 소화하기 힘들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는 문제들을 선생님과 소통하기도 힘들다. 유치원과 학교 선생님들은 그들대로, 어머니들은 어머니들대로 오해와 불만이 쌓여있기도 했다.

국가의 사회적 시스템에서 배제된 상태에서, 그래도 여성들은 한국 사회에도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배우려고 애쓰고, 아이들을 교육시키려고 애쓰고, 일자리를 찾으려고도 애쓰며 한국 사회에 여러 가지 역할들로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들은 이미 소비자, 학부모, 구직자, 노동자, 지역주민 등 여러 가지 역할들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안타까운 점은 현재 제주도 예멘 이슈가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있던 여성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슬람이라서? 예멘이라서? '가짜 난민'인가요

난민들을 수용하지 말라는 청와대 청원이 급격하게 20만 명을 넘어갈 때까지만 해도 와하에 모인 여성들은 언론이나 SNS를 통해서 유통되는 난민들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잘 알지 못했다. 센터 활동가들이 이 사실을 얘기하면 굉장히 놀라워했다. 와하에 쉬러온 사람들인데 괜히 불안해져서 돌아가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센터 활동가들이 얘기하지 않아도 각자가 서울에서 열린 난민반대집회 영상들을 서로 보여주면서 걱정한다. 많은 여성이 "한국사회가 예멘 난민들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해하고 있다.

예전보다 부쩍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한다. 그때마다 '예멘에서 왔다'라고 얘기하는 것이 고민스럽다고 한다. 예멘에서 왔다고 말한 후에 상대방의 눈빛을 살피게 된다고 한다. 본인이 자주 가던 슈퍼에서 이제 여기 오지 말라는 얘기를 들은 여성도 있다. 구직을 할 때도 예멘에서 왔다고 하면 노골적인 반감의 대답을 듣기도 한다. 혹시나 학교에서 아이들이 예멘에서 왔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할까봐 걱정을 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다양한 사회적 역할과 권리들을 말해야 할 시점에, 갑자기 한국에서의 존재를 의심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 너무 안타깝다. 이들은 질문한다. "한국도 옛날에 전쟁이 있었지 않느냐", "다른 나라에서 온 난민들은 괜찮은 것이냐", "종교가 이슬람이기 때문이냐, 그렇다면 만약에 그중에서 종교가 다른 사람들은 수용해 줄 수 있다는 이야기냐". 우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정부는 이주민을 사회의 평등한 구성원이 아닌, 선별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제주 난민 이슈 초반 정부가 나서서 이들에게 '무사증을 악용해서 들어온 자들'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버렸던 것은 이러한 편견적인 시각과 관련되어 있다. 이를 기반으로 난민에 대한 불안과 공포의 목소리가 대중적으로 커졌다. 진짜와 가짜를 가르고, 합법과 불법을 가르고, 여성과 남성을 가른다.

'난민 반대에 반대'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파출소 앞에서 열린 난민 반대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제주도의 예멘 난민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난민 반대에 반대'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파출소 앞에서 열린 난민 반대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제주도의 예멘 난민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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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구분은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진짜, 합법, 여성'과 연대의 방법이라도 제시하고 있는가? 이런 구분은 난민, 아랍인들에 대한 집단적 낙인, 집단적 배제, 집단적 차별을 향하고 있다. 

우리는 몇 달 사이 갑자기 후퇴되어 버린 논의들을 되돌릴 수 있을까. 이미 우리는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난민들과 함께 살아간다. 이들은 문화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생존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고 있다.

한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난 난민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난민이라고 부를 때면 마음이 이상해진다. 난 사람으로서 살고 싶지 난민으로서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내야 할 다양한 목소리들이 묻히지 않도록, 낙인과 혐오에 숨지 않도록 함께 연대해야 한다.

기자 주 -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와 난민들의 상황 중 어떤 집단의 상황이 더 안좋다는 단순한 비교는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상담이 노무 상담이 주를 이루는 이유는 고용허가제는 가족결합이 불가능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에 보여주기 식의 홍보를 하고 있는 고용허가제와 난민법은 이주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며, 제도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은 다시금 이주민에 대한 편견(불법, 가짜)을 양산하고 심화시킨다. 난민에 대한 사회적 혐오는 주로 이주노동자들로 상상되어 온 이주민들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편견을 방치해왔던 토양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정형님은 이주인권센터 활동가로, 이 글은 2018년 7월 20일 '한국사회 인종차별을 말하다' 보고대회 토론문을 일부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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