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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이 31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대입제도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존재'해야 하며, '수능시험은 전과목 절대평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9일 시민참여단 490명이 참여해 수능 절대평가 도입 등 대입 쟁점을 논의한 2박 3일간의 최종 숙의 토론이 끝났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는 대입에 대한 서로 다른 비전과 쟁점별 의견을 종합해 만든 4개의 대입 개편 의제를 토론 자료로 시민참여단에 제시했다. 이 의제들에 대한 참여단의 지지도 조사결과를 포함한 최종 공론화 결과는 다음달 3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공론화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교육회의 '대입 개편 최종 권고안'을 만들어 다음 달 중으로 교육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 공론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기대와 함께 우려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지난 5월 11일 '대입제도 개편 학부모단체 및 교육시민단체 협의회(관련 기사 : "네. 00대 정치학부에 다니고 있습니다")에서 이런 기대와 우려가 예고된 바 있었다. 특히 고교 학점제, 성취 평가제, 과정 중심 평가 등과 같은 교육활동에 직결될 수 있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 듯하여 많은 교육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서울의 고등학교 이하 모든 학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조희연 교육감은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이 학교 교육에 미칠 지대한 영향을 감안하여 개편 방향에 대해 그의 입장을 발표하고 교육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대입제도 개편, 고교 교육 정상화 관점에서 이뤄져야"

조희연교육감 연설하는 조희연교육감
▲ 조희연교육감 연설하는 조희연교육감
ⓒ 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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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2월 5일 여러 해 동안의 학생부종합전형의 실태를 살펴보고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지금껏 학종은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었다면서 학생, 학부모, 교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고 비교과영역 반영을 축소하자고 했다. 또 학종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수시·정시 통합하여 입시 기간을 간소화하고, 주요대학들이 지나치게 학종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발 인원 3분의 1 이하로 규제하자고 제한했었다.

이달 31일 조희연 교육감은 먼저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서 교육의 목표와 원칙을 분명히 할 것을 주문했다. 대입제도 개편 목표는 대입제도가 공교육 정상화, 특히 고교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입제도를 위해 학교 교육이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둘째, 수능 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전과목 절대평가를 주장했다. 현재 "영어와 한국사 절대평가를 확대해서 전 과목 절대평가로 나아가야만 자연스럽게 고교 내신도 절대평가 체제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고교 학점제 등의 시행을 위해서도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셋째, 수능의 비중에 대해서는 "과거형으로 수능 확대, 정시확대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수능 선발 확대는 퇴보"이며 "고교정상화의 관점에서 그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수능이 확대되면 공교육은 이를 준비해 주는 교육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런 가운데 "혁신학교·자유학기제·초보적인 고교학점제 등을 통해 싹 트고 있는 학교 교육개선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학종 확대를 반대하는 교사들조차도 수능을 준비시켜주는 교육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들을 익히 알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넷째, 학종과 관련해서는 "학종 전형은 일반고에게 있어 대학진학의 '숨 쉴 공간'이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학종의 불투명성에 대해서는 수능 확대를 통해 대안을 찾기보다는 학종 그 자체로 개선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종 전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특단의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대안으로 '공공입학사정관단'을 만들어 각 대학으로 입학사정관의 일정비율(20~30%)을 파견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내신-학생부-수능 균형 제안 "만병통치약은 없다"

조희연 교육감 회의에 참석하여 발언을 경청하는 교육감
▲ 조희연 교육감 회의에 참석하여 발언을 경청하는 교육감
ⓒ 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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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형 방법의 비율에 대해서는 3가지 제도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도기적으로 내신 : 학종 : 수능을 1 : 1 : 1 정도로 유지하면서 3가지 트랙에 맞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대입을 준비하면 좋겠다고 지난 2월에 이어 다시 제안하였다. "문재인 정부 공약에서 강조했듯이 대입전형을 단순화하면서 전형들 간의 비율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와 같이 대입제도 개편의 네 가지 방향을 제시하면서 "대입개선안을 모색함에 있어,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소하는 만병통치약의 역할을 해주는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인정하자고도 했다. "자녀의 입시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사회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떤 형태의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그 제도에 합리적으로 적응해서 다시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어 있다"라고 하면서, "만병통치약에 해당하는 새로운 제도를 찾지 말고 사회불평등 개혁, 사회복지 확충 및 대학서열화 완화라는 중장기적 목표를 위해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교육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고교내신 절대평가는 과도한 고교서열화로 인한 문제, 내신 부풀리기 우려, 교사 평가에 대한 일부 학부모의 불신 등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교내신 절대평가 도입을 계속 기약 없이 미룰 수는 없다"면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최선을 다하자고 촉구하였다.

