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최고의 성적을 향해 달려가는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벌써 시즌 20홈런을 달성했다. 추신수는 2009, 2010, 2013 시즌 20홈런-20도루를 동시 달성했고 2015, 2017 시즌에도 20홈런을 넘겼다. 올 시즌 그는 앞선 5번의 20홈런 때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로 20홈런을 달성했다.

추신수는 31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하 디백스)와의 인터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보통 아메리칸리그 경기에서는 1번 지명타자로 많이 출전했지만, 내셔널리그 경기장에서 열리는 원정 경기였기 때문에 인터리그 경기 규정에 의해 오랜 만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추신수는 디백스의 선발투수 로비 레이를 상대로 1회초 첫 타석에서 삼진,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레이가 추신수를 상대로 꾸준히 바깥쪽 빠른 공을 던졌는데, 추신수가 처음 두 타석에서는 레이의 바깥쪽 빠른 공에 적응하지 못했다.

10번째 멀티 홈런 경기, 대역전승 이끈 추신수

 2018년 7월 5일(한국시간), 텍사스 알링턴에서 열린 경기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2018년 7월 5일(한국시간), 텍사스 알링턴에서 열린 경기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 AP/연합뉴스


그러나 5회초 2사 1, 2루 상황 3번째 타석에서 추신수의 방망이가 다시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추신수는 레이의 2구 째 들어온 바깥쪽 빠른 공을 밀어쳐서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연속 출루 기록이 중단된 후 타격 페이스가 다소 떨어져 보였던 추신수가 후반기 첫 홈런을 날린 것.

레인저스는 5회까지 디백스의 선발투수 레이의 호투에 눌려 한 점도 뽑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추신수의 스리런 홈런 한 방으로 순식간에 3-1 역전에 성공했고, 5회와 6회 서로 점수를 주고 받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5회말 3실점으로 재역전을 허용(3-4)한 레인저스는 6회초 로빈슨 치리노스와 대타 윌리 칼혼이 각각 적시타를 날려 다시 역전했다(5-4).

추신수는 6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는 디백스의 세 번째 투수 호르헤 데 라 로사에게 삼진을 당했다. 6회말 다시 동점을 허용(5-5)했던 레인저스는 7회초 루그네드 오도어의 솔로 홈런과 주릭슨 프로파의 적시타로 다시 2득점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7-5).

그리고 8회초 1사 상황에서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선 추신수는 디백스의 네 번째 투수 맷 안드리스를 상대로 2구째 들어온 체인지업을 다시 밀어치며 좌중간 담장을 또 한 번 넘겼다(8-5). 추신수의 멀티 홈런 경기는 통산 10번째로, 18홈런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한 추신수는 이날 2홈런을 추가하며 6번째 20홈런 시즌을 만들어냈다.

5타수 2홈런의 대활약으로 추신수는 떨어지던 시즌 타율을 다시 0.280으로 끌어올렸다(출루율 0.392 장타율 0.491 OPS 0.883). 홈런 2방을 날린 추신수는 8회말 수비에서 투수 호세 레클레르크와 더블 스위치로 교체되며 이 날 경기를 마쳤다. 레인저스는 9회초 공격에서 딜라이노 드실즈의 적시타가 추가로 터지며 9-5 대역전승을 거뒀다.

후반기 처음 터진 홈런, 타격 페이스 다시 끌어올려

전반기까지 추신수는 타율 0.293에 102안타 18홈런 62볼넷 43타점 54득점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당시 한창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가던 추신수의 전반기 출루율은 0.405에 달했고, 장타율을 합한 OPS도 0.911이나 됐다. 출루 페이스가 절정에 달했던 추신수는 6월(6홈런 타율 0.347 OPS 1.087) 활약으로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와서 추신수의 연속 출루 기록은 베이브 루스(51경기)의 기록을 넘어선 뒤 52경기에서 멈췄다. 연속 출루 기록이 중단된 이후 추신수는 9경기에서 타율이 0.118에 그쳐 아쉬움을 보였다.

