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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태풍이 우리나라 쪽에 더 가까이 오길 바란다는 이야기까지 들립니다. 태풍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더운 공기를 몰아내고, 시원한 빗줄기를 선물해주리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태풍이 그립다니, 생전 처음 듣는 소리입니다.

엊그제 아침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소나기라도 내리려나 했는데, 해가 중천에 뜨고부터 후텁지근한 날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복더위에 어떤 음식이 좋을까

완성한 토마토스크램블에그. 접시에 담았습니다.
 완성한 토마토스크램블에그. 접시에 담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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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는 작물들도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밤새 내린 이슬로 겨우 목을 축이다가 뜨거운 햇살에는 맥을 못 추스릅니다. 죽지 않고 살아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앞으로 여러 날 더 가물면 얼마나 견딜지 걱정입니다.

지난 27일은 연중 가장 덥다는 중복(中伏)이었습니다. 복 중의 복이 중복이라 합니다. 하지 후 제3경일(庚日)은 초복(初伏)이고, 제4경일은 중복입니다. 말복(末伏)은 입추 후 제1경일을 말복이고요. 올해는 경술(庚戌)일 지난 17일이 초복이었고, 중복은 경신(庚申)일 27일이었습니다. 중복과 말복 사이는 대개 10일 간격이지만, 올해는 말복은 입추후 제1경일이 되는 경진(庚辰)일 8월 16일이 됩니다. 올해는 삼복(三伏)이 아니라 월복(越伏)입니다.

복날의 '복(伏)'자는 하도 더워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지낸다 해 사람 인(人)변에 개 견(犬)자를 쓴다 합니다.

가마솥 같은 더위가 연일 계속되니 사람도 짐승도 지치는 것 같습니다. 동물원 호랑이도 요즘 더위에 힘을 펴지 못한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입니다. 강아지가 혀를 길게 내놓고 헐떡거리는 것을 보면 녀석들도 복더위를 견뎌내기가 힘들기는 힘든가 봅니다.

"더위도 중복이 고비야. 말복 지나면 선선한 바람 불어 오겠지!"
"초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복이었던가?"
"이 사람, 시간가는 줄도 모르구먼! 중복이 지났다구!"
"그러고 보니 중복을 지나쳤네, 당신, 뭐 드시고 싶은 거 없으세요."
"그야 많지!"
"알았어요! 내 돈 안들이고 영양가 있는 것 해드릴게요."


복날이 지났는데,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돈 안들이고 맛난 것 해준다는 말을 다 하니! 어떤 걸로 영양 보충을 해줄 셈일까?

"우리 토마토 익었죠? 그것 좀 따오세요!"
"지금 한창이니 많이 달렸지! 근데 토마토는 왜?"
"토마토로 음식 만들어보려고요."
"토마토로 뭘 할 건데!"
"그냥 따오기나 하셔!"


나는 토마토를 따러 텃밭에 나왔습니다. 토마토는 찌는 복더위에도 엄청 자랐습니다. 곁순을 여러 차례 따줬는데도, 곁가지가 또 나와 거기서도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자연의 놀라운 힘입니다.

잘 익어가고 있는 우리 집 찰 토마토입니다.
 잘 익어가고 있는 우리 집 찰 토마토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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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렁주렁 달린 방울토마토. 노란색과 빨간색이 있습니다.
 주렁주렁 달린 방울토마토. 노란색과 빨간색이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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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거둔 토마토, 자연이 준 소중한 선물입니다.
 우리가 거둔 토마토, 자연이 준 소중한 선물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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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를 따서 소쿠리에 수북이 담아 들어오는데, 아내 목소리가 들립니다.

"피망도 익었으면 하나 부탁해요!"

간단히 해먹는 토마토 요리, 건강을 지킵니다

찰토마토 여섯 그루, 방울토마토 여섯 그루에 토마토가 숱하게 달렸습니다. 한 사나흘 따지 않았는데 그새 많이 익었습니다.

"오늘은 까치 녀석들 손 안탔지?"
"오늘은 멀쩡한데."
"녀석들도 염치는 있는 모양이야!"
"근데, 토마토하고 파망으로 뭐 만들려고?"
"간단하면서 영양만점! 기대되죠?"