다음은 조희연 교육감 입장문 전문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이 필요합니다!!
- '대입 개편 최종 권고안'을 검토할 교육부에 부쳐 -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논의가 시작된 이유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고교 교육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논의 과정에서 고교 학점제, 성취 평가제, 과정 중심 평가 등과 같은 교육활동의 예견되는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듯합니다. 고등학교 이하 모든 학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이 학교 교육에 미칠 지대한 영향을 감안하여 개편 방향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의 네 가지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등학교교육 정상화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첫째,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서 목표와 원칙이 분명해야 합니다. 제가 제시하고 싶은 대입제도 개편 목표는 대입제도가 공교육 정상화, 특히 고교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입제도를 위해 학교 교육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과정에 따른 학교 교육 활동의 기록이 학교생활기록부이며, 고교에서 학습한 교육내용을 평가하는 것이 수능입니다. 대학은 이것들을 활용하여 입학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고교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그러한 내용이 학교생활기록부 안에 개인 맞춤형으로 섬세하게 기록되며, 대학은 그것을 기본으로 하되 보조적으로 수능과 같은 국가고사, 또 제한적인 일정한 대학자율기제를 더해서 선발하는 것"을 대입제도 개편의 중장기적인 목표로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결국 본질은 학교 교육활동의 정상적 운영입니다. 대입제도 논의 과정에서 이 목표는 항상 강조되어야 합니다.

수능시험은 절대평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째, 고교정상화의 관점에서 공론화의 핵심 의제 중의 하나인 수능 평가 문제는 절대평가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현재 영어와 한국사 절대평가를 확대해서 전 과목 절대평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평가에 의한 한 줄 세우기, 성장이 아닌 선발에 집중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또한 대입에 유리한 과목에 몰리는 현상도 현재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협력과 상생의 가치를 교육을 통해 구현해 내야 하는 변화된 현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수능의 평가 방식은 국가평가정책을 통한 학생 교육의 방향을 설정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한 후 자연스럽게 고교 내신도 절대평가 체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는 수능과 또 다른 측면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지만 고교 학점제 등의 시행을 위해서도 반드시 추진되어야 합니다.

수능 확대로의 퇴보는 안 됩니다.

셋째, 공론화의 다음 핵심 의제 수시 대 정시, 내신-학종 대 수능의 비중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과거형으로 수능 확대, 정시확대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점 역시도 고교정상화의 관점에서 굳게 설 때 그 중요성을 인식하게 됩니다. 지난 주말, 대입 공론화 시민참여단의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정시확대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늘 이 의견문을 발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돌이켜 보면, 김대중·노무현 진보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에서조차 수능 중심의 정시 비율을 줄이고, 고교 학생부 중심으로 대입제도를 개선해온 일관된 흐름이 있습니다. 단 한 번의 표준화된 시험으로 대입을 결정하기보다, 학생의 3년 공교육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로 대학 진학을 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시비를 계기로 하여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수능이 확대되면 공교육은 이를 대비해 주는 교육을 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 혁신학교·자유학기제·초보적인 고교학점제 등을 통해 싹 트고 있는 학교 교육개선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반대하는 교사조차도 예전 수능을 대비시켜주는 교육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이 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의 다양한 교과 및 비교과활동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발함으로써 국·영·수 중심의 성적이 나쁜 학생도 대학진학의 기회를 넓게 하자고 하는 가치지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종이 도입된 배경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도기적인 혼란을 줄이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는 한이 있더라도, 수능 확대로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물론 서울시교육청은 수능을 없애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수능 절대평가가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자격고사'의 의미를 갖는 수능 시대가 열리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수능 확대를 요구하는 일부 국민들의 마음도 읽어야 합니다. 현재 '수능 확대'를 요구하는 기조는 상당 부분 학생부 종합전형의 불공정성, 불투명성에 기인합니다. 이는 학생부 종합전형과 고교 내신에 대한 개선 방안 마련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야지 수능·정시 확대의 과거 회귀로 귀결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부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개선은 과감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넷째, 이런 의미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개선은 더욱 과감히 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학생부 종합전형이 갑자기 확대되며 여러 가지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이를 개선해가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학종이 갑자기 확대되면서 '깜깜이 전형' 혹은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과 그것의 상식화된 확산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대표적으로 2016년 한겨레가 '학생부의 배신' 관련 기사를 여러 번 보도했고, 2017년 EBS가 '대학입시의 진실'을 방영한 바 있는데, 이를 단순한 오해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심지어 여의도의 한 연구소에서 현존 대학입시 방식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을 폐지하자고 제안한 바도 있습니다. 부모와 학교에 따라 질이 달라지는 비교과 영역을 대폭 축소, 과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 전형 결과에 대해 상세히 밝힘으로 학종 전형 개선을 과감히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상당수 국민의 불신과 비판을 불식시켜야 합니다.

