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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진행된 고 노회찬 의원의 하관식에서 추모객 사이로 영정이 보이고 있다.
 27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서 진행된 고 노회찬 의원의 하관식에서 추모객 사이로 영정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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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노회찬 의원님.

"제 인생 첫 정당이 민주노동당이었고, 그때부터 의원님은 제가 따르고 싶은 롤모델이었어요"라고 말씀드렸지요. "그랬어요?"라고 하시며 환히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열흘 전 사석에서 드렸던 그 인사가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면 잡아주셨던 그 손을 더 오래 붙들고 있을 걸 그랬어요.

'다음에 뵐게요'라는 말 대신 사랑한다고 크게 소리쳐서 의원님을 부끄럽게 해드렸어야 했어요. 제가 이렇게 살아가는 데, 의원님이 얼마나 영향을 주셨는지, 그러니까 더 오래오래 제 앞에 계셔줘야 한다고 말했어야 했어요. 너무 그립습니다.

당신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이제 퇴장하십시오. 50년 동안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꺼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라며 판갈이를 외치셨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통쾌했습니다. "저 아저씨 정말 멋있어"라고 엄마에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살아갈 날을 위해 판을 갈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면 얼마나 많은 용기와 인내가 필요한지 모르던 제게 마냥 멋있는 아저씨였습니다.

거대 권력과 싸우며 소수자의 곁에 섰던 사람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단식농성장에서 노회찬, 심상정 상임고문이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고 노회찬 의원과 심상정 의원. 사진은 지난 2011년 8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단식농성장에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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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누굽니까?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자들입니다. 국민을 향해 책임지지 않는 권리를 행사하는 집단입니다. 의원님은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그런 삼성을 바로 공공의 적이라 지목했습니다. 자본권력에게 기생하던 검사명단을 공개하셔서 이 나라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행해지던 검은 거래의 단면을 국민들에게 알리셨습니다.

여태껏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거대 권력을 향해 분노하시던 의원님은 공화국을 지키는 가장 높고 강한 벽이었습니다. 그 벽으로 인해 소소한 하루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시민들은 당신을 잊지 못합니다.

당신은 언제나 약자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장애인, 노동자, 성소수자 그리고 여성. 호주제 폐지, 성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차별금지법 발의를 통해 이 땅의 약자들에게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주셨습니다. 당신을 보내며 참 많은 사람들이 울었습니다. 그 울음 속에 끝내 드리지 못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있었음은 물론입니다.

해마다 여성의 날이 되면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 축하할 줄 알았던 따뜻한 사람. 당신은 멋진 사람이셨습니다. 정치인을 설명하는 것은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위해 누구와 싸우며, 어떤 이들 곁에 서는가?

제게 노회찬 의원님은 판을 바꾸기 위해 가장 큰 권력과 싸우며 가장 약한 이들 곁에 섰던 분입니다. 그리고 모두 힘들어서 미안하다며 떠난 자리를 끝까지 견뎌내며 지켜주셨던 분이십니다. 언제인지 모르는, 정말 그 날이 오긴 올까 싶은 막막함을 웃음으로 이겨내시며, 길 떠났던 사람들에게 돌아올 자리를 주셨던 분이십니다.

노회찬 "피감기관 지원 의원 출장 전수조사해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과 관련해 의원이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간 사례를 국회 차원에서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사진은 지난 4월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과 관련해 의원이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간 사례를 국회 차원에서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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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지 당장 알 수 없을 때에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라. 그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다죠. 이 많은 아쉬움들을 뒤로 하고 길을 떠나실 다짐을 하셨을 마지막 밤이 얼마나 길었을까요.

당신은 정치로 세상을 바꿔 보겠다 맘을 잡은 청년들에게 빛나는 등대이셨습니다. 어린 날 당신의 당당함에 끌려 길을 출발한 저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지금까지처럼 저는 저 멀리 보이는 빛을 보면 당신을 생각하겠습니다. 언젠가 당신의 등을 보게 될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열심히 걷고 걷겠습니다. 그리고 쉼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노회찬 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멋있는 사람이었는지 함께 기억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노회찬 의원님.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빈자리를 매만지며 울고 있습니다. 영원한 평화 속에서 쉬고 계실 당신을 생각하면 웃어야 하는데 눈물이 납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사랑합니다.

신지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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