여태껏 제철과일 토마토는 썰어먹거나 믹서에 갈아 주스로 먹었는데, 토마토를 가지고 뭐를 만들 참인가? 여름철에 잘 어울리는 영양식을 만든다니, 아무튼 기대를 해봅니다.

사실, 토마토는 영양이 풍부한 채소과일입니다. 비타민과 무기질 공급원으로 뇌졸중, 심근경색, 각종 암을 예방한다고 합니다. 특히, 혈당을 낮추는 데 좋아 당뇨에도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토마토 속에 많이 함유돼 있는 라이코펜 성분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효과가 높아 치매와 노화를 막는다 해 인기가 많습니다. 또한 라이코펜은 남성의 전립선 기능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중년 남성들이 즐겨먹어야 할 식품 중 하나입니다.

아내가 만드려는 음식의 재료는 토마토, 계란, 양파, 피망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올리브유와 소금. 참 간단합니다. 집에서 거둔 것들로 돈 안들이고 요리한다는 아내의 말이 그냥 한 소리가 아닌 듯합니다.

"당신이 만들 토마토요리 이름은 뭐야?"
"누가 그러대요. '토마토스크램블에그'라고!"


'스크램블에그'라는 말이 들어간 것을 보니 프라이팬에 계란을 풀어 휘저어 볶는 것 같습니다. 손끝이 매운 아내가 팔을 걷어붙입니다. 신이 나서 콧노래까지 부릅니다.

토마토스크램블에그에 들어갈 주재료입니다.
 토마토스크램블에그에 들어갈 주재료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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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토마토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준비합니다.
 찰토마토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준비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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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망과 양파도 적당한 크기로 썰어 준비합니다.
 피망과 양파도 적당한 크기로 썰어 준비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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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을 프라이팬에 풀어 몽실몽실 만듭니다.
 계란을 프라이팬에 풀어 몽실몽실 만듭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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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크지 않게 토마토와 양파를 자릅니다. 먼저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넣고 토마토를 뒤적뒤적 볶아줍니다.

토마토 국물이 자작하고 걸쭉해지면 접시에 덜어냅니다. 다음은 프라이팬에 계란을 풀어 몽실몽실해질 때까지 휘젓습니다. 이어서 썰어놓은 양파와 피망을 함께 넣어 볶을 차례. 프라이팬 뚜껑을 덮고 양파와 피망은 충분히 익힙니다.

기름에 볶아놓은 토마토, 피망, 양파를 계란과 함께 섞어 다시 한번 볶아주면 끝납니다.
 기름에 볶아놓은 토마토, 피망, 양파를 계란과 함께 섞어 다시 한번 볶아주면 끝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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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양파, 피망을 볶은 것과 몽실몽실 익혀진 계란과 함께 프라이팬에 투하하고 함초소금으로 간을 하니, 요리 끝. 별로 복잡하지 않고 간단합니다.

"음식은 격에 맞게 예쁜 그릇에 담아야 맛이 살아나요!"

옥수수와 복분자, 토마토, 우유를 넣고 믹서로 갈아만든 주스와 함께 먹으면 멋진 한끼 식사가 됩니다.
 옥수수와 복분자, 토마토, 우유를 넣고 믹서로 갈아만든 주스와 함께 먹으면 멋진 한끼 식사가 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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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예쁜 그릇에 만든 토마토요리를 담아냅니다. 아주 근사합니다. 우리가 농사지은 찐 옥수수와 복분자를 넣은 토마토주스를 곁들여 상을 차려냅니다. 소박한 상차림입니다.

"얼렁뚱땅 후딱 만들었는데, 맛은 어때요?"
"얼렁뚱땅이라니! 정성이 들어간 맛이고, 내 입맛에도 딱 맞는데!"
"그럼, 간단하니까 당신 혼자서도 만들 수 있겠네?"
"다음엔 내가 더 맛있게 만들 테니 두고 보라고!"


유럽 속담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토마토는 의사가 필요치 않을 만큼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것입니다. 제철 토마토를 많이 먹어야겠습니다.

아내가 간단히 만들어준 토마토요리가 맛도 있고, 영양만점의 복더위 음식이 됐답니다.


태그:#토마토스크램불에그, #토마토요리, #토마토, #복더위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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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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