물론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시한다고 해서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사교육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맞춤형 사교육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깜깜이 전형이라고 느끼는 많은 학부모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능이라는 표준화된 평가 척도에 기초한 평가방식이 비해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내재적 다양성은 상대적으로는 사교육의 영향이 최소한 수능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다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목고나 외고, 자사고가 아닌 일반고의 교사들은 그래도 학생부종합전형은 일반고에게 있어 대학진학의 '숨 쉴 공간'이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교육부가 주도하여 학종의 근간이 되는 학교생활기록부의 개선방향에 대한 정책숙려제를 진행하였습니다. 학종에 대한 개선은 이런 방식을 통해 이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특기할 것은, 학부모들이 전문가들과 함께 심도 있는 토론을 하게 되면 상식화된 비판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얼마 전 발표된 시민정책참여단의 학종 검토 결과를 보면, 교육부가 당초 제시한 개선안 보다 더 수상경력이나 동아리활동 등에 대해서도 현행 유지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공론의 장에서 학종의 불투명성이나 불공정성에 대해서는 수능 확대를 통해 대안을 찾기 보다는 학종 그 자체로 개선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특단의 개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저는 올해 초 학종의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학종의 개선방향으로 정규 교육과정 내 활동 중심으로 교과별 학생 성장 기록 내실화, 학생부에서 비교과영역 반영의 축소, 학종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 공론화 위원회 운영, 고교-대학 협력체계에 의한 '대입전형위원회' 운영,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평가위원회' 운영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공공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입학사정관의 일정 비율을 대학, 교원, 교육청 관계자 등 해당 대학 외부의 입학사정관으로 배정하는 것입니다. '공공입학사정관단'을 구축하여 각 대학으로 입학사정관의 일정비율(20~30%)을 파견하고, '공공입학사정관'은 해마다 추첨에 의해 다른 대학으로 순환 파견하게 되면,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를 상당히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자사고의 자기주도학습 전형도 공정성·객관성 제고를 위해 면접실 당 3명의 면접전형위원 중 교육청 위촉 면접전형위원 1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종 역시 맞춤형 사교육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교육의 영향력이 수능에 비해 현저히 낮고 지역과 학교에 따른 차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임을 다시 한 번 환기하고자 합니다.

고교 교육정상화의 관점에서 학종의 큰 틀을 유지하고 수능 확대론으로 가지 않는다고 할 때, 최종적으로 남는 문제는 내신 : 학종 : 수능의 황금비율이 현재의 조건에서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고민의 끈을 놓아버리고 대학 자율로 맡겨버리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입공론화위원회의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수능과 정시의 비율을 대학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해서 수능/정시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강하게 갖고 있습니다.