후반기 10경기 동안 홈런이 하나도 없어서 시즌 홈런 페이스도 다소 떨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추신수는 이 날 2개의 홈런을 추가하면서 다시 시즌 홈런 페이스를 30홈런으로 끌어 올리게 됐다. 레인저스는 31일 경기까지 시즌 108경기를 치렀는데(46승 62패), 추신수는 108경기 중 101경기를 출전했다.

특히 이날의 멀티 홈런은 추신수에게 있어서 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레인저스로 이적한 뒤 추신수는 그 동안 멀티 홈런 시즌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2014년에는 팔꿈치와 발목 통증을 안고 뛰었고, 2015년에는 한때 0.096까지 타율이 내려갈 정도로 전반기에 부진했다. 2016년에는 부상자 명단을 자주 오갔고, 2017년에는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그 동안의 부상으로 인해 수비 범위가 줄어들어 텍사스 주 지역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많이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날의 멀티 홈런으로 추신수는 예전에 좋았던 홈런 페이스를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게 됐다. 발목과 종아리 등 주루와 관련된 부상으로 인해 도루를 자제하게 된 만큼 타격의 파워에 보다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올 시즌 30홈런에 성공하면 추신수는 레인저스에서 남은 2년 반의 시간 동안 홈런과 관련하여 더 많은 기록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홈런-100득점 가능성은 밝음, 3할 타율은 아직 물음표

만일 현재와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추신수는 레인저스의 남은 54경기에서 비교적 무난하게 30홈런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즌 200안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레인저스의 108경기 중 101경기 출전에서 110안타를 기록한 추신수에게 90안타가 더 필요한데, 남은 경기에서 모두 멀티 히트를 날린다고 해도 어렵다.

시즌 100볼넷도 조금은 어렵다. 추신수는 신시내티 레즈 시절인 2013년 112볼넷을 기록하며 이 부문 최고 기록을 세웠는데, 레인저스 이적 후에는 지난 해에 세운 77볼넷이 최다였다. 사실 볼넷은 추신수의 선구안만 좋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추신수의 앞뒤 타순에서 동반 활약을 통해 추신수가 보다 좋은 공을 맞이할 기회를 많이 받아야 하는데, 레인저스의 팀 성적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100득점은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 추신수는 레인저스에 온 이후 2015년에 94득점, 2017년에 96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추신수 본인의 홈런으로 20점 이상을 책임진 것도 있지만, 추신수의 출루 횟수가 많았기 때문에 그만큼 득점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 시즌 61득점을 기록한 추신수는 남은 경기에서 팀 동료들이 후속타로 조금 도와준다면 100득점을 노려볼 수 있다.

3할 타율 가능성은 아직 의문부호다. 추신수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을 달성했고, 이후의 최고 성적은 2013년 레즈 시절 0.285였다. 추신수가 2009년에는 156경기에서 3할을 달성했고, 2010년에는 144경기에서 3할을 달성했는데, 이 때는 외야 수비에 도루도 병행하던 때라 체력 안배 차원에서 결장한 경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타율 3할을 지켜주기 위한 감독의 배려(?)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쉬기도 했다.

다만 지명타자로 많이 출전하는 지금은 외야 수비로 인한 체력 안배로 결장하는 경우는 없다. 중간에 추신수에게 휴식이 필요할 경우 결장하고, 다른 야수들이 체력 안배 차원에서 휴식이나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경우 그런 날에는 오히려 추신수가 외야수로 출전하는 날도 있다.

결국 타율 관리는 추신수 자신의 몫이다. 타점에서도 다소 아쉽다. 추신수의 앞에 나오는 다른 타자들이 꾸준히 출루를 해 줘야 이뤄낼 수 있는 부분인데, 레인저스 타선이 전체적으로 추신수와 애드리안 벨트레 등 소수의 베테랑들이 끌고 가는 처지라 추신수 앞에 주자들이 밥상을 차려놓는 일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추신수가 1번타자로 출전하다보니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일이 많아서 타점을 올리기에는 힘든 측면도 있다.

어쨌든 추신수는 개인 기록적인 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시즌이 2달 가량 남은 시점에서 20홈런을 달성한 만큼 페이스를 유지하며 30홈런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한국인 선수들 중 홈런과 관련된 가장 많은 기록을 가진 추신수가 올 시즌 30홈런 고지에 올라설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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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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