대학의 자율성 확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자율이라는 가치만으로 대입전형들 간의 비중을 위임해버릴 수는 없습니다. 사실 모든 사회현상이 그렇듯 '자율이냐 아니냐' 하는 양자택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자율은 일정한 정도의 공적 규제 속에서 존재하게 됩니다. 완전자율시장이 허구인 것처럼 대학자율도 현실에서는 국민이 합의하는 어떤 공적 규제와 결합되어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이런 점에서 대학이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자칫 수능을 대폭 확대하여 과거로 돌아가거나, 학종을 확대하여 불분명한 자기 기준을 만들어 특정 고등학교 학생을 뽑는 방식으로 질주해 가는 것에는 일정한 공적 규제가 필요합니다. 대학에서는 우수학생을 선발만을 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선발한 학생의 성장을 돕는 교육을 통해 미래인재로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자율을 확대하는 큰 기조 속에서도 대학입시가 전국의 공교육과 사교육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고려하여 적절한 공적 규제의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유수대학에서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생각하면서 수능 우수생이나 특정 고등학교 학생을 뽑는 관행을 넘어서 미래사회에 필요한 창의성·독창성을 지닌 입학생을 뽑고, 고교 교육정상화의 차원에서 학교 추천이나 교사 추천, 지역균형 선발, 저소득층 쿼터 등의 노력을 하는 긍정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자발적 노력과 함께 공론화과정을 통해 무분별하게 수능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적절한 공적 규제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수능 확대, 수능 만능론은 반대하지만 내신이나 학종 관리보다는 수능을 통해 대학진학을 하겠다는 학생들에게도 일정한 기회가 주어져야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일정한 정도의 수능 전형의 존재를 수용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개혁 조치는 수능 절대평가 도입입니다.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꾸면서 나타나고 있는 교육적 효과와 변화를 잘 살펴 나머지 과목들도 절대평가로 전환하여 비교육적 경쟁과 한 줄 세우기 교육을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존하는 3가지 제도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고, 이 점에서 저는 과도기적으로 내신 : 학종 : 수능을 1 : 1 : 1 정도로 유지하면서 3가지 트랙에 맞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대입을 준비하면 좋겠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공약에서 강조했듯이 대입전형을 단순화하면서 전형들 간의 비율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이상 대입제도 개편의 네 가지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대입개선안을 모색함에 있어,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소하는 만병통치약의 역할을 해주는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입문제와 관련하여, 하나의 정답을 보물찾기 하듯이 해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학입시 경쟁은 현존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 각자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경쟁하면서 이루어지는 '결과적' 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는 '하나의 불변하는 조건'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불평등한 사회 현실 속에서 보다 안정적인 직업과 안정적인 삶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고 그것이 또한 치열한 대학입시경쟁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대입 방식은 치열한 경쟁사회인 한국사회, 또한 사회보장제도가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한국사회의 현실에 의해 규정되는 종속변수입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격차가 크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한대의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학부모들은 자신의 사랑하는 자녀에게 '구명조끼'라도 하나 채워주고 싶은 심정으로 대학입시에 집중하게 됩니다. SKY대학이나 인(in)서울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부모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걸게 됩니다. 이러한 '하나의 불변하는 조건'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언제나 그것이 도입된 이후 다양한 왜곡효과 혹은 풍선효과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떤 형태의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그 제도에 합리적으로 적응해서 다시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지난 수십 년 간의 대학제도 개선의 역사도 정확히 이 궤적을 계속 밟아왔습니다. 예컨대 논술시험이 암기형 지식테스트를 넘는다는 취지로 도입되었지만 그것이 역으로 논술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거의 폐기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평가혁신의 방향은 바칼로레아의 한국형 서·논술형 도입입니다. 이것은 치열한 경쟁의 조건 하에서 어떤 제도이든지 왜곡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병통치약에 해당하는 새로운 제도를 찾지 말고 사회불평등 개혁, 사회복지 확충 및 대학서열화 완화라는 중장기적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현존하는 제도를 단순화하면서 국민적 중지를 모아가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교육부분 핵심 정책인 수능 절대평가 도입, 고교학점제도 시행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교육부의 역할은 보이지 않습니다. 수능 절대평가를 약속했다면 어떻게 이 제도가 무리 없이 구현될 수 있을지 연구하고 방안을 만들어 국민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내야 합니다. 특히 이번 대입전형 공론화 과정에서 고교내신 절대평가 전면 도입 문제를 아예 배제한 것은 크게 아쉬움이 남습니다.

수능 절대평가보다 오히려 더 많이 고교 교육을 왜곡하고, 학교시험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은 고교내신 상대평가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교내신 절대평가 도입은 수능보다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과도한 고교서열화로 인한 문제, 내신 부풀리기 우려, 교사 평가에 대한 일부 학부모의 불신 등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고교내신 절대평가 도입을 계속 기약 없이 미룰 수는 없습니다. 교육부의 적극적인 자기 역할 수행을 촉구합니다.

17개 시・도교육청의 교육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전남, 광주, 경북 등 여러 교육청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대입제도 개편 방향에 대한 적극적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여러 교육청들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발전적 방향으로 결정되도록 돕고자 하는 적극적 의지 표명입니다. 교육청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공교육 정상화와 조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의 자기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논의에서도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학교 교육활동의 질적 향상과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 학부모의 참여와 협력이 어우러지는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이어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우리 아이들에 대한 공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해주시고, 교육청과 학교의 공교육 개선 노력을 믿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8. 7. 31.
조희연(서울시교육감)

덧붙이는 글 | 스트레이트뉴스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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